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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한상균 체포영장 집행 시도 배경은

입력 : 2015-12-09 18:51:43 수정 : 2015-12-09 23: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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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한 법 집행’ 여론 앞세워 공권력 행사 경찰이 9일 조계사에 피신 중인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에 대한 영장 집행을 시도한 것은 더 이상 결단을 미룰 수 없다는 경찰 내부의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자승 총무원장이 막판 중재에 나서면서 한 위원장 체포를 하루 뒤로 연기하긴 했지만, 정당한 법 집행을 요구하는 여론을 확인한 것은 적지 않은 수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관음전의 한상균 조계사에 피신 중인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9일 서울 조계사 관음전에서 창문 사이로 밖을 살펴보고 있다.
이제원 기자
경찰은 한 위원장이 조계사로 도피한 지난달 16일부터 줄곧 종교시설 특수성을 감안해 강제 진입은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경찰의 방침은 한 위원장이 거취 결단을 내리기로 조계종 화쟁위원회가 약조한 날인 6일을 넘기면서 급변했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7일 기자간담회에서 한 위원장의 거취문제와 관련해 다각적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뒤 다음날 긴급 간담회에서는 ‘8일 오후 4시’로 구체적인 자진출두 시한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구은수 서울지방경찰청장이 직접 조계사를 방문해 화쟁위원장인 도법 스님과 회동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지만, 조계종 측이 응하지 않았다.

경찰은 한 위원장이 밝힌 거취 결정 시한을 끝까지 기다렸고, 조계종에 공식적인 접촉 시도를 했다는 점에서 검거 작전에 무리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던 것으로 보인다. 경찰청의 고위 관계자는 “강제 진입을 하기 전에 경찰이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다 시도한다는 차원에서 차곡차곡 단계를 밟아나가는 과정이었다”고 설명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9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에 대한 경찰의 영장 집행 방침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조계사 신도회 등이 두 차례에 걸쳐 한 위원장의 강제 퇴거를 시도하는 등 한 위원장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된 것도 경찰에 힘을 실어줬다. 법원을 통해 체포영장과 구속영장이 발부된 상황에서 경찰이 정당한 법 집행을 계속 주저하고 있다는 인식이 퍼지면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위기감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경찰 일각에서는 자칫 지난달 14일 ‘1차 민중총궐기’ 집회 때 물대포를 맞고 중태에 빠진 농민 백남기(69)씨의 건강이 악화될 경우 그간 쌓아온 영장 집행 명분이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강 청장을 비롯한 경찰 수뇌부는 영장집행 연기 결정을 내리기까지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위원장 체포 작전이 거칠게 진행될 경우 불교계의 반발을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경찰이 자승 총무원장의 중재를 수용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그러면서도 경찰은 체포영장 집행 연기가 공권력의 양보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한 경찰 관계자는 “한 위원장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이 불교나 조계종과의 관계가 아닌 법질서 수호와 공권력 확립 차원의 매우 엄정한 사안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조계사에 피신 중인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검거를 위한 경찰의 공권력 투입 시한이 다가오는 가운데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 앞에서 퇴거 찬성과 반대의 시민들이 언쟁을 하고 있다.
이제원기자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경찰이 종교계의 눈치를 보느라 정당한 법 집행을 머뭇거린다는 인상을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조계종이 정당한 법 집행과 공권력의 원칙보다 위에 있을 수 없는 만큼 더 이상 검거작전을 미루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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