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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 중재' 능력 한계… 조계사 복잡한 속내

입력 : 2015-12-09 18:56:01 수정 : 2015-12-09 23:2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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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책임 정부에 있다’ 경고는 대화·타협 통한 해결 명분 축적용…`‘공권력 막지못했다’ 후폭풍 우려 경찰이 9일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의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 보류 요청을 경찰이 받아들이면서 한 위원장 사태는 일단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그동안 이번 사태에 직접 개입하지 않았던 자승 스님이 전면에 나선 건 조계사에 대한 공권력 투입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막아야겠다는 인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9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에 대한 경찰의 영장 집행 방침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자승 스님을 비롯한 조계종은 그동안 한 위원장과 정부 사이의 중재를 화쟁위원회(위원장 도법 스님)에 일임하고 한 발짝 물러서 있었던 게 사실이다.

관음전의 한상균 조계사에 피신 중인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9일 서울 조계사 관음전에서 창문 사이로 밖을 살펴보고 있다.
이제원 기자
하지만 화쟁위의 중재 노력이 벽에 부닥치고 한 위원장을 상대로 한 ‘자진 퇴거’ 설득이 먹혀들지 않자 자승 스님도 종단 최고지도자로서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경찰병력이 조계종을 상징하는 상징적 공간인 조계사에 투입되면 종단도 분열과 대립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가능성이 큰 까닭이다. 한국 불교의 총본산인 조계사가 공권력에 ‘짓밟히는’ 사태를 막지 못했다는 책임론에 휩싸일 것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아무리 종교시설이라고 하더라도 정당한 법집행을 막는 건 곤란하지 않으냐는 여론이 거세진 것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조계사에 피신 중인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검거를 위한 경찰의 공권력 투입 시한이 다가오는 가운데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 앞에서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대표단이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제원기자
자승 스님은 화쟁 원칙을 통해 이번 사태를 풀겠다는 의지를 밝힌 셈이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급한 불을 껐을 뿐이다. 자승 스님이 어떤 방식으로 한 위원장 거취 문제를 풀 것이냐가 관건이다. 그가 10일 정오까지를 시한으로 제시한 만큼 이때까지는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 도법 스님이 9일 경찰진입이 임박한 시점까지 한 위원장과 대화를 나눈 만큼 어느 정도 접점을 찾은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한 위원장이 그동안 말을 자주 바꿨던 점을 고려할 때 조계종이 그를 설득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9일 오후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피신 중인 서울 종로구 조계사 앞에 경찰 병력이 배치된 가운데 한 농민이 경찰의 물대포 발사에 항의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제원 기자
조계종이 시한까지 한 위원장 거취 문제를 매듭짓지 못하면 종단도 타격을 입을 공산이 크다. 사회적 갈등 중재 능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이 고개를 들 수밖에 없다. 종단 내부의 갈등 또한 커질 수 있다.

정성수 문화전문기자 tol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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