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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서울대 수의대는 연구윤리 실종 집단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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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5-05 19:42:57 수정 : 2016-05-05 19:4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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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시보고서 조작교수 체포
돈 받고 보고서 수정
과거 줄기세포 논문 조작
부도덕한 가습기 살균제 상혼의 뒷배에 연구윤리가 실종된 대학교수들의 결탁이 도사리고 있었다. 검찰이 그제 가습기 살균제의 독성검증에 관여한 서울대 수의대 조모 교수를 긴급체포했다. 조 교수는 가장 많은 피해를 낸 영국계 옥시레킷벤키저 제품의 독성실험을 했다. 검찰은 그의 연구실과 집을 압수수색하다가 실험데이터가 일부 삭제된 것을 확인한 뒤 체포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검찰은 또 충남 아산 호서대 유모 교수의 연구실과 집도 압수수색했다.

두 교수는 2011년 옥시의 의뢰를 받고 가습기살균제 성분 물질의 독성에 관한 실험을 한 뒤 옥시 측에 유리하게 결과를 조작해준 혐의를 받고 있다. 조 교수는 ‘피해자들의 폐손상과 가습기 살균제 간의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작성해 옥시 측에 넘겨주었다. 유해물질인 PHMG의 저농도 실험을 했고 가습기 살균제로 임신한 쥐 15마리 가운데 13마리의 새끼가 죽었는데도 엉뚱한 결론을 내린 것이다. 질병관리본부가 가습기 살균제가 사망사고를 일으킨 폐질환의 요인으로 보인다고 발표하자 옥시는 반박자료가 필요해 이들 교수에게 요청한 것이다. 조 교수는 학교를 통해 옥시 측에서 받은 정식 용역비(2억5200만원) 외에 수천만원을 개인계좌로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 수의대는 그동안 수차례 연구윤리 실종 논란의 중심에 있었고, 그때마다 자정결의를 했지만 반향 없는 메아리로 묻혀버렸다. 2005년 황우석 사태에 이어 2012년 강수경 교수의 논문 조작 사건이 터져 도덕성 결핍집단으로 지탄받았다. 서울대는 2013년 줄기세포 논문 17편을 조작한 강 교수를 해임하고 연구윤리 규정을 강화해 도덕성 회복에 나섰다. 교수가 ‘연구 윤리 위반’ 판정을 받으면 승진심사 추천 대상에서 제외하고 5년간 연구년, 수상 및 보직 대상에서 제외토록 했다. 연구윤리를 위반한 교수에게 실질적인 불이익을 가하는 것이어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이러한 결의가 물거품이었음이 드러났다. 과거의 윤리 위반은 논문표절 또는 조작에 불과했다면 이제는 돈받고 용역 보고서를 짜깁기해 주는 수준에까지 도달했다. 연구를 맡았던 교수들이 최소한의 규범을 지켰더라면 가습기 살균제 논란은 5년 전에 마무리됐을 수도 있었다. 대학 당국은 이들의 비리를 자체 조사하고 대학연구윤리위에 회부해 징계절차를 밟아야 한다. 교육부도 책임을 통감하고 조치를 취해야 한다. 검찰은 철저하게 조사해 연구윤리 실종 풍토를 바로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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