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비판-견제 기능 사라지는 조계종…야당과 비판매체 무력화

입력 : 2015-11-24 20:33:14 수정 : 2015-11-24 20:33:14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한국불교 장자교단인 대한불교조계종이 자체적인 비판과 견제 기능을 무력화시키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조계종 호법부는 지난 11일 종단 최다선 의원이자 유일한 야당대표인 부천 석왕사 주지 영담 스님에 대해 수행자로서 치명적인 ‘제적’의 징계를 청구했다. 앞서 지난 4일에는 중앙종회를 열고 영담 스님을 중앙종회에서 제명시켰다. 중앙종회는 이날 또 인터넷신문인 ‘불교닷컴’과 ‘불교포커스’를 해종언론이라고 규정하는 특별결의문을 채택해 종단출입을 금지시켰다. 영담 스님과 이들 언론의 공통점은 사회적 지탄을 받았기 때문보다는 종단의 각종 비리 혐의점을 지적해 왔다는 점이 더 큰 것으로 보인다. 이들 비판 세력을 종단에서 배제함으로써 조계종은 사실상 비판과 견제 기능의 싹을 잘라버린 셈이 됐다.

검찰격인 호법부는 지난 11일 ‘불법 납골당 운영’ ‘학력위조’ ‘종단 스님 모욕’ 등 비리의혹과 부적절한 언행으로 중앙종회의원에서 제명된 영담 스님에 대한 징계요구서를 법원격인 호계원에 전달했다. 초심호계원은 오는 30일 125차 심판부를 열어 영담 스님에 대한 징계여부를 심판할 예정이다. 제적의 징계가 확정되면 영담 스님은 종단의 승적은 물론 모든 공직에서 박탈되며 승복까지 착용할 수 없게 된다.

두 인터넷 신문을 해종언론으로 규정하고, 이례적으로 ‘대책위’까지 구성키로 한 중앙종회의 법원 스님 등 19명은 “최근 종단 관련 현안에 대해 근거 없는 폭로와 비방이 극에 달하고 있다”며 “확인되지 않고 무책임한 폭로에 대해 일부 인터넷 매체들이 이를 마치 사실인양 왜곡하고 확대하고 있다. 이런 행태는 해종을 넘어 훼불 수준에 이르고 있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이들 매체에 대해서는 종단출입 금지, 취재지원 중단 등 범종단 차원의 제재가 가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일반적으로 천주교, 개신교, 원불교 등 각 종단 교계지 가운데는 교단을 비판하는 매체도 있고, 홍보 일색의 매체도 존재한다. 조계종 입장에서 타종단 홍보 매체들과 비교하면 섭섭함이 없지 않을 것이다. 언론의 특성상 공격을 받으면 피해가 크고, 곤혹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언론은 엄연히 순기능과 역기능이 있어 입맛대로 길들일 수는 없다. 또한 야당세력과 언론 매체들로부터 비판과 견제가 사라지면, 자칫 그 자리에 ‘독재’와 ‘전횡’이 들어설 수 있고, 신자들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질 수 있다. 건전한 비판과 견제는 결코 종단에 해가 될 수 없다.

교외 안팎에서 인정하는 자체적 비판과 견제 기능이 작동하기 전까지는 종단 스스로 내부를 돌아보고 추스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비판세력들에 재갈을 물리는 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든다면, 종단도 취약해 보이고, 제3자가 볼 때도 꼴불견일 수 있다. 

정성수 문화전문기자 tols@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