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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집·술집 차린 정치인들…변신은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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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2-07 14:01:58 수정 : 2016-02-07 14: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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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과 밥집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공식 정치 업무는 국회 본청과 의원회관, 당사에서 하지만 ‘비공식 업무’는 상당 부분 음식점에서 이뤄진다. 낮에 꽉 막혔던 여야간 협상이 밤에 술과 밥을 놓고 하면 술술 풀리는 경우도 있다. 각종 계파 모임이나 언론 접촉도 음식점에서 심심찮게 열린다.

재밌는 것은 음식점을 들락날락 하던 정치인들이 아예 직접 가게를 차리는 사례도 종종 있다. 특히 정치 중심부에서 밀려나 야인 신세가 됐을 때 호구지책겸 지인들과의 만남을 게을리하지 않기 위해 밥집 주인장으로 변신하기도 한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입당으로 화제를 모은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도 대표적이다. 조 전 비서관은 지난해 4월부터 홍대 앞에서 해물 요리 전문점 ‘별주부짱’을 운영해왔다. 그는 그곳에서 직접 손님도 맞고 서빙도 하며 ‘억울하게’ 청와대에서 쫓겨난 울분을 달래며 지냈다. 그가 더민주행을 택했을 때 인터넷 유머사이트에선 그를 ‘별주부짱 서텨맨’으로 부르기도 했다.

청와대 출신 음식점 주인은 그가 처음이 아니다. 국군사이버사령부의 2012년 대선 정치댓글 의혹과 관련돼 결국 군복을 벗은 연제욱(56·육사 38기·예비역 소장) 전 청와대 국방비서관도 2014년 8월부터 서울 신림동쪽에서 스테이크 전문점을 운영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수행비서출신인 김재윤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도 서울 여의도 인근에 냉면집 ‘한주면옥’을 차렸다.

노무현 정부의 이강철 전 청와대 정무특보도 2006년 종로 통의동에 ‘섬횟집’이란 음식점을 열었다. 당시 청와대 현직 특보가 횟집을 차린 것에 대해 주변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았다. 이 전 특보는 이에 대해 “내가 (무보수 명예직이라) 생활비를 가져다 줄수 없는 형편이어서 지금까지 처가 대구에서 횟집 등을 하며 생활을 책임져 왔다”며 “그런 차원에서 처가 개업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광재, 서갑원 전 의원도 노 대통령이 1996년 15대 총선에서 떨어지자 종로구 청진동 뒷골목에 ‘소꼽친구와 불알친구’라는 주점을 열었다. 종로 지역구에 아지트를 만들고 정치자금도 조달해보자는 생각에서 가게를 열었지만 외상 손님만 들끓어 결국 2년만에 문을 닫았다고 한다.

노 전 대통령 본인도 밥집 운영에 손 댔다. 노 전 대통령은 1996년 총선에서 고배를 마신 뒤 김원웅· 원혜영· 박계동 의원들과 함께 서울 강남에 ‘여름의 난로, 겨울의 부채’라는 뜻의 ‘하로동선’(고깃집)을 열어 약 2년간 운영했다.

김대중 정부에서 최대 실세였던 권노갑 전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도 야당시절부터 오랫동안 부인이 영등포 롯데백화점 식당가에서 돈까스 전문점을 운영해 생활비를 조달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정치인들이 창업한 음식점이라고 해서 한국사회의 자영업 불황을 피해갈 수는 없다. 이들은 다른 자영업자들처럼 불황속에 손님을 줄고 인건비와 재료비는 상승하면서 수지타산을 맞추기 힘들었다는 하소연한다. 대부분 창업 후 3년을 넘기지 못하고 운영난으로 문을 닫았다. 조응천 전 비서관도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식당 해서 먹고사는 건 진짜 힘들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하지만 이들은 단순히 돈벌이때문이 아니라 사람들과 자주 만나고 세상살이도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개업했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는 후회가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김동진 기자 bluewin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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