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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합과 통섭’ 바람 10년… 우리사회에 던진 것은…

입력 : 2015-11-20 20:36:26 수정 : 2015-11-20 20:3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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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역 다른 두 학자의 대화… ‘대담’ 10주년 기념판
기업선 융합형 인재 선발 등 적잖은 변화 계기로
10여개 주제로 ‘통섭 담론 어디까지 왔나’ 정리
도정일, 최재천 지음/이상엽 사진/휴머니스트/2만8000원
대담-인문학과 자연과학이 만나다/도정일, 최재천 지음/이상엽 사진/휴머니스트/2만8000원


2001년 12월 10일 인문학자 도정일과 자연과학자 최재천이 만났다. 이들이 10여 차례 회동한 뒤 나온 책이 2005년 출간된 ‘대담’이다. 첫 ‘대담’은 융합과 통섭이란 말을 유행하게 했다. 인문학과 자연과학이 소통하며 융합과 통섭을 모색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이번 책은 대담의 10주년 기념판이다.

통섭과 융합은 한 가지에 매몰된 좁은 시야로는 더 이상 현대사회를 끌어갈 수 없음을 드러낸다. 역으로 현대사회가 지닌 복합적인 문제들은 융합과 통섭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통섭과 융합 개념은 관련 학문에도 반영됐다. 2018년부터 고교에서 문·이과 통합 교육과정을 시행할 예정이다. 기업에서는 융합형 인재를 선발하는 추세다.

최재천이 10주년 기념판 머리말에서 한 말이다.

“10여년 전 우리 사회에 던진 통섭이 기대 이상으로 빠르고 광범하게 사회 전반으로 퍼져나갔다. 이 덕에 기이한 별명(통섭학자)을 얻었다. 이 통섭 열풍에 가장 크게 기여한 사건이 바로 10년 전 대담 출간이었다. 지금 우리 사회가 당면한 거의 모든 문제는 어느덧 한 개인 또는 한 학문 분야가 풀어낼 수 있을 수준을 넘어섰다. 복합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서로 다른 전공과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함께 문제를 풀어낸다. 그 어느 때보다 다른 분야에 대한 이해와 소통 능력이 필수적이라는 걸 피부로 느끼고 있다.”

인문학자 도정일과 자연과학자 최재천이 4년간 대화하고 인터뷰한 내용을 묶은 ‘대담’은 처음 출간된 2005년부터 ‘융합과 통섭’ 열풍을 일으켰다.
연합뉴스
두 사람은 이야기를 얕고 넓게 전개한다. 독자가 다가서기 쉽도록 주제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춘 것이다. 덕분에 처음 소개되는 논지나 사례나 이야기는 없다. 새로운 지식은 없다는 것이다. 줄기세포에 대한 담론이 그렇다. “우리가 생명을 잉태하는 것이 윤리적으로 가능한가. 그 생명을 잉태하는 것을 논의할 만큼 사회적 환경은 성숙해 있는가. 이는 좀 더 본질적인 문제 제기로 나아가는 방법이기도 하다.” 이러한 영역에 대해 두 사람 모두 건드리지는 못했지만 심사숙고할 기회는 된다.

다음은 ‘DNA는 영혼을 복제할 수 있는가’에 관한 두 사람의 대화이다. “DNA가 같다고 영혼은 동일하지 않다. 왜냐면 DNA적 형질이 동일할 가능성도 불가능하거니와 동일하다고 쳐도, 그것이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가능성을 지닌 존재로 변경되기 때문이다. 영혼이라는 것은 DNA가 발현되는 과정에서 자유라는 형태를 집적시킨 가능성의 총체가 아닐까 한다.”

동물의 교미와 인간의 섹스에 대해선 두 사람의 견해가 맞닿는다. “인간만이 섹스란 행위에 의미를 부여한다. 혹은 그런 것으로 보인다. 인간만이 섹스의 결과를 상상하며, 의식적으로 제한할 줄 알고, 인간만이 섹스를 은밀하게 여길 줄 안다. 즉, 섹스가 단순한 생존과 번식 이외의 영역으로 다루어질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다.”

두 사람은 10여개 주제에 걸쳐 유려한 지식을 펼쳐 보이지만 겸손하게도 지적 유희는 자제한다.

지금까지 인문학과 자연과학은 전혀 관계없는 것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둘은 인간이 보다 잘 살기 위한 고민에서 시작된, 하나의 뿌리를 가진 학문이라는 걸 우리 사회에 깨닫게 해준 게 통섭과 융합이다. 토론하고 사고하는 학교 교육이 사라진 오늘날, 이런 즐거움을 책에서나마 즐겨볼 수 있을 것이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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