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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스토리] 고즈넉함에 빠지다… 현대인의 쉼터로 돌아온 古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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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9-19 10:37:09 수정 : 2020-10-06 1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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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시작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어릴 적 마당 위에 내리쬐던 가을 햇살을 잊지 못한다. 들녘에는 누렇게 익어가는 벼가 고객를 숙이고 마당 한 귀퉁이 멍석에는 빨갛게 익은 고추가 널려 있다.

 

어릴 적 추억을 되살리고픈 사람들이 가족들을 데리고 농촌 전통 가옥으로 여행을 떠난다. 한옥에 짐을 풀고 논으로 나가 메뚜기를 잡고 고추잠자리를 뒤쫓는다. 달빛이 환하게 비치면 온 식구가 손잡고 강둑을 거닐며 이야기꽃을 피운다.

 

한옥체험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정겨운 모습이다. 생활에 찌든 현대인들이 어릴 적 동화의 나라로 데려다 줄 공간으로 전통한옥이 손꼽히고 있다. 지난해 경북지역 전통한옥을 찾은 관광객은 내국인 16만8000여명, 외국인 1만5000여명 등 모두 18만1000여명에 이른다. 한옥을 보존하고 새로운 관광자원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경북 영주 선비촌을 찾은 외국인들이 강사들과 함께 율동을 하고 있다.

경북도 제공

경북에는 전통한옥 2만8000여채가 자리잡고 있다. ‘불천위’를 지내는 등 양반문화가 일상생활과 언어에 남아 있어 선비문화의 살아있는 박물관으로 불린다. 경북에는 240개 종가가 있는 데다 문화재로 지정된 곳이 130여개소에 이를 정도로 전국에서 가장 많은 종가문화가 살아 숨 쉰다. 한옥을 세계적인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도 많다. 노인인구의 급증으로 방치된 고택도 늘어나고 있다.

 

◆시설의 현대화 시급

 

정부와 경북도는 한옥 관리와 관광객 유치 등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한옥스테이를 추진하고 있다.

 

한옥스테이에 나선 명품 고택은 일반적으로 건축된 지 150∼300년이 된 데다 대부분 문화재로 지정됐지만 노인들만 살고 있는 곳이 많아 시설이 낙후됐다. 겨울철이면 난방이 제대로 안 돼 외풍이 심한 데다 화장실과 세면장 등 편의시설이 열악해 이용객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또 주방시설도 없어 취사가 불가능한 데다 아침 제공도 쉽지 않아 관광객 모집에 한계가 있다.

 

정부는 2011년부터 145개 종택과 고택에 대해 시설비와 체험 프로그램 개발비로 4년동안 70억원을 지원했다. 건축된 지 오래되지 않은 한옥까지 포함하면 한옥 889채에 대해 시설 개보수 및 프로그램 개발비용으로 276억원을 투입했지만 여전히 갈길은 멀다. 고택을 프랑스의 고성처럼 개발해 관광명품으로 만들기 위한 사업에 대기업이 뛰어들었다. 삼성은 구미에 설립된 창조경제혁신센터 주요 사업의 하나로 고택 명품화에 나섰다. 삼성은 경북 도내 44개 고택을 선정해 관광객들의 숙박에 필요한 현대화 시설 자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또 신라호텔과 제일기획 등 각 분야의 전문가를 동원해 고택 주인들에게 음식과 서비스에 대해 조언하고 홍보 마케팅을 돕는다.

 

◆농촌체험 프로그램과 서비스 부족

 

전통한옥에 짐을 푼 여행객들은 일상생활과 다른 즐길 거리가 없어 심심하다는 불만을 토로하는 경우가 있다. 야간에는 마땅한 놀이가 없어 TV 시청 등으로 시간을 보내다 잠든 경우가 많다는 반응이다.

 

 

일부 고택에서는 행정기관의 도움을 받아 야간에 음악회를 열기도 하고 고구마 캐기 등 농작물 수확 체험을 마련한다. 개울에 나가 미꾸라지 잡기에 나서는가 하면 짚신 만들기 등 짚공예와 천연 염색 등 다양한 체험 활동을 벌이기도 한다.

 

그러나 농촌체험은 계절별로 제약이 많은 데다 겨울이나 봄철에는 마땅한 놀 거리가 없어 관광객 유치에 어려움을 겪는다. 한옥의 유래와 선비정신 등 우리 생활에 뿌리 깊이 박힌 양반문화 등 지역문화를 쉽게 얘기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도 미흡한 점이 많아 대대적인 한옥 보수와 함께 콘텐츠 개발이 시급한 실정이다.

 

안동 하회마을의 경우 서애 류성룡의 징비록과 하회별신굿 등 수많은 콘텐츠가 개발돼 있지만 막상 한옥에 묵는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알려줄 사람이 없어 현실에 맞는 인력 양성도 필요한 것으로 지적된다. 대부분 한옥의 경우 집주인들이 고령인 데다 외국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부족해 실제 외국인들이 숙박할 경우 잠자리와 음식 등 모든 면에서 만족감을 주기에는 힘이 부친다.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명품 고택 사업을 통해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한국의 멋과 정서를 소개하기 위해 앞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하고 시설을 보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구=전주식 기자 jsch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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