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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뢰·포격 도발 ‘오리발’… 책임 떠넘기며 긴장 수위 높여

입력 : 2015-08-21 18:46:46 수정 : 2015-08-21 23:3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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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南 확성기 방송 중단 총공세
북한이 최전방 지역 일대에 준전시상태를 선포하고 위협 수위를 단계별로 고조시키며 우리 정부의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시키기 위해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북한이 포격도발을 감행한 20일 밤 조선중앙방송과 평양방송은 군 최고사령부 긴급보도를 통해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비상확대회의’를 긴급소집한다며 “괴뢰군부 호전광들은 아군이 남측으로 포탄 한 발을 발사하였다는 있지도 않는 구실을 내대고 아군 민경 초소들을 목표로 36발의 포탄을 발사하는 분별없는 망동을 부리였다”고 비난했다. 북한군이 이날 오후 3시53분과 4시12분에 2차례 걸쳐 화력도발을 감행했다는 우리 합동참모본부의 발표를 전면 부인한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20일 밤 평양 노동당 청사에서 긴급 소집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비상확대회의를 주재했다고 21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김 제1위원장은 회의에서 전선지대에 준전시상태를 선포하고 군 전선대연합부대들이 완전무장 상태에 돌입하도록 명령했다.
연합뉴스
목함지뢰 도발에 이어 연천 포격도발 사실마저 발뺌하며 군사적 충돌 책임을 남한쪽으로 떠넘기려는 전형적인 오리발 수법이자 추가 도발 명분을 확보하기 위한 의도가 다분하다. 북한 포격에 대응한 우리 군의 대응 포사격에 대해 “우리의 신성한 영토, 조국보위 초소에 대한 무지막지한 포사격이며, 추호도 용납할 수 없는 엄중한 군사적 도발”이라고 목소리를 높인 데서도 북한의 속내가 확인된다.

노동당 중앙군사위 비상확대회의 개최는 박근혜 대통령이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직접 주재한 데 대응하는 형식을 취한 것으로, 북한 내부적으로 남북 간 무력 충돌 위험이 고조되는 데 대한 명분과 정당성을 선전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대외적으로도 공식 회의체를 통해 내려진 결정에 따라 당·군·정 각 기구를 동원해 대남 입장 표명을 무더기로 쏟아내며 대남 압박 수위를 극대화하는 효과를 노린 측면도 있어 보인다. 2013년 2월 3차 핵실험 당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북 제재 조치 발표에 반발하며 남북불가침 합의 전면 폐기 선언을 시작으로 ‘1호 전투 근무태세 돌입’→‘전시상황 돌입’ 선언까지 의도적으로 위기 조성 수위를 끌어올린 것과 마찬가지다.

북한은 이에 앞서 20일 오후 두 차례에 걸쳐 경기도 연천 지역에서 포격도발을 일으킨 뒤 ‘최후통첩’이라며 오후 5시 기준 48시간을 시한으로 못박고 대북 심리전 방송을 중단하지 않으면 군사행동 개시로 맞서겠다고 예고했다. 인민군 총참모부(우리의 합참에 해당)는 서해 군통신선을 통해 이러한 내용이 담긴 전화통지문을 국방부에, 김양건 통일전선부장 겸 대남비서는 판문점 연락관을 통해 같은 취지의 서한을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앞으로 보냈다. 대북 확성기 방송은 곧 ‘선전포고’라며 즉각 중단하라는 요구가 핵심이다. 

북한의 일관된 요구는 오로지 심리전 중단이다.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북한의 목표는 군사도발이 아니라 심리전 중단”이라며 “살아 있는 사람의 정신을 바꿔놓는 대북 심리전을 중단시키기 위해 무력 도발이라는 극단적 수단을 사용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천 전 수석은 “대북 심리전은 ‘김일성·김정일교’에 대한 신앙심과 김정은을 향한 충성심을 좀먹는 바이러스이기 때문에 북한은 몇백명이 죽더라도 심리전을 막아내려 하는 것”이라며 “북한의 위협 수위 고조에 맞게 심리전 범위와 강도를 높여나가면 북한이 먼저 대화를 제의하고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2010년 11월23일 연평도에 북한군이 발사한 포탄 수십발이 떨어져 곳곳이 불타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북한이 최후통첩 시한으로 못박은 시점인 22일 오후 5시 이후 어떤 방식으로 추가 도발할지는 알 수 없으나 확성기 시설물을 겨냥한 타격 가능성 등이 거론된다. 백승주 국방부 차관은 21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정책질의에서 “군사적 행동에서 저희가 예측을 가장 높게 하는 것은 11개 지역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시설에 대해 공격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이날 전군 작전지휘관 화상 회의에서 북한의 ‘성동격서식 도발’ 가능성에 대비할 것도 주문했다. 지난 5월 서해 북방한계선(NLL)에서 이례적으로 야간 포사격 훈련을 진행한 데 이어 7월에는 연평도 서북방에 위치한 갈도에서 진지구축 작업을 벌이고 122㎜ 방사포 4문을 배치하며 우리 군당국의 관심을 NLL에 집중시켜놓은 뒤 DMZ 지뢰도발을 일으킨 것도 ‘성동격서’ 성격을 띤다.

김민서 기자 spice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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