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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행복한 어린이날을 꿈꾸며/ “아이를 키울 형편이 안 됩니다.”

두 살배기 김민성양은 2014년 세상의 빛을 본 지 일주일 만에 대한사회복지회에 맡겨졌다. 친모가 “좋은 가정으로 입양해 달라”는 부탁을 남기고 사라진 것. 다행히 민성이를 가슴으로 품어 잘 키우겠다는 부부가 나타났다. 이들은 3개월간 진행된 입양절차를 밟으며 민성이를 돌보다 갑자기 입양 포기의사를 밝혔다. 민성이가 이름도 생소한 ‘KT증후군’을 앓고 있음이 뒤늦게 발견된 직후다. 이 질환은 신체의 좌우 부위가 다르게 자라고 피부가 점차 거북이 등껍질처럼 변하는 희귀병이다. 태어나자마자 친모에 이어 예비 양부모에게도 버림받은 민성이는 결국 경북 봉화군의 한 위탁가정으로 옮겨졌다.

두살배기 김민성양이 두 손을 모은 채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김양이 앓고 있는 KT증후군이란 희귀 질환 탓에 김양 왼손의 일부분이 거북이 등껍질처럼 변해 있다.
대한사회복지회 제공
5월5일 ‘어린이날’은 꿈나무들에겐 왠지 이름만 들어도 기분 좋아지는 날이다. 이맘때면 평소 갖고 싶던 선물이나 가보고 싶은 곳에 대한 기대가 한껏 부풀어오른다. 그러나 이런 날 더욱 외롭고 상처를 받는 아이들도 적지 않다. 온전한 가족의 보살핌 속에서 자라지 못하고 사회와 이웃의 무관심에 놓인 아이들일수록 괴롭기 그지없다. 민성이처럼 아프고 소외된 어린이들에게 보다 따뜻하고 각별한 손길이 지속적으로 이어져야 하는 이유이다. 두 살밖에 안 된 이 아이는 매일 두 차례 진통제와 항생제를 먹어야 한다. 왼쪽 손발이 오른쪽 손발보다 커 앉았다 일어나는 것도 버겁다.

‘임시보호자’인 손상백(60)씨는 4일 “민성이가 처음에는 정서적으로 불안정했지만 지금은 씩씩하게 밥도 잘 먹고 잠도 잘 잔다”며 “하지만 치료비가 얼마나 들지 몰라 입양을 선뜻 권하기가 어렵다”고 말끝을 흐렸다.

손의 일부분이 거북이 등껍질처럼 변하는 KT증후군을 앓고 있는 김민성양이 위탁 부모의 품에 안겨 있다.
대한사회복지회 제공
박모(7)양도 낳아준 아빠와 엄마가 살아 있지만 광주광역시의 한 시설에서 생활한다. 아빠는 박양이 태어나기도 전에 연락이 두절됐고 엄마는 지체장애 2급이어서 길러줄 형편이 안 됐기 때문이다. 한때 외할머니가 박양을 돌봤지만 경제적 어려움을 감당치 못하고 2년 전 시설에 맡겼다. 박양 역시 아프다.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가 있어 자신보다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보이면 소리를 지르고 불안증세를 보인다.

경기 화성시의 아동보육시설 신명아이마루에서 지내는 송모(3)양은 2013년 서울 관악구 주사랑공동체교회의 베이비박스에 버려져 부모가 누구인지도 모른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김양이나 송양처럼 ‘버려지는’ 아동은 한 해 300명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이들에 대한 따뜻한 관심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대한사회복지회 이기준 사회복지사는 “희귀 질환이나 장애가 있는 아이들이 밝게 자랄 수 있게 우리 사회가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온라인 기부 커뮤니티 드림풀의 박재희 팀장은 “소외된 아이들에게는 일회성 도움이 아니라 이들이 성장할 때까지 관심을 갖고 도와주는 것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박진영·남혜정·이창수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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