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장미의 이름’으로 널리 알려진 이탈리아 출신의 세계적인 지성 움베르토 에코가 별세했다. 향년 84세.
20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주요 외신은 암 투병 중이던 에코가 전날 오후 9시30분쯤 이탈리아 밀라노의 자택에서 숨을 거뒀다고 현지 언론을 인용해 보도했다. 에코는 신학을 기초로 기호학, 미학, 철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학문적 업적을 쌓으면서도 소설과 에세이 등으로 대중과 끊임없이 소통한 20세기 최고의 지성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지난 19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자택에서 84세 일기로 별세한 세계적인 기호학자 겸 작가 움베르토 에코가 지난해 5월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자신의 마지막 소설 ‘누메로 제로(Numero Zero)’ 출판기념회에서 담배를 입에 문 채 독자들을 바라보고 있다. 파리=AP연합뉴스 |
그는 소설 ‘장미의 이름’(1980년)으로 이름을 알렸다. 14세기의 한 수도사가 연쇄 살인의 비밀을 파헤치는 과정을 그린 이 추리소설은 기호학과 성경에 관한 독창적인 해석으로 평단의 눈길을 끌었다. 이 작품은 40여개 언어로 번역돼 5000만부 이상 팔렸고 영화로도 제작됐다. 이후 집필한 소설 ‘푸코의 추’, ‘누메로 제로’ 등도 잇따라 베스트셀러가 됐다.
그는 생전 인터뷰에서 “승자보다 패자가 더 많은 세상에서 (나는) 소설을 통해 패자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그의 타계 소식이 전해지자 세르지오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은 “그의 에세이와 소설은 모든 곳의 문화를 풍요롭게 했다”고 추모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이제 도서관은 만족할 줄 모르는 독자를, 대학은 눈부신 업적을 가진 교수를, 문학계는 열정적인 저자를 잃었다”며 애도했다.
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