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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의 땅, 가능성의 땅으로 데려다준 안내자… 철도는 인류의 노스탤지어

입력 : 2015-12-18 20:02:10 수정 : 2015-12-18 20: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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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기관사와 떠나는 근대 발명품 ‘철도’ 여행
태어나서 한 곳서만 살아야했던 인류의 삶 바꿔
때로는 전쟁·수탈 도구로….철도의 역사 한눈에
박흥수 지음/후마니타스/2만원
달리는 기차에서 본 세계/박흥수 지음/후마니타스/2만원


기차와 철도의 매력은 설렘이다. 여행하는 사람들은 모두 취한 듯하다. 여행한다는 설렘과 주기적인 철도 레일의 소음은 태아가 듣는 어머니의 심장 소리와 같다고 했다.

현직 철도기관사 박흥수가 쓴 ‘달리는 기차에서 본 세계’는 철도여행의 설렘을 선사한다. 예컨대 시베리아 횡단열차는 많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어울리는 공간이다. 미 대륙을 가로지르는 암트랙 철도는 각양각색의 피부색이 모이는 인종 전시장이다. 마치 철도는 인류의 노스탤지어라고나 할까. 철도가 근대의 위대한 발명품인 만큼 철도 역사는 곧 근대의 역사였다. 철도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한 곳에서 살아야 했던 평범한 사람들을 미지의 땅, 가능성의 땅으로 데려다 주었다.

길게 뻗은 관광열차가 시베리아 횡단 노선에 있는 바이칼호 수변지대를 지나고 있다.
후마니타스 제공
일제강점기엔 왕왕 도쿄에서 유럽행 열차표를 끊는 것이 가능했다. 손기정과 남승룡이 바로 이 열차를 타고 베를린에 도착해 한국인의 기개를 드높였다. 이들은 도쿄역에서 출발해 시모노세키역을 거쳐 부관 연락선을 타고 부산에 도착했다. 이어 만철, 시베리아 철도를 타고 모스크바, 베를린으로 가는 2주간의 철도여행을 했다. 1940년경에는 한 달에 120명 정도가 도쿄에서 유럽행 열차를 탔다고 전한다.

저자는 ‘지금도 남만주 다롄에서 창춘과 하얼빈까지 만철을 타면서 답사하고 싶고, 마추픽추 철도·쿠바 철도도 타보고 싶고, 미 대륙 횡단열차도 타고 싶다’는 꿈을 꾸고 있다.

그러나 근대기 철도는 이런 노스탤지어하고는 거리가 멀었다. 인류 역사를 반추해보면 철도는 쓰라린 추억으로 축적된 시공간이었다. 때로 끔찍한 전쟁도구였다. 식민지 침탈과 수탈의 도구가 되었다. 영국의 증기기관차 개발은 석탄 생산성을 비약적으로 증가시켰다. 1825년 세계 최초의 정식 철도가 영국에서 운행되었다. 스톡턴∼달링턴 구간을 달린 조지 스티븐슨의 기관차 로코모션 1호가 그것이었다. 시속 15km도 안 되는 보잘 것 없는 속도였다. 하지만 기관차 한 대가 말 수백 마리를 동원해야 끌 수 있는 화물을 운송했다. 당시로선 천지 개벽이었다. 하지만 산업혁명기 거대 철도 공사는 더 이상 먹고살 곳이 없는 가장 가난한 사람들의 몫이었다. 영국 철도 공사의 주역은 아일랜드 이민자들이었다. 아일랜드에 대기근이 발생하는 바람에 수만명의 노동자들이 영국으로 몰려들어 철도공사가 가능해졌다. 영국은 아일랜드 대기근을 ‘하나님의 심판’이라 했다. 그 하나님의 심판 덕에 영국의 철도는 쭉쭉 뻗어 나갈 수 있었다.

그러나 고속열차가 달리는 지금 철도는 소통과 연결의 도구로서 더할나위 없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저자는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적대적 갈등을 불식시키고 더 가난한 나라와 사람들에게 희망을 나르는 착한 거인이 되고 있다”면서 “그 출발점이 서울과 평양, 신의주를 잇는 노선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 간절한 바람이다. 서울역에서 런던행과 파리행 열차표를 끊을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20여년전 일본에서 ‘철도원’이란 영화가 대단한 인기를 끌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철도 여행의 낭만과 세계 철도 역사를 쉬운 글로 전하고 있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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