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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아이에게 건네는 마음 “미안해, 고마워, 사랑해”

입력 : 2016-04-16 02:00:00 수정 : 2016-04-15 19:4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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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책으로 아이 달래며 같이 나선 산책길
탄산음료 사달라는 아이와 실랑이 벌이고…
서로 타협하며 나누는 봄날의 진솔한 대화
김영진 글·그림/길벗어린이/1만2000원
미안하고 고맙고 사랑해/김영진 글·그림/길벗어린이/1만2000원


“산책 가자!”

아빠의 제안에 선뜻 따라나설 아이들이 몇이나 될까. 동무를 삼고 싶은 아빠의 간절함이야 요놈들에게 알 바 아니다. 집에 있으면 TV, 게임을 호시탐탐 노려볼 수 있고, 나간다 한들 놀이공원 같은 요란함과는 거리가 먼 산책길이 아이들의 입맛에 맞을 리 없다. 당근책을 써서 겨우 끌고 나와도 이것저것 요구가 많다. 아빠의 청을 들어주었으니 대가를 내놓으라는 식이다. 몇 번의 실랑이 끝에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마련인 산책길. 함께 걷는다는 것만으로 아빠와 아이는 많은 걸 나눌 수 있다.

아빠는 ‘업어주기 찬스 3번’을 제안하고 그린이와 집을 나섰다. 음료수 자판기가 부자의 발걸음을 잡는다. 자판기 앞에 버티고 선 그린이는 탄산음료를 요구하고, 아빠는 집에서 가져온 물이 있다며 버틴다. 여기서 아빠의 방식을 강요하면 산책은 엉망이 되기 십상이다. 적당한 타협이 필요하다. 그린이와 아빠는 주스로 합의했다.

주스를 마시기 위해 앉은 벤치에서 아빠가 그린이에게 말을 건다. 

“그저께 아빠가 소리 질렀을 때 무서웠지? 미안해. 그린이가 무지 큰 잘못을 한 거도 아닌데, 아빠가 너무 크게 소리를 질렀어.”

아이들은 어른들보다 대범하다. 솔직한 사과는 선뜻 받아들여지고 그린이와 아빠는 서로를 꼭 껴안는다. 

부모와 아이는 산책을 하며 많은 걸 함께 하고 나눌 수 있다. 미안했던 건 털고, 고마웠던 건 알려주며 사랑한다고 고백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다.
길벗어린이 제공
아이가 산책길에 젖어들기 시작하면 하나하나 즐겁지 않은 게 없다. 연못에 자란 잡초를 따서 칼싸움을 즐기고, 언덕길을 오르며 달리기 시합을 할 수도 있다. 그렇게 신나게 뛰어놀다 잠시 쉴 때쯤 아빠는 고백한다.

“그린이가 이렇게 건강하게 자라 준 게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 아빠 아들로 옆에 있어 줘서 정말 고마워.”

아이는 빤히 마주보다 작은 팔로 아빠를 안아준다.

산책길 막바지에 둘만의 비밀을 만드는 것도 좋다. 엄마가 알면 아빠가 된통 혼날 수 있는 그런 것. 그런데 그 비밀은 지켜질 수 있을까.

책은 아빠와 아이의 산책길을 조용하게 따라간다. 길지 않은 시간과 거리지만 둘은 많은 걸 경험하고 나눈다. 미안한 게 있으면 털어버리고, 고마운 게 있으면 알려주며, 사랑한다는 고백도 더없이 자연스럽다. 마침 산책하기 꼭 좋은 봄날이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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