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F-X 상상도. |
방위사업청이 지난 28일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한국형전투기(KF-X) 체계개발 계약을 체결하면서 10년 넘게 사업 타당성 조사만을 반복하던 KF-X는 본격적인 개발단계에 진입하게 됐다.
김시철 방위사업청 대변인은 28일 브리핑에서 “계획했던 KF-X 계약시점은 6월이었으나 인도네시아와 협상 지연, 국산화 개발 등을 이유로 미뤄졌다”며 “개발기간은 10년 6개월로 체계개발은 2026년 상반기까지 완료되고 같은 해 하반기에 양산이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개발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2026년에는 스텔스 기능을 갖춘 4.5세대 KF-X가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하지만 일본이 '심신'(ATD-X) F-3 스텔스 전투기를 독자 개발하고 있고, 중국 역시 J-20과 J-31을 개발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우리나라가 10년 이상 뒤쳐져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 日 '심신' 전투기 내년 초 시험비행
현재 일본이 개발중인 F-3 전투기는 시험비행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 28일 산케이 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F-3 전투기는 내년 1월 지상 활주를 비롯한 일련의 시험 일정을 마무리하고 2월 중 첫 시험비행에 나설 예정이다.
일본 미쓰비시 중공업이 2009년 개발에 착수한 F-3는 지난 3월 방위성에 인도될 계획이었으나 내년 3월로 일정이 연기됐다. 첫 시험비행 일정도 수차례 조정됐다.
일본이 국산 전투기 시험비행에 나서는 것은 F-2를 개발한 이후 20여년 만이다.
적의 레이더에 탐지되지 않는 스텔스 기술을 적용한 F-3가 시험비행에 성공하면 일본은 미국, 러시아,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4번째로 스텔스 전투기를 개발한 나라가 된다.
F-3는 전장 14m에 전폭 9.10m인 F-3은 순항속도 1963km/h, 항속거리는 2960km다. 400억엔(3770억원)을 투입해 1인승 1대만 제조됐다. 시험비행 직후인 내년 3월 방위성이 미쓰비시 중공업으로부터 인계받아 일본 중부 기후(岐阜) 공군기지에서 스텔스 성능과 기동성 등을 중심으로 기술 검증에 돌입한다.
일본의 F-3 `심신` 전투기. |
F-3는 일본의 독자적인 항공우주기술 연구 기반을 유지하는 기술실증기 성격을 띠고 있지만, F-2 전투기를 대체할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평가다.
F-3가 전력화되면 일본은 주변 안보 환경 변화 속에서 국산 스텔스 전투기와 미국제 F-35를 함께 배치해 대응할 수 있게 된다.
중국이 J-20와 J-31 스텔스 전투기를 개발하는 상황에서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의 항공 우세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F-35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F-3의 전력화 가능성은 충분하다.
◆ 이제야 KF-X 개발 들어간 한국
일본이 F-3의 첫 시험비행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우리나라는 10년 동안 사업 타당성 조사를 반복한 끝에 지난 28일 KF-X 개발의 첫 걸음을 땠다.
주무부처인 방위사업청은 80여명 규모의 ‘KF-X 사업단’을 구성해 사업관리를 전담할 방침이다. 내년 초 출범할 KF-X 사업단은 체계총괄팀, 체계개발팀, 국제협력팀, 민군협력팀으로 구성되며 자문위원회와 통합기술지원실 등이 추가된다.
국산 T-50 고등훈련기. |
국방부 역시 이달 초부터 ‘KF-X 사업 지원팀’을 구성해 방사청을 측면 지원하고 있다. 공군장교 9명으로 구성된 지원팀은 미국과의 기술이전 등 해외 협력 분야를 중심으로 업무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고위관계자는 “사업 초기에는 기술이전 등 지원팀의 업무가 많겠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사업 일정이 안정화 단계에 이르면 업무 비중이 줄어들 것”이라며 KF-X 사업단이 업무의 중심이라고 강조했다.
개발업체인 KAI 역시 경남 사천 본사에서 1500여명의 연구인력을 수용할 수 있는 ‘항공기 개발센터’를 준공했다. KAI는 이르면 2021년 KF-X 시제기를 출고할 예정이다.
KF-X 개발 사업이 본궤도에 올랐지만 풀어야 할 과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과거의 항공기 개발 사례를 보면, 전체 개발비의 60% 이상이 개발 초기에 쓰인다. KF-X 사업 역시 개발 초기에 전체 예산의 50%가 반영된 상태다. 하지만 내년 예산이 방사청 요구액(약 1600억원)의 절반도 채 되지 않은 670억원만 확정돼 개발 일정에 차질이 우려된다.
방사청은 2014년도 KF-X 예산 약 200억원과 올해 예산 약 500억원을 합치면 사업을 진행하는데 지장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현 정부 임기가 끝난 직후에도 예산이 제대로 반영될지는 미지수다. 이는 KAI의 KF-X 투자금의 환수 문제와도 맞물려 있어 향후 논란의 불씨가 될 수 있다.
지난 9월 이후 지속적으로 제기된 KF-X 기술이전 문제 역시 해결과제로 남아있다.
국방과학연구소(ADD)가 개발한 AESA 레이더 시제품. |
방사청은 지난달 30일 미국과 ‘큰 틀에서 합의했다’는 입장이지만 기술이전 항목의 세부 내용을 놓고 미측과의 줄다리기가 불가피하다.
미측과의 협상이 단기간에 끝나기 어려운만큼 방사청은 일단 체계개발 계약을 체결해 KF-X 사업을 시작하면서 기술이전 협상을 진행하는 ‘투 트랙’ 전략을 밀고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미국의 기술이전이 불가능할 경우에 대비해 유럽 등 제3국과의 협력 가능성도 열어놓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주변국보다 먼저 '국산전투기 개발'을 선언하고도 10년의 격차가 벌어진 데 따른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 기술 발전 속도가 점차 빨라지면서 기술의 진부화 역시 가속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2010년대 기술이 2030년대 전장에서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군 소식통은 "10년 동안 사업 타당성 조사를 반복하면서 시간을 많이 허비한 측면이 있다"며 "주변국보다 늦게 시작한 만큼 기술적 격차를 따라잡을 수 있도록 개발 전략을 구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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