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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은 답을 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찾게 도와주는 것

입력 : 2016-05-04 14:04:22 수정 : 2016-05-04 14: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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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이의 말벗, 실존문제상담연구소 임인구 박사 / 자아라고 믿고 있는 가상적 실체에서 벗어날 때, 자신을 볼 수 있어

“종교도 보편적 가치를 수직하달식으로 전달하기보다 신자 각각의 고민에 직접 응답해야 외면 받지 않을 겁니다”

불교 전문지에 상담 칼럼을 게재하고 있는 실존문제상담연구소 임인구(38) 소장은 혜민 스님 다음으로 핫하게 떠오르고 있는 상담 전문가다.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에서 자아초월상담학을 통해 석·박사 과정을 마친 임 소장은 2년 전 서울 서교동에 연구소를 개설하고 글쓰기와 상담을 통해 고민을 나누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실존문제를 상담하는 곳은 극히 드물다.

실존문제연구소의 성격을 설명하는 임인구 소장
임 소장은 10년 전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일반 청년들과 마찬가지로 수많은 이력서를 쓰고 기업에 응시했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앞날이 보이지 않았고 되는 일도 없었다.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도 무엇인지 몰랐다.

임 소장은 자신과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상담의 길에 관심을 뒀다. 유학을 갈까 고민하다가 상담에 대한 출판물 교정·교열 작업을 통해 심리학과 연결된 초월심리학이라는 분야가 있다는 것을 알고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에 들어갔다.

“자아초월이란 이름 자체가 어렵게 느껴지지만 우리는 자아라고 믿고 있는 가상적 실체에 갇혀있다”며 “이 가상적 실체가 아닌 객관화된 자기를 드러내 스스로 물을 수 있는 힘을 찾는 것이다. 초월은 초능력이 아니고 자아 밖에 서 있는 자신을 찾을 때 원하는 답을 얻을 수 있다”고 전공분야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상담은 치료의 영역이 아니고 서로 묻고 대답하는 과정에서 나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드러나고 원하는 목적이 무엇인지 드러난다”며 “상담사는 결코 해답을 주지 않는다. 답을 스스로 찾을 수 있도록 유도만 해 줄 뿐이다. 상담을 원하는 내담자 자신은 이곳을 찾을 때부터 이미 답을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람들은 각자 자신이 진실이라고 믿고 있는 것이 있는데 자기가 믿는 진실 때문에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임 소장의 칼럼을 보고 혹은 인연에 의해 연결된 남녀노소 모든 사람들의 공통점은 사랑에 목말라한다는 것이다. ‘이 세상에 내가 서야 할 자리가 있는가?’, ‘인정받고 싶다’, ‘용서받고 싶다’ 등 표현 방식은 다르지만 한마디로 정리하면 ‘사랑받고 싶다’는 것으로 정리된다는 것이다.

부모가 자식을, 자식이 부모를 죽이는 패륜적 비극도 사랑에 목말라서 나온 결과물이다. 우리가 누군가를 증오하는 것은 그것에 대한 기대가 컸기 때문이다. 즉 애증의 관계는 상대에 대한 엄청난 기대가 무너졌을 때 일어난다는 것이다. 인간이 어떤 대상에 기대를 거는 것은 우상을 섬기는 것과 같은 것으로, 기대한 것만큼 돌아오지 않을 때 당연한 일들이 증오로 변해 파국을 맞는다는 것이다.

“비극은 자기 마음을 몰라서 일어나는 것으로 누구나 소망이 있는데 진짜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야 한다”며 “우리에게서 일어나는 느낌 속에 머물러 봐야 한다. 우리가 헷갈리고 불편함을 느낄 때, 가만히 있어 보면 된다. 그러면 나는 슬프구나, 외롭구나 하는 감정들이 드러난다”는 것이다.

자살을 결심한 사람이 찾아와 죽고 싶다고 말하는 것은 ‘살고 싶지 않다’는 표현으로 ‘지금 이렇게는 살고 싶지 않다’는 뜻이다. 역으로 해석하면 현재와 같은 삶이 아니라 살고 싶은 꿈을 드러내게 된다. ‘어떻게 살고 싶다’는 꿈이 현실과 너무 거리가 멀기 때문에 좌절한다. 그가 꿈꾸는 모든 것을 드러나게 하고 그 꿈을 깨게 만들 때 죽으려고 결심했던 사람은 다시 한 번 자신을 돌아본다고 설명했다.

인간은 누구나 근본적인 것을 알고 싶어하고 삶의 온전함을 느끼고 싶은 답을 예전에는 종교에서 얻었는데 지금은 인터넷 등 연결된 네트워크를 통해 스스로 묻고 답을 찾는다. “이제는 신자 개개인이 원하는 답을 줘야하는 시대가 됐다”며 “종교 단체마다 상담 기능을 하는 직책이 있지만 좀 더 다양하게 설명해 줄 수 있는 상담사들이 많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영찬 기자   jknewsk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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