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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북 제재 결의안과 연계 한반도 사드 배치 철회 압박

입력 : 2016-02-24 18:42:57 수정 : 2016-02-25 08: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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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해법 등 놓고 정면충돌 동북아 패권경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과 중국이 워싱턴 외무장관 회담에서 정면 충돌했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23일(현지시간) 미 국무부 청사에서 만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 문제와 북핵 해법,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 등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회담이 길어지면서 당초 이날 오후 3시15분로 예정됐던 기자회견은 오후 4시로 늦춰졌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오른쪽)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2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미·중 외교장관 회담을 끝낸 뒤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워싱턴=AP연합뉴스
◆사드 한반도 배치

한국과 미국은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응해 주한 미군의 사드 배치 문제를 협의하기로 했다. 중국은 한·미 양국의 이 같은 조치에 강력 반발하면서 사드의 한반도 배치 계획의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왕 부장은 이날 회견에서 사드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하지만 케리 장관과의 회담에서는 사드 배치와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안을 연계시키는 전략을 구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워싱턴의 한 외교 소식통이 전했다.

중국이 ‘이빨이 있는’ 대북 제재 결의에 동의하는 대신에 미국은 주한 미군의 사드 배치 계획을 철회하라는 게 중국 측의 제안이다. 왕 부장은 이날 회견에서 “다양한 불안정 요인들이 얽혀 있고, 이것들이 서로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여러 당사국이 긴장 고조를 막는 대화를 더 많이 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주한 미군의 사드 배치가 한반도와 주변국에서 긴장을 고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게 왕 부장의 주장이다.

케리 장관은 그러나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면 한국에 사드를 배치할 필요가 없다는 논리로 맞섰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핵무기 개발 및 핵탄두의 소형화를 통해 미국 본토를 핵무기로 공격하려는 목표를 추진하고 있어 사드의 한국 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케리 장관은 “사드 배치를 결코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면서 중국 측의 예봉을 피해 나갔다. 케리 장관은 또한 사드가 공격용이 아니라 방어용으로 운용되기 때문에 중국이 우려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평화협정 논의


케리 장관과 왕 부장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협정 문제를 어떻게 절충할지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두 장관은 평화 협정 논의의 필요성에는 서로 공감하는 태도를 보였다. 문제는 논의 절차와 방법이다. 케리 장관은 비핵화 논의를 하면서 그 연장선상에서 평화 협정 문제를 다뤄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그러나 왕 부장은 비핵화와 평화 협정을 동시에 논의함으로써 두 사안을 일괄타결하는 것이 바람직한 전략이라고 맞섰다. 왕 부장은 대북 제재와는 별개로 북한에 대화의 문을 열어 놓아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북핵 6자 회담 재개를 위해 미국이 협조해 달라고 요구했다. 6자 회담 테이블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협정 체결 문제를 함께 논의하자는 것이다. 왕 부장은 이날 회견에서 “우리의 제안에 당사국들 사이에 다른 견해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이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면서도 “비핵화 문제를 해결하면서 관련 당사국들의 우려를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비핵화에 협력하면 평화 협정을 통해 북한의 체제를 보장해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케리 장관은 “미국 대북 정책의 목표가 지속적인 응징에 있는 것이 아니라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돌아오게 하려는 것이고,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대화 테이블에 나와 협상에 응하면 궁극적으로 평화협정을 체결할 수 있다”고 맞섰다. 이는 ‘선 비핵화 후 평화협정’의 순서가 바람직하다는 미국의 기존 입장을 반영한 것이다.

K-9 자주포 부대 기동훈련 육군 K-9 자주포 부대가 24일 경기도 파주 접경지역에서 줄지어 이동하고 있다.
파주=연합뉴스
◆남중국해 영유권


남중국해 문제를 놓고는 설전이 벌어졌다. 왕 부장은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남중국해에서 항행의 자유는 문제가 아니다”면서 “이 지역에서 중국과 함께 영유권 분쟁 중인 필리핀과 베트남 등 아세안 국가들 모두 남중국해에서 안정을 유지할 능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왕 부장은 “남중국해 섬들이 고대부터 언제나 중국의 영토였고, 중국이 주권을 독립적으로 수호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케리 장관은 중국과 베트남을 비롯한 영유권 분쟁 국가들의 최근 조치가 군사적 긴장 고조의 악순환을 유발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케리 장관은 “우리가 하려는 일은 이 순환고리를 끊는 것”이라고 응수했다. 케리 장관은 “유감스럽게도 미사일, 전투기 등이 남중국해에 배치돼 있으며 이는 평화로운 무역을 위해 남중국해를 통행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큰 우려”라고 중국의 영유권 강화 조치와 분쟁 섬의 군사화 조치를 겨냥했다. 케리 장관은 회담에 앞서 기자들에게 “중국이 동아시아의 패권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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