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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허망하게 스러진 위대한 독립투사 피눈물 표현”

입력 : 2015-08-12 06:00:00 수정 : 2015-08-12 07: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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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암살’속 김원봉 그림으로 재조명한 권순왕 작가 독립투사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암살’이 흥행 돌풍을 일으키는 가운데 영화 속 조승우가 분한 약산 김원봉을 그림으로 다시 조명한 작가가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시간과 역사를 시각화해 온 권순왕(47) 작가다.

“2년 전 지인을 따라 밀양 여행을 했다. 밀양독립운동사 연구소에서 약산 김원봉의 자료 필름을 보게 됐는데 뭔지 모를 전율감이 느껴졌다. ‘찬란한 슬픔’ 같은 것이 밀려왔다. ”

독립투사들의 중국 근거지였던 건물 사진들을 바탕으로 작업한 작품 앞에 앉아 있는 권순왕 작가. 그는 약산 김원봉을 알게 되면서 역사를 시각화하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밀양지역은 독립유공자 국가서훈을 받은 이들만 69명에 이른다. 조선 유림의 자존감이 유지됐던 지역이다.

“밀양에 이렇게 많은 독립유공자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새삼 놀라웠다. 특히 김원봉이라는 위대한 독립투사가 있었다는 걸 안 순간 ‘작품’으로 다가왔다.”

김원봉은 의열단을 조직해 1920년대부터 1945년 광복될 때까지 치열하게 무장투쟁을 통해 독립운동을 한 아나키스트며 민족주의자였다. 이념보다도 통합된 민족의 독립을 염원했다. 해방정국에서 친일경찰 노덕술에게 모욕을 당하고 사흘간 피눈물을 흘렸던 비운의 독립운동가이기도 했다. 김일성과 통일협상을 위해 김구, 김규식과 함께 북으로 올라간 후 돌아오지 않았다. 이후 연안파 숙청 때 제거됐다.

“남쪽과 북쪽 어디에서도 운신할 곳이 없었다는 얘기다. 위대한 항일 운동의 족적을 남긴 인물이 그냥 그렇게 사라진 것이다. 작품을 통해서라도 그런 피눈물을 표현하려 했다. 아니 그와 연대하고 싶었다.”

김원봉의 인물자료 필름을 활용해 만든 작품 ‘약산’ .
그는 약산의 조선의용대 연설 필름을 캔버스에 출력해 작품에 이용했다. 중국 국민당정부가 항일투쟁 홍보영상으로 만든 영화의 일부를 캔버스에 출력해 칼로 찢는 행위도 했다. 수많은 상처들이다. 그런 다음 캔버스 뒤에서 물감을 긁어서 밀어내는 방식을 취했다. 치유며 울분이다. 일명 ‘양면회화’라고도 할 수 있다.

“가려진 그 이면의 진실에 대한 이야기다. 작품을 완성하고 난 후 관객 1000만명을 향해 달리고 있는 최동훈 감독의 영화 ‘암살’에서도 약산을 다루고 있는 것을 알게 됐다. 우연치고는 너무 우연이다. 이 시대가 약산을 다시 불러냈다고 생각한다.”

그는 밀양여행 이후 잊혀진 인물을 시각이미지로 회복시켜야겠다는 사명감이 생겼다. 다만 빨갱이로 ‘채색’된 약산은 유연하게 불러내고 싶었다. 1920년대 약산이 활약했던 비슷한 시기에 민족시인으로 잘 알려진 김소월의 ‘진달래꽃’을 통해서 사회주의자가 아닌 민족주의자 김약산을 드러내려 하고 있는 것이다. 25일까지 연희동 쌀롱 아터테인에서 열리는 전시 주제가 ‘약산 진달래’가 된 연유다.

“이념의 간극으로 잘못된 해석과 이해로 점철된 생각들을 약산이라는 실제 인물의 삶으로 환원하여 다시 한번 환기시키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그것은 역사를 바라보는 이념적 대립에 대한 화해의 제스처다.”

그는 광복 70년을 맞은 이 시점에서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져간 인물이 영화와 그림으로 다시 살아나고 있는 것은 시대적 요구라 했다.

“이념의 시대를 통해 가려져 왔던 진실들을 작품을 통해 드러내는 것도 작가와 예술의 역할이라고 본다. 우리 사회도 이제 분단의 내부적인 벽을 어떻게 드러내고 어떻게 깰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

현재 밀양에는 약산장학회가 있다. 미국에서 사업에 성공한 약산의 여동생 아들이 후원하는 장학단체다. 6·25전쟁 때 약산 일가는 좌익으로 몰려 풍비박산이 났다. 약산의 조카는 고아원에 맡겨져 미국으로 갔던 것이다. 밀양에 묻혀있는 약산의 부인 박차정 여사도 일본군과 전투 중 총상을 입고 사망해 광복 후 약산이 유골을 안고 들어왔다.

“이 같은 드라마틱한 삶들이 또 어디있겠는가. 이 시대가 넘어서야 할 아픔들이다. 이제 우리 모두가 화해와 치유의 붓질을 할 때다.”

글·사진=편완식 미술전문기자 wansi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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