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로스 장애인 무용단을 이끌고 있는 필로스 하모니 이사장인 임인선 대림대 스포츠지도과 교수는 지난 26일 경기 안양시 대림대 교수연구실에서 기자와 만나 “한 할머니가 휠체어에 앉은 채 제 손을 잡으시면서 ‘참 고생했네. 이 애들을 어떻게 이렇게 잘 가르칠 수가 있냐’며 격려해주시는데, 눈물이 절로 나더라고요. 정말 죽을 때까지 이 공연을 해야겠다는 의지가 불끈 솟았다”면서 당시의 감동을 전했다. 그는 “환자분들이 우리 단원들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호응하시며 어깨춤까지 함께 추시는 걸 보고 잊지 못할 감동을 받았다”면서 “소록도병원 공연을 통해 수년간 무용단을 이끌어 온 자신을 다시금 되돌아볼 기회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필로스 하모니 이사장인 임인선 대림대 스포츠지도과 교수가 26일 경기 안양시 대림대 교수연구실에서 세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필로스 장애인 무용단에 얽힌 얘기를 들려주고 있다. 그는 “무대 위 장애 아동들이 보여주는 작은 몸짓에는 일반인은 쉽게 가늠할 수 있는 노력이 깃들어 있다”며 “그게 관객들에게 보일 때 정말 큰 감동을 전한다”고 말했다. 서상배 선임기자 |
“당시 아이들을 만나면서 무용이 예쁜 얼굴에 예쁜 몸을 가진 사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장애 아동들의 경직된 신체가 무용을 통해 보다 자유로워지는 걸 봤죠. 몸뿐 아니라 정서 안정과 사회성 발달에 미치는 영향 등 많은 가능성을 확인한 순간이었어요.”
임 교수는 2004년 대림대 교수로 부임해, 그 다음해 바로 장애아동무용체육교실을 열었다. 개설 첫해 학교 체육관에 장애 아동 27명이 모였다. 장애아동무용교실이 운영된다는 소식은 바람처럼 장애 아동 부모들에게 퍼져나갔다. 2006년 12월 첫해 교육을 받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열린 수료식이 열렸다.
수년째 장애 아동을 가르치면서, 임 교수는 가장 중요한 지도자의 덕목이 ‘기다림’이라는 걸 깨달았다. 임 교수는 “우리 무용단 친구들은 10분 공연을 위해서 24개월간의 연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렇게 긴 시간을 들여 몸으로 익힌 아름다움도 장애 아동이 성인이 되면 대개 빛을 잃고 만다. 생활전선에 뛰어든 이후에는 무용을 지속하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현재 필로스 장애인 무용단의 수석무용수인 조동빈(21)씨는 매일 6시간 대형할인마트에서 옷 접는 일을 하고 있다. 임 교수는 “동빈이는 본인이 강하게 원하니깐 고등학교 졸업 후에도 무용단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데, 매번 연습 후 녹초가 돼서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장애인 무용을 확산하기 위해서는 결국 전문 지도자가 많이 나와야 하잖아요? 이번에 좋은 성과를 얻는다면 공인 자격증까지 도입해 체계적인 지도 시스템을 세우고 싶어요. 꿈이 너무 큰가요?(웃음) 장애 아동의 몸짓에 숨은 아름다움을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을 뿐이에요.”
안양=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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