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박수찬의 軍] 미국은 안 준다는데… 마냥 낙관적인 방사청

입력 : 2015-10-05 16:10:42 수정 : 2015-10-05 17:24:22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한국 공군의 F-16 전투기(자료사진)


방위사업청이 미국의 이전 거부로 문제가 된 한국형전투기(KF-X)의 핵심인 4개 기술의 체계통합에 대해 국내 개발을 추진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능동전자주사(AESA) 레이더의 국내 개발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방사청은 국내 주도 개발을 진행하면서 필요한 경우 해외기술협력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주요 개발 분야에 대한 예비계획을 수립하고, 체계개발 기간 중 주요 일정별로 성과를 측정해 리스크 관리에 나서기로 했다.

또한 방사청장 직속으로 사업 전담 조직을 구성하는 방안에 대해 관련부처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방사청은 설명했다.

하지만 현재의 시스템과 계획으로는 4개 장비와 체계통합 기술의 국내 개발은 매우 어렵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 방사청 "AESA 레이더 국내개발 가속화"

방사청은 지난 4월 미 정부가 '기술보호정책'을 이유로 이전을 거부한 ▲적외선 탐색 추적장비(IRST) ▲전자광학 표적추적장비(EO TGP) ▲전자파 방해장비(RF Jammer) ▲능동전자주사레이더(AESA) 등 4개 장비와 체계통합에 대해 국내 개발을 우선 추진하기로 했다.

방사청 관계자는 5일 "KF-X에 장착될 AESA 레이더의 국내 개발 일정을 가속화하는 방안을 수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방사청은 KF-X의 초도 양산 단계에서는 제3국 협력으로 개발한 AESA 레이더를 장착하고 후속 양산 단계에서 국내 개발 AESA 레이더를 장착할 계획이었다.

AESA 레이더의 국내 개발 가속화는 2020∼2024년으로 예정된 시험개발 2단계 일정을 2017∼2021년으로 앞당기는 것이 핵심이다.

이에 따라 2024년에 완성될 예정인 AESA 레이더의 공대지/공대해 모드는 2021년에 그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해외기술협력업체는 알고리즘 개발 등을 지원하게 된다.

방사청 관계자는 "AESA 레이더의 하드웨어는 국내 개발이 가능한 상태이며 소프트웨어는 제3국 업체에서 알고리즘 등을 획득해 국내에서 소스 코드를 개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이 이전을 거부한 AESA 레이더 체계통합기술에 대해서는 방사청 관계자는 "국내 개발을 우선적으로 추진하고 리스크를 고려해 필요시 해외 기술지원을 통해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FA-50 경공격기 기계식 레이더 통합 경험으로 관련 기술의 90%는 이미 확보했다"고 부연했다.

미 노스록그루먼의 AN/APG-81 AESA 레이더(자료사진)


방사청은 KF-X의 IRST(적외선탐색 추적장비), EO TGP(전자광학 표적추적장비), RF 재머(전자파 방해장비) 등 핵심 장비도 국내 기술로 개발할 계획이다.

방사청은 미국의 기술 이전 거부에도 KF-X 사업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다양한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방사청 관계자는 "전문적이고 효율적인 사업관리를 위해 방사청장 직속으로 사업 전담조직을 구성하는 방안을 관련 부처와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 미국·유럽 방산업체 "현재 계획으로는 불가능"

방사청의 방침이 알려지자 전투기 개발 경험이 풍부한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방산업체 관계자들은 "불가능한 계획"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방산업체 관계자는 "AESA 레이더의 핵심은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라며 "제3국 업체를 통해 알고리즘을 획득해 국내에서 소스 코드를 개발한다는 계획은 실현 불가능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 어느 해외 업체도 알고리즘을 이전하는 경우는 없다"며 "장비를 판매한다면 모를까, 소스 코드는 외부의 도움 없이 독자 개발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럽 방산업체 고위관계자도 "현재의 사업 구도에서는 정해진 일정을 맞추기 어렵다"며 "AESA 레이더를 비롯한 핵심 장비와 체계통합 기술을 확보하려면 '특수합작법인'을 설립해 산학연 합동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로파이터가 개발될 당시 유럽 전자장비 업체들이 모여 '유로레이더'를 구성했다. 유로레이더로 각 사의 노하우가 집약되면서 유로파이터의 '캡터' 레이더가 탄생할 수 있었다"며 "엔진은 '유로제트', 무장은 'MBDA'라는 법인으로 유럽 방산업체들이 한데 모이면서 유로파이터가 비로소 제 모습을 갖추었다"며 "T-50 개발하는 것처럼 KF-X를 만들려고 하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 보잉이 레이시온에서 구입한 레이더를 자체적으로 최적화한 사례가 있지만, 보잉이 '빅 마켓'이라 가능했던 일"이라며 "120대 물량으로 보잉이 얻은 특혜를 우리가 누리기는 힘들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도 "2025년까지 KF-X를 개발한다는 방사청의 구상은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며 "미국, 프랑스 등의 전투기 개발 사례를 살펴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라팔 전투기.


실제로 프랑스의 최신 전투기인 '라팔'은 개발 착수 시점부터 시제기가 등장하기까지 10여년이 걸렸다. 이후 문제점을 식별하고 개선하는데 5년 이상의 시간이 추가로 소요됐다.

미국의 F-35A 역시 프로젝트 착수 시점에서는 2012년 전력화될 예정이었으나 여전히 시험비행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경공격기 FA-50을 개발한 상황에서 사실상 첫 전투기 개발인 KF-X의 일정을 재조정하고 예산을 증액하지 않으면 중대한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어 8일 종합국감을 앞두고 방사청의 대응이 주목된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