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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974년 첫 국정 국사교과서 "정부 멋대로 변형"

입력 : 2015-10-25 18:54:30 수정 : 2015-10-26 11:4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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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필진 윤병석 교수 "집필자 기준 무시"
정부가 1974년 첫 국정 국사교과서 편찬 당시 교정 단계부터 인쇄, 재판 발행까지 전 과정에서 교과서 내용을 변형, 첨삭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이는 집필자 증언을 담은 국사편찬위원회(이하 국편)의 공식 자료를 통해 처음으로 확인됐다.

특히 초기 교과서 발행에선 육당 최남선과 춘원 이광수 등의 친일 행각이 기술됐지만 재판(再版) 때 삭제되는 등 집필자의 기술과 달리 정부의 의도대로 수정된 사실도 밝혀졌다.

이에 따라 정부가 과거 국정교과서의 수정 논란을 재연하지 않고 객관적이고 올바른 역사교육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교과서 편찬의 공정성을 담보하는 등 재발방지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일보가 2012년 출간된 ‘국사편찬위원회 65년사-자료편’에서 1974년 고교 국사 집필자인 윤병석(85·사진) 인하대 명예교수의 증언록을 확인한 결과 윤 교수는 ‘원고를 절대 고치지 않겠다’는 민관식 당시 문교부 장관과 국편 측의 약속에 집필에 참여했지만 결국 집필진이 서술한 교과서와 전혀 다른 내용으로 변형, 첨삭됐다고 밝혔다.

윤 교수는 “(교과서를) 교정볼 때 위에서부터 다 고쳤다”며 “이에 집필자들이 모여 ‘누가 그랬느냐, 다 도로 고쳐 놓으라’고 항의했다”고 증언했다. 또 교과서를 인쇄하는 사이 “(문교부 사람들이) 바꾸려고 시도했고, 이에 필자들이 가서 항의해 다시 복원했다가 나중에 다시 이상한 책을 만들었다”고 털어놓았다.

특히 그는 “교과서 초기 단계에선 육당 최남선이나 춘원 이광수 같은 사람의 친일 행각을 기록했지만, 민 장관이 (1974년 9월17일) 그만두고 났더니 재판부터 다 없어지고선 완전히 이상한 교과서가 나오기 시작했다”고 정부가 친일파 문제를 삭제했다고 주장했다.

윤 교수의 증언은 국편 60주년을 1년 앞둔 2005년 7월26일 서울 서초동 윤 교수의 자택에서 ‘국사편찬위원회와 나’라는 주제로 이뤄진 뒤 2012년 정부 예산으로 발간된 국편 공식자료에 게재됐다.

1974(79)년 고교 국사교과서를 보면 최남선이나 이광수 등 인사들의 구체적인 친일 행적이 기술돼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친일파 청산 관련 기술은 1996년판부터 실리기 시작했다.

본지는 이와 관련해 윤 교수와 접촉을 시도했지만, 윤 교수 측은 아내를 통해 “고령인 데다가 현재 약청으로 귀가 제대로 안 들린다”며 인터뷰를 완곡히 고사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에 “집필진이 따로 있고, 교과용도서편찬심의회에서 역사 관련 기관장·역사학자·국어학자·헌법학자 등을 모아 편찬 심의를 하고 있는 현재 시스템하에선 관료가 들어갈(수정할) 여지가 없다”며 불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김용출·김예진 기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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