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이로봇의 한 장면 |
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미국계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는 최근 로봇 기술이 2035년까지 글로벌 경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를 분석한 300쪽짜리 보고서를 펴냈다. 보고서는 로봇 기술이 세계 경제에 미칠 파장을 증기, 대량생산, 전자에 이은 네 번째 산업혁명이라고 평가했다.
로봇의 인력 대체가 가속화하면서 노동 생산성은 향상되고 기업들의 수익은 늘겠지만 사회 양극화는 더욱 벌어질 것이라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2015년 현재 세계 근로자 1만명 가운데 ‘로봇 근로자’는 66명 정도다. 하지만 자동차 조립 라인에 로봇을 집중 배치한 일본의 경우 로봇 근로자는 인간 1만명당 1520명 정도다. 어떤 자동차 생산라인은 사람이 없어도 30일 동안 밤낮 없이 가동될 수 있는 체제를 갖추고 있다.
보고서는 결론적으로 로봇 기술 수준이 높은 한국과 일본, 그리고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의 기업들은 생산시설을 저개발국에 위탁해 세계 남북 간 경제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실업계층 확대와 부의 편중으로 각 국가 내 빈부 격차도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가디언은 조만간 닥칠 ‘로봇 혁명’이 “사회에 엄청난 파괴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디스토피아적 시각과 “인간의 창의력은 (역사적으로 그랬듯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 계속 생존력을 이어갈 것”이라는 유토피아적 낙관론이 교차하고 있다고 전했다.
물론 반론도 만만찮다. 현재의 기술 수준이나 현상만 가지고 발전 가능성이 큰 AI 분야를 규제하는 것은 너무 비효율적이고 근시안적이라는 주장이다. 일각에서는 킬러로봇이 비윤리적이라는 비판에 대해 로봇이 인간 병력보다 훨씬 도덕적이라고 일갈한다. 인간은 두려움과 복수심과 같은 감정 때문에 민간인을 살상할 수 있지만 킬러로봇은 미리 프로그램화된 목표물만 공격한다는 이유에서다. 로널드 아킨 미 조지아공대 교수는 아이작 아시모프가 제안한 ‘로봇이 따라야 할 3원칙’처럼 로봇에게 미리 기능적·상황적 윤리를 입력시킨다면 인간보다 더 빠르고 정확하게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이러한 연유에서 하루 빨리 로봇에 관한 기술적, 법적, 윤리적인 국제적 협약을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제리 카플란 미 스탠퍼드대 교수(인공지능학)는 “킬러로봇의 안전성과 효용가치를 따지는 것은 피상적인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며 “국제적으로 통용할 수 있는 기준을 세우고 이에 상응하는 적절한 테스트와 합리적인 사후 검증 시스템을 마련하는 작업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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