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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인사이드] 세계 IT시장 호령하는 ‘인디아 파워’

입력 : 2015-09-25 17:38:32 수정 : 2015-09-25 21:5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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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한 영어·고학력… 실리콘밸리 기업 수장 꿰찬 인도인들 유엔개발정상회의 참석 차 미국을 방문 중인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26일(현지시간) 이틀 일정으로 기업가 정신과 혁신의 상징인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인근 ‘실리콘밸리’를 찾는다. 그의 이번 실리콘밸리 방문은 적지 않은 의미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인도 총리로는 처음인 데다 인도 출신 미국인들이 실리콘밸리를 기반으로 하는 주요 정보기술(IT) 기업을 이끌면서 전 세계 IT 업계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어서다. 모디 총리가 실리콘밸리 방문 기간에 만나는 사티아 나델라(48)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CEO)와 순다르 피차이(43) 구글 CEO, 샨타누 나라옌(52) 어도비 CEO가 대표적이다.

◆구글·MS·어도비 수장, 실리콘밸리 창업 이민자 32%는 인도인

이들 가운데 피차이 구글 CEO는 가장 최근인 지난 8월 수장으로 선임됐다. 입사 11년 만의 초고속 승진이었다. 엔지니어인 아버지가 롤모델이었던 그는 가라프루그 인도공대(IIT)에서 금속공학을 전공하고, 재료과학 및 반도체 물리학 박사 학위를 따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가 스탠퍼드대에 입학했다. 하지만 그는 돌연 중퇴하고 전공을 바꿔 2002년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경영학 석사(MBA) 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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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차이는 컨설팅 기업 매킨지를 거쳐 2004년 구글에 들어갔다. 2008년 웹 브라우저 크롬 개발의 주역인 그는 안드로이드와 지메일, 구글 지도와 툴바 등 구글의 핵심 분야를 담당하면서 구글 창업자 ‘래리 페이지의 오른팔’이란 별명을 얻었다. 지난해 2월 MS CEO 자리를 놓고 나델라 당시 MS 수석부사장의 경쟁자로 거론된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나델라 MS CEO는 지난해 12월 입사 22년 만에 CEO가 됐다. 인도 하이데라바드에서 태어나 마니팔공대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하고 미 위스콘신 밀워키대에서 전산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시카고대 MBA 재학 중이던 1992년 MS에 엔지니어로 입사했다.

그래픽 소프트웨어 업체인 어도비의 나라옌 CEO도 나델라와 같은 하이데라바드 출신이다. 피차이와 나델라처럼 인도에서 학부를 다녔고 석사 학위는 미국에서 취득했다.

미국의 세계적인 IT 기업을 장악한 인도 출신 CEO는 이들뿐이 아니다. 플래시메모리 업체인 샌디스크의 산제이 메흐로트라와 반도체 위탁 생산 전문 글로벌파운드리의 산제이 자, 컴퓨터 서버 업체 선마이크로시스템스를 공동 창업하고 CEO를 지낸 비노드 코슬라도 인도인이다.

실리콘밸리에서 인도인들의 활약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미 카우프만재단에 따르면 2006∼2012년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한 이민자 가운데 인도인이 32.0%로 가장 많았다. 공동 2위를 차지한 중국인과 영국인의 비율은 각각 5.4%에 불과했다.

◆고학력·영어 실력·협업이 비결… 미국 이민정책도 한몫

IT 업계에서 이처럼 인도인들이 승승장구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에 인도 출신 이민자들이 많은 데다 이들이 고학력에 유창한 영어 실력을 갖춘 것을 주된 요인으로 꼽았다. 12억 인구 대국 인도의 교육열은 한국 못지않다. 피차이 구글 CEO의 아버지는 연봉의 3배에 달하는 미국행 비행기 표를 끊어 아들을 미국에 보냈다. 또 인도에서 영어는 상용어다.

겸손하면서도 남을 배려하고 돕는 문화도 인도인들의 강점으로 꼽힌다. 코슬라 전 선마이크로시스템스 CEO처럼 1980년대 실리콘밸리에서 벤처 자금 조달이란 어려움을 겪은 창업 1세대 인도인들은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자국 출신 창업자들을 돕는 구심점 역할을 했다.

이 같은 문화는 조직 내에서 소통을 주도하고 리더십을 발휘하는 밑거름이 됐다. 2007년 미 서던뉴햄프셔대 연구진이 미국 임원과 인도 임원들을 비교·연구한 결과 인도 임원들이 리더십 부문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연구진은 “인도 임원들은 야단법석을 떨지 않으면서 묵묵히 성과를 거두고 탄탄한 조직을 만든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이민정책이 근본적인 배경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CNN방송은 “인도 출신 IT 기업 CEO들의 부상은 미국의 이민정책이 개방적이기에 가능한 일”이라면서 “올해가 미국으로의 이민을 자유화한 이민법 개정 50주년이란 사실은 미국이 이민자라는 사회의 생명선(societal lifeblood) 없이는 경쟁하거나 살아남을 수 없음을 환기시킨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이민정책은 저출산 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 감소를 목전에 둔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CNN은 IT 분야에서 미국의 대표적인 경쟁국으로 일본과 한국을 들면서 “일본과 한국은 제한적인 이민정책으로 고령화가 급격히 진행되고 있으며 앞으로 수십 년 안에 인구학적인 재앙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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