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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1'이 당신 대신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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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11-05 23:18:47 수정 : 2015-11-05 23:3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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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뒤 근로자 절반가량은 로봇"…법적, 윤리적 규약 서둘러야
영화 아이로봇의 한 장면
로봇이 앞으로 20년 안에 전 세계 노동력의 30∼50%를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제조업 종사자의 90% 정도가 로봇에게 일자리를 빼앗기는 것은 물론 인공지능(AI) 로봇의 등장으로 서비스업과 금융권, 전문직종 종사자들 위치도 크게 위협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미국계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는 최근 로봇 기술이 2035년까지 글로벌 경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를 분석한 300쪽짜리 보고서를 펴냈다. 보고서는 로봇 기술이 세계 경제에 미칠 파장을 증기, 대량생산, 전자에 이은 네 번째 산업혁명이라고 평가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로봇은 가까운 미래 우리의 삶과 일에 일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2035년까지 영국 일자리의 35%, 미국 일자리의 47%를 로봇이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숙련도나 전문성이 낮은 직업일수록 피해는 크다. 3D업종 근로자의 90%가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보고서는 전망했다. 또 패스트푸드 종사자나 노인 등을 위한 사회복지사 같은 서비스업과 경제 전망 애널리스트, 금융 어드바이저, 심지어 의사들까지 로봇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로봇의 인력 대체가 가속화하면서 노동 생산성은 향상되고 기업들의 수익은 늘겠지만 사회 양극화는 더욱 벌어질 것이라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2015년 현재 세계 근로자 1만명 가운데 ‘로봇 근로자’는 66명 정도다. 하지만 자동차 조립 라인에 로봇을 집중 배치한 일본의 경우 로봇 근로자는 인간 1만명당 1520명 정도다. 어떤 자동차 생산라인은 사람이 없어도 30일 동안 밤낮 없이 가동될 수 있는 체제를 갖추고 있다.

이같은 기술 개발 속도를 감안하면 전 세계 로봇과 AI 시장은 5년 뒤인 2020년쯤 1572억달러(약 180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추산된다. 일부 산업분야의 노동생산성은 30% 향상되고, 인건비는 최대 65%까지 줄 것이라는 게 보고서의 결론이다. 또 로봇 근로자는 현재의 제조업 분야 뿐만 아니라 패스트푸드업계와 금융상담업무, 의사, 노인돌봄서비스 등에까지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는 이미 성인용 섹스 로봇까지 시판되고 있는 상황이다.

보고서는 결론적으로 로봇 기술 수준이 높은 한국과 일본, 그리고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의 기업들은 생산시설을 저개발국에 위탁해 세계 남북 간 경제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실업계층 확대와 부의 편중으로 각 국가 내 빈부 격차도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가디언은 조만간 닥칠 ‘로봇 혁명’이 “사회에 엄청난 파괴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디스토피아적 시각과 “인간의 창의력은 (역사적으로 그랬듯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 계속 생존력을 이어갈 것”이라는 유토피아적 낙관론이 교차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AI에게 도덕을 요구해야 하느냐는 아직도 접점을 찾지 못한 논쟁거리다. 섹스로봇과 킬러로봇 통제론자들은 영화 ‘터미네이터’가 묘사한 것처럼 인간에 버금가는 지능을 가진 로봇이 등장해 인류 생존 자체를 위협하는 시대가 도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스티븐 호킹과 엘론 머스크 등 전세계 석학과 기업인 1000여명이 지난 7월 말 공개서한을 통해 국제사회 차원의 규제안 마련을 촉구한 것이 대표적 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도 지난해 11월 “기계에게 누가 살아야 하고, 누가 죽어야 하는지 결정하게 하는 것은 지나친 일”이라며 “살인기계는 인간이 통제해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물론 반론도 만만찮다. 현재의 기술 수준이나 현상만 가지고 발전 가능성이 큰 AI 분야를 규제하는 것은 너무 비효율적이고 근시안적이라는 주장이다. 일각에서는 킬러로봇이 비윤리적이라는 비판에 대해 로봇이 인간 병력보다 훨씬 도덕적이라고 일갈한다. 인간은 두려움과 복수심과 같은 감정 때문에 민간인을 살상할 수 있지만 킬러로봇은 미리 프로그램화된 목표물만 공격한다는 이유에서다. 로널드 아킨 미 조지아공대 교수는 아이작 아시모프가 제안한 ‘로봇이 따라야 할 3원칙’처럼 로봇에게 미리 기능적·상황적 윤리를 입력시킨다면 인간보다 더 빠르고 정확하게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이러한 연유에서 하루 빨리 로봇에 관한 기술적, 법적, 윤리적인 국제적 협약을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제리 카플란 미 스탠퍼드대 교수(인공지능학)는 “킬러로봇의 안전성과 효용가치를 따지는 것은 피상적인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며 “국제적으로 통용할 수 있는 기준을 세우고 이에 상응하는 적절한 테스트와 합리적인 사후 검증 시스템을 마련하는 작업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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