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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한 며느리에 '낙태' 요구한 시아버지, 이혼 사유 될까?

입력 : 2015-09-02 07:58:18 수정 : 2015-09-02 07:5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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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아버지가 딸 둘을 가진 며느리가 쌍둥이 여아를 임신하자 낙태를 요구하는 등 부당한 대우를 한 것만으로는 이혼사유로 인정할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재판부는 남편이 관계개선에 애를 쓰고 있으며 시아버지 또한 며느리의 고통을 뒤늦게 알고 노력하고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이혼을 불허했다.

2일 서울고법 가사3부(이승영 부장판사)는 A씨가 남편과 시아버지를 상대로 낸 이혼과 위자료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남편이 A씨의 가출 이후 관계 회복을 바라면서 마음을 돌리기 위해 노력해 왔고, 시아버지도 자신의 존재로 말미암은 아들 부부의 고통을 뒤늦게 알고서 분가를 허락하는 등 노력하는 점, 원고가 가출 전까지 이혼을 요구한 적이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혼인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됐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항소심 재판부 이런 1심의 판단을 받아들여 A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1, 2심 모두 A씨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민법 840조에 규정된 이혼 사유인 '배우자 또는 그 직계존속으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나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A씨는 17년 전 결혼한 뒤 시아버지와 함께 살았다.

A씨는 결혼 이듬해 첫 딸을 출산하고 2년 뒤 둘째 딸을 낳았다.

다시 4년 뒤에 쌍둥이를 임신했는데, 성별 검사 결과 여아로 밝혀졌다.

남편과 시아버지는 A씨에게 임신중절수술을 요구했고, A씨는 결국 낙태했다.

시아버지는 A씨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나무라고, 자녀 양육 문제와 생활비 지출 문제 등을 놓고 의견이 다를 때 자신의 의견을 따르라고 강요하는 경우가 잦았다.

A씨는 불만을 토로하기보다는 대체로 순응하며 살았다.

아버지와의 갈등, 남편의 무관심과 소극적인 태도에 불만이 점점 깊어진 A씨는 결혼 생활 15년 만에 남편에게 이혼하자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아이들을 데리고 집을 나가 별거했다.

A씨는 이혼 소송을 내면서 "시아버지의 모욕적 언사 등 부당한 대우로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렀다"며 남편과 시아버지에게 위자료로 총 5000만원을 요구했다.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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