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없이 10여년 활동하다 보니
재미없는 일상의 반복에 지쳐
무작정 사람없는 아이슬란드로 떠나
아무것도 안하고 대자연 만나니
저절로 음악인생에 대해 정리돼
지금까지 흔들리지 않았던 이유는
누군가와도 경쟁하지 않았기 때문
지금처럼 하고 싶은 음악 할 것
재미없는 일상의 반복에 지쳐
무작정 사람없는 아이슬란드로 떠나
아무것도 안하고 대자연 만나니
저절로 음악인생에 대해 정리돼
지금까지 흔들리지 않았던 이유는
누군가와도 경쟁하지 않았기 때문
지금처럼 하고 싶은 음악 할 것
“나를 향한 당신의 미움이/ 조금씩 나를 타고 내려 냇물을 이루고/ 협곡을 따라 흐르다 얼어붙어 떠돌아다닐 때/ 다만 남겨진 슬픈 그대 원망을 내려다 보면서/ 난, 난 가만히 그대로 여기 있었습니다.”
쓸쓸한 가사에 절제된 전자음이 더해져 깊은 외로움이 전해진다. 곡명이 ‘산’이라는 사실을 곱씹으며 들으면 흰 겨울산과 협곡, 얼음의 이미지로 덮인 웅장한 대자연이 펼쳐진다. 밤과 도시를 일렉트로닉 듀오 캐스커(이준오, 융진)가 이번엔 산, 빛, 달, 대지 등 자연을 음악에 담았다.
이준오 |
“그때 제 마음이 많이 힘든 상황이었던 게 이유인 것 같아요. 너무 지쳤고 일이 재미 없었어요. 지금까지 음악을 해오면서 해볼 수 있는 건 다 해봤다는 생각이 들었고, 더 이상 뭘 해야 할지 막막한, 그런 때였죠.”
융진 |
“영화음악처럼 다른 일을 해보면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해결이 되지 않고 더 힘들기만 했어요. 지칠 대로 지쳐 지난해 폭발한 거죠. 서울에서 최대한 멀고, 사람이 없는 곳으로 가고 싶어서 아이슬란드로 떠났습니다.”
그는 3주 동안 그곳에 머물렀다. 특별한 일은 없었지만 저절로 머릿속이 정돈됐다.
싱글앨범 '산' 2015.06.18 |
돌아온 그는 다시 열정적으로 앨범 작업을 시작했다. 이전과는 다른 힘이 샘솟았다. 융진은 “아이슬란드에 다녀온 뒤에 만든 곡을 딱 받아봤을 때 놀랐다. 도시와 사람을 노래하던 사람이 산을 노래하고 자연을 노래하니까. ‘여3행이 특별하긴 했나보다’ 생각했다”고 말했다.
주변과 팬들의 평가는 ‘신선하다’와 ‘캐스커 같지 않다’로 나뉘었다. 하지만 중견 뮤지션이 된 캐스커가 보다 다양한 음악을 할 수 있게 된 전환기적 앨범임에는 틀림없다.
최근 7집 정규앨범을 낸 일렉트로닉 듀오 ‘캐스커’는 “누군가와 경쟁하려 했다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라며 “우리가 좋아하는 음악을 해왔고 앞으로도 오랫동안 그렇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은 정규7집 앨범 ‘ground part 1’ 2015.10.23, |
‘캐스커 자체가 하나의 장르’라는 평이 있을 정도로 이들은 대중적이지 않은 장르에서 자신들만의 세계를 개척했다.
팬층도 단단하다. “소위 ‘폭망’(폭삭 망함)한 음반이 있었다면 빨리 접었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이 생활을 이어갈 만큼의 피드백은 항상 있었던 것 같아요. 마치 희망고문처럼요.” 희망고문이라는 말에 융진도 “맞는말”이라며 웃었다.
캐스커는 부지런히 활동했고, 팬들은 지속적인 호응을 보냈다. 디지털 음원시장 확대로 기존 활동 가수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은 상황에서도 크게 흔들리지 않았던 건 이 꾸준함 덕이다.
“글쎄요. 누구와 경쟁하지 않으니 흔들릴 일이 없었어요. 꼭 뭔가를 이루려는 목표가 있었다면 일찍 지쳐 그만 뒀겠지만, 부담 없이 우리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하다 보니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융진)
지난달 7, 8일 서울 삼성동 백암아트홀에서 단독콘서트를 가진 캐스커는 내년에도 공연과 음반을 준비하고 있다. “정규음반은 아니고 재미있는 걸 한번 해보려고 해요.”(이준오)
이제 막 음악 커리어의 2막을 연 캐스커는 하고 싶은 게 많아 보인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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