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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겉만 화려한 한국… 후퇴한 혁신역량 순위

입력 : 2016-01-26 18:41:55 수정 : 2016-01-27 09: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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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하는 국가 혁신 역량] 논문·특허 양산에도 질적 경쟁력은 낮아… 겉만 화려하다
“혁신 주체 역량 하락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혁신활동 역량이 취약해지면 한국 기업의 미래는 없다.”(과학기술정책연구원 2015 글로벌혁신 스코어보드) 우리나라는 연구개발(R&D)에 많은 돈을 쓰기로 유명한 나라다. 정부 R&D 자금 규모에선 세계 6위이며 GDP 대비 R&D 비중으로는 세계 1위다. 이처럼 국가와 민간이 해마다 막대한 예산을 R&D에 쏟아붓고 나라 밖에선 ‘혁신국가 1위’ 등의 영예까지 부여하고 있는데 한국 혁신 역량이 세계 주요 38개국 중 중위권에 불과하며 이조차 하락 중이라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특히 조사를 수행, 보고서를 작성한 곳이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과 함께 우리나라 과학 정책 브레인 역할을 하는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이라는 점에서 보고서가 던지는 의미가 남다르다. 국제경영개발원(IMD), 세계경제포럼(WEF) 등 세계 여러 기관에서 앞다퉈 발표하는 국가순위가 들쭉날쭉한 상황에서 국책기관이 직접 국가 혁신 역량을 최초로 점검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보고서 곳곳에는 국책연구기관임에도 불구하고 국가경쟁력 악화를 우려하는 연구진의 고민이 가감없이 드러나 있다.

많은 공을 들인 이번 조사에서 연구원은 특히 ‘투입-진행-성과’식의 단순한 실적 파악 대신 국가 혁신의 전체 생태계와 각 혁신 주체별 역량 등을 비교, 평가하는 방식을 택했다.

연구원은 이를 위해 혁신의 주체·활동·환경·시장·조정 영역을 건강성·다양성·역동성으로 나눠 총 86개 지표를 조사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을 중심으로 총 38개국을 비교 대상으로 선정했다.

그 결과 종합순위인 ‘글로벌 혁신 종합지수(GII)’에서 우리나라는 1점 만점(1위 미국 0.68점)에 2007년 17위 0.48점, 2010년 17위 0.47점, 2013년 18위 0.44점으로 점수가 계속 떨어졌다.

과학기술 종합지수 역시 우리나라는 2007년 7위에서 2010년 14위로 추락한 후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투자에서는 높은 경쟁력을 나타내고 있지만 논문·공동연구 등 그 결과물의 산출에선 경쟁력이 낮다. 특히 보고서는 대학 논문의 숫자와 기업의 혁신 역량, 특허의 양적 수준은 높지만 논문 수준과 역량은 저조하다고 지적했다. 연구논문의 양과 질, R&D 규모 등을 따지는 대학 혁신 역량은 한국이 2013년 38개국 중 25위에 머물렀다. 정부 연구기관 역시 부실하긴 매한가지여서 26위에 머물렀다. 

기업 역시 극소수 대기업의 활약에 따른 착시효과를 거둬내면 혁신 역량이 빈약한 것으로 추정된다. “기업의 양적 규모 등은 세계 최상위 경쟁력을 가지고 있지만 이는 일부 글로벌 기업의 높은 성과에 의한 것으로, 일반 기업 혁신 역량을 끌어올리지 못하면 향후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보고서 진단이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 강희종 전문연구원은 “대기업 혁신 때문에 국가 경제가 좀 버티고 ‘우리가 상위권’이라고 착각하는데 이를 거둬내면 혁신 역량이 많이 떨어지고 있다”며 “이대로라면 국가경쟁력 유지가 어려운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외 혁신 주체·활동·환경·시장·조정 등 혁신 영역 전반에 걸쳐 우리나라는 주요국에 뒤진 상태였다. 특히 혁신유형과 과정, 성과를 평가하는 혁신 활동 역량에선 전체의 26위로 평균 이하 수준을 나타냈다. 또 지식재산권 보호 정도, 기술 규제의 기업 발전·혁신 지원 정도 등이 반영되는 정부 주도의 혁신 조정 역량 역시 25위로 저조했다. 보고서는 “혁신 생태계 조성을 담당하고 있는 정부 기능의 취약성이 확인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에서 가장 우려되는 대목은 혁신 생태계의 양극화다. 소수이나 활발한 혁신 주체 활동에 정부 지원이 더해져 높은 성과를 배출해내는 선순환 생태계와 혁신에 참여하지 않고 정부 지원도 ‘성적불량’ 때문에 받지 못하는 다수로 이뤄진 생태계가 별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양쪽 상호작용도 없어 정부가 혁신 파트너 연계 등의 대책으로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지난 6년간 중국 기업 역량이 급격히 상승하고 한국 기업 역량이 감소하면서 우리나라 시장 역량이 9위에서 13위로 하락했는데 시장 사수 및 확대를 위해서는 국내 기업·연구기관·대학이 ‘뼈를 깎는 혁신’을 수행해야만 시장에서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이 보고서 결론이다.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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