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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를 빛낸 지성, 천국의 도서관으로 떠나다

입력 : 2016-02-21 21:14:55 수정 : 2016-02-21 21: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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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베르토 에코 향년 84세 별세 “인간의 생각과 사상이야말로 사라지지 않는 유일한 존재다.”(움베르토 에코 생전 인터뷰 중)

소설 ‘장미의 이름’으로 널리 알려진 이탈리아 출신의 세계적인 지성 움베르토 에코가 별세했다. 향년 84세.

20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주요 외신은 암 투병 중이던 에코가 전날 오후 9시30분쯤 이탈리아 밀라노의 자택에서 숨을 거뒀다고 현지 언론을 인용해 보도했다. 에코는 신학을 기초로 기호학, 미학, 철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학문적 업적을 쌓으면서도 소설과 에세이 등으로 대중과 끊임없이 소통한 20세기 최고의 지성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지난 19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자택에서 84세 일기로 별세한 세계적인 기호학자 겸 작가 움베르토 에코가 지난해 5월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자신의 마지막 소설 ‘누메로 제로(Numero Zero)’ 출판기념회에서 담배를 입에 문 채 독자들을 바라보고 있다.
파리=AP연합뉴스
그는 1932년 1월 이탈리아 피에몬테 주 알레산드리아에서 태어났다. 에코라는 이름은 ‘하늘이 내려준 재능’(ex caelis oblatus)이라는 라틴어의 첫 글자를 딴 것이다. 어린 시절 가톨릭 계열 학교에서 공부한 에코는 토리노대에 진학, 중세 철학과 문학을 전공했다. 1956년부터 9년 동안 이탈리아나 라디오텔레비전(RAI)에서 문화 담당 편집자로 일하며 토리노 대학 강단에 섰다. 1971년 볼로냐 대학 최초의 기호학 교수로 임명된 에코는 1976년 ‘기호학 이론’이란 논문을 발표했다. 밀라노·피렌체 대학 등에서 미학, 건축학, 언어학을 강의했다.

그는 소설 ‘장미의 이름’(1980년)으로 이름을 알렸다. 14세기의 한 수도사가 연쇄 살인의 비밀을 파헤치는 과정을 그린 이 추리소설은 기호학과 성경에 관한 독창적인 해석으로 평단의 눈길을 끌었다. 이 작품은 40여개 언어로 번역돼 5000만부 이상 팔렸고 영화로도 제작됐다. 이후 집필한 소설 ‘푸코의 추’, ‘누메로 제로’ 등도 잇따라 베스트셀러가 됐다.

그는 생전 인터뷰에서 “승자보다 패자가 더 많은 세상에서 (나는) 소설을 통해 패자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그의 타계 소식이 전해지자 세르지오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은 “그의 에세이와 소설은 모든 곳의 문화를 풍요롭게 했다”고 추모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이제 도서관은 만족할 줄 모르는 독자를, 대학은 눈부신 업적을 가진 교수를, 문학계는 열정적인 저자를 잃었다”며 애도했다.

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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