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단다. 부모가 걱정하고, 의사까지 경고했지만 소년은 웃을 뿐이다. 건강을 위해 입안의 행복을 포기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게 없다고 생각한다. 잉글랜드 대거넘에 사는 해리 파머(14) 이야기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 등 외신들에 따르면 해리의 체중은 약 107kg. 또래와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차이 난다. 해리의 부모는 한창 먹을 나이라고 애써 위안하지만, 한편으로는 살찐 아들을 보면 건강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돼 한숨을 내쉴 때도 있다.

해리는 활발한 아이다. 자기 방에서 노래 부르는 영상을 게재해 유튜브에서도 이름을 알린 적 있다. 학교에서는 광대 노릇을 톡톡히 한다. 유쾌한 성격 덕분에 친구들에게도 인기가 많다.
“어린 시절을 좀 즐기게 놔두세요. 누구나 어릴 적에는 행복할 권리가 있다고요. 건강하게 살려고 채소만 먹으라고요? 그러면 제 청소년기는 끔찍한 기억만 남을 거라고요. 살은 나중에 커서 빼면 되는 거 아닌가요? 나중 일은 나중에 가서 생각하면 돼요.”
최근 영국 채널5와의 인터뷰에서 해리가 당차게 내뱉은 말이다. 그의 주장에 해리 부모는 말을 잃었다. 건강하게 자라야 나중에 성인병 위험이 줄어들지만, 조목조목 할 말 다하는 아들의 성격에 부모도 두 손 든 것으로 보인다.
해리의 아빠 배리는 한숨만 내쉬었다. 그는 “냉장고를 건강식품으로 채울 수만 없는 노릇”이라며 “채소나 과일 등으로 가득 찬 냉장고를 본 아들은 매번 어지럽혀 놓는다”고 말했다. “자기 인생 자기가 산다는 아들을 앞에 두고 우리가 뭘 할 수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이런 가운데 해리는 자기 생각을 조금이라도 바꿀 기회를 최근 얻었다. 비행기 조종사가 꿈인 그가 파일럿이 되려면 체중을 줄여야 한다는 의학 전문가의 소견을 받게 된 것이다.
잠시나마 아들 생각이 바뀔까 희망을 품었던 배리는 고개 숙였다. 해리의 체질량지수(BMI) 측정 결과, 고도비만에 해당하는 37.2라는 결과가 나왔는데, 파일럿 최대 BMI 기준인 35와 2.2 밖에 차이 나지 않음을 알게 된 것이다.

해리는 신났다. 그는 초과한 BMI는 언제든 조절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의사가 “이대로 가다가는 일찍 죽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지만, 해리는 “괜찮아요”라며 “지금 제 상태는 멀쩡한걸요”라고 응수할 뿐이었다.
네티즌들의 반응은 반반이다. 먹을 수 있을 때 즐겨야 한다고 주장한 이들이 있는 반면, 건강을 유지해야 조종사라는 꿈을 이룰 수 있다고 해리에게 충고하는 사람들도 나왔다. 당신의 생각은 어떤가?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영국 데일리메일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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