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여행] 풍경에 멈춤, 바람에 비움

관련이슈 'W+'여행

입력 : 2015-11-13 10:00:00 수정 : 2015-11-13 10:00:00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신비의 섬' 삽시도
둘레길 걸으며 파도소리에 마음 씻고 청정갯벌서 바지락 캐며 가을섬과 하나
 
충남 대천항에서 여객선을 타고 가면 40여분 걸리는 삽시도는 송림에 둘러싸인 한적한 섬이다. 늦가을인 요즘 이곳 해변가에서 바닷바람을 맞으며 모래밭을 밟거나 갯벌에서 바지락을 캐다 보면 번잡한 일상의 시름을 잊게 된다.
깊어가는 가을, 많은 이들이 단풍을 찾아 산을 찾지만, 기자는 가을 섬의 모습은 어떨까 궁금했다. 그래서 최근 삽시도를 다녀왔다. 태안반도 남단에서 6㎞, 충남 대천항에서 13.2㎞ 떨어진 보령시 오천면의 송림에 둘러싸인 신비한 섬이다. 서해안 제1의 해수욕장이며 보령머드축제로 유명한 대천해수욕장에서 북쪽으로 1㎞ 지점인 대천항에서 여객선을 타고 가면 40여분 걸리는 곳이다.

보령 시내에는 원산도를 비롯해 효자도, 장고도, 고대도, 호도, 녹도, 외연도 등 여러 섬이 있지만 바닷바람을 맞으며 걷는 둘레길과 바다조망이 뛰어난 이곳을 택했다. 삽시도는 충남에서는 안면도, 원산도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섬이다. 섬의 지형이 화살을 시위에 잰 활(弓)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해안선을 따라 기암괴석의 수려한 풍경과 울창한 소나무숲이 장관이다.

 

삽시도로 가기 위해선 대천항에서 하루 세 번 운항하는 여객선을 이용하면 된다. 주민은 120여명. 대부분 어업에 종사하지만 농경지도 많아 농·어업 소득이 고루 높고 주변 삼림이 울창하다. 삽시도에는 양질의 백사장과 청정해역을 자랑하는 거멀너머 해수욕장, 진너머 해수욕장이 있다. 섬 남쪽 끝에는 밤섬 해수욕장이 있어 여름철이면 피서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하루 두 번 삽시도에서 떨어져 면(免)한다는 ‘면삽지’와 밀물 때엔 바닷물에 잠겨 있다가 썰물이 되면 시원한 생수가 나온다는 ‘물망터’ 등은 자연의 신비감을 느끼게 한다.

 

최근 이곳에 조성된 둘레길이 각광받고 있다. 총길이가 5㎞ 정도로 2~3시간이면 충분히 둘러볼 수 있다. 피서철이 한참 지난 데다 평일이어서 인적은 찾아보기 힘들다. 진너머 해수욕장에서 출발해 삽시도 둘레길 언덕을 조금만 오르면 소나무가 우거진 숲길이 펼쳐진다. 완만한 경사를 따라 파도 소리와 함께 사색을 즐기면서 걷기 좋다. 

둘레길 중간에서 면삽지로 가는 계단을 내려가면 해변가에 이른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넓게 펼쳐진 모래를 밟거나 갯벌에서 바지락을 캐다 보면 시간이 훌쩍 흘러간다.

이날 바닷바람은 세찼지만 콧구멍을 통해 폐 속으로 전해지는 청량한 공기는 이런저런 생각으로 복잡했던 머리를 비워 주는 듯했다. 시원한 바닷바람과 주변 경관에 매료된 채 둘레길을 산책하느라 오후 배 출발시간에 맞추기가 아슬아슬했다. 결국, 이곳 주민의 작은 트럭을 얻어 타고 비포장도로 거칠게 달려 가까스로 배 시간에 맞추었다.

삽시도 주변은 암초가 잘 발달돼 놀래미, 우럭 등 선상낚시는 물론 유명 갯바위낚시 포인트들도 많아 일년 내내 많은 낚시꾼들이 찾아온다고 한다. 섬 뒤쪽 갯바위와 주변 무인도엔 감성돔과 농어를 잡을 수 있는 갯바위 포인트가 널려 있어 누구나 손쉽게 손맛을 느낄 수 있다. 봄에는 우럭·놀래미·도다리가, 7~8월엔 백조기가, 9~10월엔 장대·우럭·놀래미가 잘 잡힌다. 거의 모든 백사장과 갯벌에서는 고동과 조개잡이를 할 수 있다. 삽시도엔 펜션도 30여개 있어서 숙박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다음엔 가족과 함께 민박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나는 섬이다. 

충남도에 따르면 삽시도를 비롯해 충남 서해안 섬들은 서울에서 가깝고 접근성이 좋아 관광지로서의 전망이 밝다. 2019년에는 안면도-원산도를 잇는 연륙교와 원산도-보령(대천항)을 잇는 해저터널이 완공된다. 비슷한 시기에 원산도에 1600실 규모의 대명리조트가 들어선다. 이에 따라 원산도, 삽시도, 외연도 등 섬지역이 서해안 주요 관광지로 떠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충남도 관광산업과 이연수 주무관은 “그간 서해안 섬들의 매력이 잘 알려지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서해안 시대를 맞아 자연풍광이 뛰어난 삽시도를 중심으로 충남도에서 섬지역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삽시도(보령)=박태해 선임기자 pth1228@segye.com

<세계섹션>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