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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임시완 “배우가 된 것, 죄책감도 느껴”

입력 : 2016-01-24 13:58:00 수정 : 2016-01-26 18: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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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스타에서 배우로 탄탄대로를 걷고 있는 주인공 임시완(27)이 ‘오빠생각’(감독 이한)으로 1월 극장가 돌풍을 일으켰다.

‘오빠생각’은 한국전쟁이 발발한 1950년대를 배경으로 참혹한 전쟁터 한 가운데에서 시작된 어린이 합창단 실화를 그린 작품. 임시완은 전쟁터에서 가족도, 동료도 잃은 채 아이들에게 노래를 가르치며 상처를 치유해나가는 ‘한상렬’ 소위로 분해 호연을 펼쳤다.

경이적인 시청률을 기록한 ‘해를 품은 달’(2012)로 연기에 입문한 임시완은 그동안 영화 ‘변호인’(2013), 드라마 ‘미생’(2014) 등 출연작마다 흥행을 이끌며 배우로서 입지를 견고히 했다.

이제 스크린 원톱 주연까지 나선 그는 ‘완득이’ ‘우아한 거짓말’ 등 따스한 시선으로 우리 사회를 바라봐온 이한 감독과 의기투합해 관객들을 1950년 전쟁 한복판으로 소환해내는 데 성공했다. 얼마 전 임시완을 만나 영화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와 연기관을 들을 수 있었다.

하얀 피부에 해맑은 미소를 달고 사는, 말 그대로 ‘꽃미남’ 자체인 그가 작품에서만큼은 선 굵은 카리스마를 내뿜는 힘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지 궁금했다.

자신이 배우가 될 줄은 몰랐다는 그는 우리나라 수많은 배우지망생들에게 죄책감도 느낀다고 했다. “그러니까 좋은 배우가 될 때까지 작품 계속하게 해 주세요”라는 그에게서 진심어린 열망이 느껴졌다. 대중이 그를 좋아하는 이유가 ‘어쩌다’는 아닌 것 같아 인터뷰 내내 흐뭇한 미소가 흘렀다.

다음은 임시완과 나운 일문일답이다.

-영화의 어떤 매력에 끌려 출연을 결심했나.

▲ 전쟁이 일어날 때도 하늘은 여전히 맑잖아요. 처참하고 어둡고 침울한 순간에도 어린 아이들, 순수한 존재는 여전히 빛난다는 메시지가 좋았어요. 물로 고증된 부분을 알아가고 캐릭터를 이해하는 과정이 힘들었지만 그런 건 당연히 배우로서 해야 하는 노력이니까.

-고아성(박주미 역)과의 멜로신이 없어 아쉬웠다는 평도 있었다.

▲ 저 역시 아쉽죠. 멜로는 다다익선(多多益善)으로 접근하려 하는데, 아직까지 그런 기회가 별로 없네요.(웃음) 그렇지만 이 영화를 멜로로 접근한다면 근본 메시지를 흐릴 것 같았기 때문에 지금 스토리에 만족해요.

-아이들과 촬영하면서 에피소드는 없었는지.

▲ 영화를 미리 본 분들이 대부분 좋은 평을 해주셔서 감사했어요. 그런데 팔이 안으로 굽은 건 아닌지 아직은 알쏭달쏭해요. 개인적으로 제가 나오는 부분은 아쉬웠죠. ‘저게 최선이었을까’ 자꾸 되뇌게 돼요. 주연이라 그런지 첫 영화 ‘변호인’ 때보다도 맘이 편하지 않아요.

-어깨가 많이 무거울 것 같다,

▲ 걱정이 없지 않아 있어요. 전작에선 송강호 선배님이란 든든한 버팀목이 있었는데, 지금은 기댈 곳이 없는 느낌이랄까. 이희준씨나 고아성씨 모두 저보다 경력 많은 선배들인데, 동료처럼 편한 느낌이거든요. 오히려 동구(정준원)나 순이(이레)에게 심적으로 기댄 것 같아요.

-전작에 이어 두 번째 시대극 출연인데, 비극적인 역사에 대한 공부도 많이 됐을 것 같다.

▲ 아무래도 그동안 우리역사를 아는 데 소홀했다면, 심도 있게 알게 된 계기가 된 것은 맞아요. 그 시대를 지나온 분들에게 자문도 많이 구했고, 머릿속에 추상적이었던 부분에 대한 밑그림도 미리 그려보고는 했죠.



-2012년 ‘해를 품은 달’ 이후 4년 만에 스크린 원톱을 꿰찼다. 대중이 왜 임시완이란 배우를 원한다고 생각하나.

▲ 분명한 점은 실제 저보다 더 좋게 봐주시는 분들이 많다는 거예요. 대중이 좋아하는 건 제 이상적인 모습이죠. 그래서 이상적인 모습에 실제로도 조금이나마 따라가려고 애써요. 착한 이미지도 마찬가지예요. 전 평소 조용하고, 누구 앞에 나서는 스타일이 아니거든요. 그게 착하다는 의미는 아니잖아요. 그런데 다들 착하게 봐주시니까 더 착한 척하려고 노력하게 되죠.(웃음)

-제국의 아이들 광희씨와 시완씨는 뭐든 열심히 하려는, 그런 절실한 느낌이 있다.

▲ 뭐 하나 허투루 하고 싶지 않아요. 연기는 남들보다 쉽게 기회를 잡은 거잖아요. 지금도 그 연장선에 있고요. 연기 하나만 바라보고 사는 사람들에게는 상대적 박탈감이 클 거라 생각해요. 그런 죄책감을 조금이라도 덜어내기 위해서라도 조금도 가벼이 행동하지 않으려고 해요.

-‘자연인’ 임시완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다.

▲ 하하. 전 현실에 너무나 순응 잘하는 사람이에요. 순종적인 편이죠. 모범생이나 순둥이 스타일이랄까. 연애든, 인간관계든 조화를 가장 먼저 추구하는 것 같아요.

-언제부터 연예계를 꿈꿨나.

▲ 원래 가수가 꿈은 아니었어요. 공대에 들어갔는데, 고등학교 4학년과 다를 바 없는 현실이 펼쳐져 있더라고요. 미분, 적분, 통계역학…. 머리가 아팠죠. 그때 무턱대고 가요제에 나가서 노래를 했는데, 그때 지금 회사 관계자와 접촉이 돼서 오늘에 이르렀어요. 연기는 적성에 썩 맞는 것 같아요. 두루두루 많은 걸 습득하는 것보다 한 가지를 깊게 파고드는 게 매력적이에요. 그게 제 성격과도 잘 맞아요.

-‘미생’ 이성민 배우가 매우 사랑하는 후배라고 하더라.

▲ 선배님과 연기하는 게 진심으로 좋았어요. 선배님과 연기하면 현장에서 배우는 게 정말 많죠. 제 머릿속에 그려놓은 그림들이 있는데 그걸 바꾸실 때도 있어요. 그러면 현장에서 당황스럽기도 한데, 항상 좋은 방향으로 바뀌거든요. 그런 과정에서 배우게 되죠. 저도 그런 경지에 오를 수 있도록 아무쪼록 연기를 계속 시켜주셨으면 좋겠습니다.(웃음)

-연기를 하는 데 있어 롤모델이 있는지 궁금하다

▲ 모방을 못해요. 시행착오가 한 번 있었거든요. ‘트라이앵글’이란 드라마를 할 때였는데, 그 때 처음 맡은 악역이라 ‘변호인’의 곽도원 선배님을 따라해보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그런데 결과적으로 그러면 안 된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죠. 외면만 따라가려다 보니까 내면이 충족되지 않았고, 그러다 알맹이 없는 연기자가 될 수 있겠구나 하는 걸 깨달았어요. 그래서 지금도 다른 작품은 잘 못 봐요. 제겐 ‘○○ 닮았다’는 평이 상처가 돼요. 그런데 그런 것조차 제가 해결해야 할 숙제겠죠.

-‘완득이’ 이한 감독과의 작업은 어땠나.

▲ 감독님은 정말 현장을 즐기세요. 참 좋은 분이시고요. 제게 예술하는 사람에 대한 편견을 깨주셨어요. 감독님은 부드럽고 우아하고 푸근한 느낌인데 작업할 땐 매우 섬세하세요. 손끝부터 발끝까지 신경이 다 살아 움직이는 느낌이랄까. 감독님은 “이 영화를 보고 한 명이라도 더 순수한 사람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하셨죠. 그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해요.

-최근 들어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있었다면.

▲ 이희준, 고아성 선배와 함께 ‘런닝맨’ 나간 거요. 너무 즐거웠어요. 일이 아니라 수련회 온 기분이었다니까요.(웃음)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한윤종 기자 hyj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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