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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영양의 어머니는 “법원에 들어가기 전에 인천 서부경찰서의 경찰관이 우리 딸이 좋아하는 돈까스를 사줬다는 말을 듣고 가슴이 찡했다”며 “경찰관이 건넨 따뜻한 한 마디를 계기로 지영이가 탈선을 멈출 수 있었다”고 감사를 표했다.
# 대전 중부경찰서 소속 학교전담관인 김성중 경위의 보물 1호는 휴대전화다. 그의 휴대전화에는 대전 각지의 ‘청소년 친구’ 3200여명의 전화번호가 담겨 있다. 김 경위의 하루 일과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들의 일상을 확인하고, 모바일 메신저로 따뜻한 인사말을 건네는 것으로 시작한다. 3년 전에는 아예 휴대전화 뒷자리를 청소년 상담전화인 1388번으로 바꿨다. 청소년들이 조금이라도 쉽게 전화번호를 기억해내도록 하기 위해서다.
학부모나 학교 선생님들로부터 가출 소식을 접하면, 김 경위는 친구들에게 ‘SOS’를 요청한다. 가출 청소년이 평소 어떤 친구와 잘 어울렸는지, 어느 장소에 잘 가는지, 무슨 음식을 좋아하는지 확인한 다음 소재 파악에 나선다. 가출 청소년을 찾으면 좋아하는 음식을 사주면서 얘기를 들어준다. 몇 차례 같이 식사를 하면 가출 청소년이 마음의 문을 연다. 김 경위 덕분에 대전 중부경찰서는 올해 ‘학교 밖 청소년’ 발굴 실적에서 전국 1위(188명)를 차지했다.
“가출하고 친구들끼리 어울리면서 범죄에 빠지는 게 사실은 ‘나 힘드니까 관심 좀 가져주세요’라는 표현이더군요. 관심을 주기 시작하면 아이들은 변합니다.” 김 경위가 전하는 비결 아닌 비결이다.
8일 경찰청에 따르면, 학업을 중단하고 제도권 밖에서 맴도는 ‘학교 밖 청소년’은 37만명으로 추산된다. 전체 학령기 인구의 5.4%에 불과하지만, 소년범 중 학교 밖 청소년이 차지하는 비율은 8배가 넘는 44.1%에 달한다. 올해 5월부터 학교 밖 청소년 지원법이 시행되면서 경찰은 경찰서별로 전담요원을 지정해 이들을 관리하고 있다. 학교 밖 청소년을 담당하는 주무 부처는 여성가족부지만, 이들이 제도권의 도움을 받도록 현장에서 발굴해 관계기관으로 인도하는 역할은 사실상 경찰의 몫이기 때문이다.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경찰이 발굴한 학교 밖 청소년은 4568명으로 이 중 3725명(81.5%)이 학교로 돌아가거나 청소년지원센터 등 관계기관 지원 서비스를 받았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경찰청 관계자는 “학교를 떠난 청소년들은 범죄에 쉽게 노출될 수 있는 환경인 만큼 이들을 보호하는 것은 사회 문제를 미리 예방하고 범죄를 사전 차단하는 차원”이라며 “자비를 들여 발굴 작업에 나서는 경찰관의 편의를 위해 내년부터는 지역사회와 연계한 공동 활동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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