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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환의과학放談] 생명도 진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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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9-03 20:27:13 수정 : 2015-09-03 17:3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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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천이 의구(依舊)하다는 생각은 우리의 순진한 착각이다. 세월이 흐르면 세상의 모든 것이 변하게 마련이다. 산도 깎여 나가고, 물길도 바뀌고, 기후도 달라진다. 생태계도 변한다. 토종은 힘을 잃어버리고, 변종과 외래종이 번성한다. 우리 인간도 예외일 수 없다. 세월을 이겨낼 장사는 없다. 우리의 역사와 경험을 통해 분명하게 확인되는 명백한 진실이다.

그런 변화에 정해진 방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주체와 객체가 따로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세월에 따라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면서 끊임없이 변화할 뿐이다. 변화의 속도가 모두 같은 것도 아니다. 산천이 의구하다는 우리의 착각은 거시적 규모의 변화가 우리의 입장에서는 지나치게 느린 속도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박테리아의 변신은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난다.

이덕환 서강대 교수·과학커뮤니케이션학
현대 과학에서는 세월에 따른 모든 변화를 ‘진화’(evolution)라고 부른다. 그래서 세상의 모든 것은 진화한다. 우주도 진화하고, 지구의 자연환경도 진화하고,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도 진화한다. 생명이 진화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기는 쉽지 않았다. 갈라파고스에 서식하는 핀치의 부리를 예사롭게 여기지 않았던 찰스 다윈의 천재적 통찰력이 필요했다.

생명의 진화는 세월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는 노력의 결과다. 변화에 적극적으로 적응하면 살아남고, 변화를 거부하면 도태되는 것이 냉혹한 진화의 원칙이다. 생명 진화의 구체적인 과정도 밝혀냈다. ‘생명의 책’으로 알려진 유전자(DNA)에 4가지 염기로 새겨진 유전정보에서 나타나는 변화가 생명 진화의 원동력이다.

DNA에서 변화를 만들어내는 구체적인 방식은 다양하다. 무작위적으로 나타나는 돌연변이에 의존하는 소극적인 방식도 있지만 훨씬 더 적극적인 방식도 있다. 남의 DNA에서 필요한 유전정보를 통째로 훔쳐오기도 한다. 인간이 개발한 항생제의 독성을 극복해야 하는 박테리아들이 주로 사용한다. 부모의 DNA를 적극적으로 섞어 같으면서도 다른 독특한 유전정보를 후손에게 전해주는 방식도 있다. 신(神)의 영역일 수도 있는 생명 진화의 신비를 밝혀낸 우리 인간이 활용하는 방식이다.

DNA를 통한 생명의 진화는 이제 아무도 거부할 수 없는 명백한 과학적 진실이다. 물론 진화의 현장을 지켜본 증인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지구 생명체의 세포 구조와 생리작용에서 확인되는 놀라운 유사성을 논리적·합리적으로 설명해주는 유일한 이론이 바로 진화론이다. 진화론은 생명공학 기술을 통해 현실적으로 확인된 이론이기도 하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교황청의 과학위원회의 검토를 거쳐 그런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현대 과학적 진화론이 가톨릭의 가르침과 충돌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분명하게 인정했다. 자연의 모든 것이 그렇듯이 우리 자신도 세월에 따라 진화해왔고, 그런 진화를 현대의 진화론으로 설명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솔직하게 인정한 것이다. 물론 현대의 진화론이 생명의 신비를 모두 밝혀낸 것은 아니다. 생명의 기원을 밝혀내기 위한 과학적 노력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이덕환 서강대 교수·과학커뮤니케이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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