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여사 방북은 광복 70주년을 앞둔 데다 남북관계 경색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이뤄진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북한은 대북전단, 한·미 연합훈련 등을 핑계로 남북 당국 간 대화를 거부하더니 지난 6월 유엔 북한인권사무소 서울 개소를 문제 삼아 사실상 남북관계 단절을 선언했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민간 차원에서 추진된 8·15 남북 공동 행사도 무산될 위기에 놓여 있다. 여야 대변인은 이런 여건 속에서 추진된 이번 방북이 남북관계 개선의 돌파구가 되길 기대한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이번 방북을 굳이 ‘개인 자격’의 인도적 차원으로 선을 그은 것은 아쉽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그제 이 여사를 예방한 자리에서 “특별히 전해드릴 메시지가 없다”고 했다. 이 여사가 박근혜 대통령의 특사 자격이 아님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 여사 수행단에서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임동원 전 국정원장 등이 빠진 것도 정치적 색채를 배제하려는 정부측 의견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정부로서는 대북 인식에 차이가 있는 야당측 인사 방북을 적극 지원할 경우 북측에 잘못된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고 우려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북측에 분명한 대화 메시지를 보낼 필요가 있다. 박 대통령은 여러 차례 북측에 대화와 협력의 장으로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이 여사 일행의 방북은 북측에 대화와 교류·협력의 문을 열어놓겠다는 메시지가 돼야 한다.
남북 현안은 당국 간 책임있는 대화를 통해 풀 수밖에 없다. 이 여사 방북이 남북관계 개선에 기여하려면 북측의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북한이 이 여사 방북을 김 제1위원장의 치적이나 대남선전용으로 이용하려 한다면 남북관계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다. 광복 70주년, 분단 70년을 가슴 아프게 맞는 이산가족들이 많다. 추석 전 이산가족 상봉과 같은 인도적 사안만이라도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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