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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럽과 동아시아 경제 격차, 언제부터 시작됐고 그 이유는?

입력 : 2016-03-26 03:00:00 수정 : 2016-03-25 19:3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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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후반 잉글랜드·양쯔강 지역 비슷한 수준
그후 급격히 차이 드러내… 서로 다른 역사의 길
서유럽과 중국 부침의 역사 통해 미시적 분석
케네스 포메란츠 지음/김규태, 이남희, 심은경 옮김/김형종 감수/에코리브르/3만원
대분기/케네스 포메란츠 지음/김규태, 이남희, 심은경 옮김/김형종 감수/에코리브르/3만원


“서유럽과 동아시아 사이에 경제 발전 수준의 차이가 크게 벌어지기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인가. 그 주된 이유는 무엇인가.” 이는 중국이 부상하면서 새로 떠오른 화두이다.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100여년 만에 다시금 세계 무대의 중심에 선 중국. 그러나 아직도 중국의 실체를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게 서유럽인들의 솔직한 속내이다.

미 시카고대 역사학 교수인 저자는 애초부터 서유럽인이 우수하다는 서구학계의 전통적인 시각에 반발한다. 이 책은 서유럽과 중국의 부침의 역사를 미시적으로 접근한 현장보고서다.

대서양으로 흘러드는 도루 강 하구에 위치한 포르투는 대항해시대 중심 도시의 역사를 안고 있다.
KBS 제공
저자는 18세기 중후반 서유럽(주로 잉글랜드)과 양쯔강 삼각주 지역을 비교 분석한다. 당시 두 지역은 경제적으로 가장 발달한 지역이었다. 두 지역 모두 인구가 크게 늘어난 인구 밀집 지역이었다.

1750년 무렵만 해도 잉글랜드와 양쯔강 하구 지역은 농업, 수공업, 생활수준, 과밀화 현상에 이르기까지 대부분 비슷한 양태를 보였다. 당시 두 지역의 생태 환경은 극도로 악화되고 있었다. 인구 증가와 함께 곳곳의 삼림이 파괴되어 숲의 면적이 줄고 낙후되었다. 18세기 말엽까지도 동아시아의 생활수준과 생산 관행은 잉글랜드와 비슷했다. 중국과 일본의 생산력 수준은 결코 서유럽의 그것에 뒤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 이후 상황이 급변해 두 지역의 차이는 빠른 속도로 벌어졌다. 두 지역은 제각기 다른 역사적 경로를 밟아간 것이 차이의 배경이었다.

잉글랜드와 서유럽은 아메리카에서 들여오는 엄청난 해외 자원과 값싼 화석 에너지(석탄)를 이용하는 지리적 이점을 한껏 이용했다. 부를 축적할 엄청난 기회를 잡은 시점이었다. 이 대목에서 저자는 우연의 역사를 끄집어낸다. 우연히 호기를 잡은 것이지 결코 인종적으로 서유럽인이 우수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은 이런 지리적 이점을 거의 볼 수 없었다. 18세기 말 19세기 접어들면서 당시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는 발전을 이룰 수 없었다. 인구 증가 및 에너지 비용의 증가에 따라 국민과 국가는 팍팍해졌다. 서유럽과 중국이 성장과 침체라는 서로 다른 역사적 경로, 다시 말해 ‘대분기’로 나아간 시기는 대략 19세기 이후였다. 석유와 이용법이 동아시아에 전래된 시기도 20세기가 다 되어서였다.

‘대분기’ 시대 서유럽은 대량생산과 거대 자본으로 자본집약적 산업생산을 이뤘다. 서유럽은 큰 돈을 벌었지만, 동아시아는 계속 노동집약적 생산 방식을 벗어나지 못했다.

서유럽은 아메리카에 대한 강제 지배 덕에 중심부인 잉글랜드에 값싼 양질의 식량과 원료를 들여올 수 있었다. 잉글랜드와 서유럽이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것은 대항해 시대의 진취적인 서유럽인이었기에 가능했다는 게 그간의 통설이었다. 저자는 이를 서유럽 중심의 사고방식이라고 비판한다.

저자가 이 책에서 말하려는 핵심은 “16~18세기 아시아 국가들도 서유럽 못지않은 경제 발전 과정에 있었다”는 사실이다. 서유럽과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의 운명이 갈린 ‘대분기’의 시점은 기껏해야 260여년 전이다.

저자는 진정한 의미의 세계화는 지금부터이며,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가 유럽을 넘어설지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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