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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간 계속 발전한 뮤지컬 '명성황후'

입력 : 2015-08-01 12:08:15 수정 : 2015-08-01 12: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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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20주년을 맞아 새롭게 옷을 갈아입은 뮤지컬 '명성황후'는 이 작품이 지난 한국 창작 뮤지컬의 대명사로 불리며 20년을 이어온 저력을 보여줬다.

시대 변화에 맞춰 무대는 더욱 화려해지고, 음악은 더욱 세련돼졌지만 주제의식은 여전히 살아있었다.

역사를 소재로 해서인지 자주 지적되는 대사 전달의 문제 등은 여전히 남아있었으나 마지막 곡 '백성이여 일어나라'는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로 이런 아쉬움을 다 덮고도 남을 감동을 선사했다.



◇ "절반 이상 바뀌었다"…볼거리 더한 무대

1995년 처음 선보인 '명성황후'는 공연 20주년을 맞아 대대적인 변화를 시도했다. 그동안 공연을 거듭하면서 조금씩 바뀌었지만 20주년을 맞아 이번에는 좀 더 광범위하게 손질됐다.

이 작품을 만든 윤호진 에이콤 인터내셔널 대표는 최근 프레스콜에서 "초연과 비교하면 절반 가까이 바뀌었다"고 밝혔다.

지난달 31일 밤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본 '명성황후'는 무대부터 이런 변화가 감지됐다.

명성황후와 고종이 혼례를 올리는 장면에서 배경에 나비 영상이 등장하는 것을 시작으로 디지털 영상이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됐다. 궁궐 안 장면에서 등장하는 숲 속 모습은 신비감을 더했고, 먹구름이나 불타는 모습은 극중 배경과 함께 인물이 처한 상황을 보여주는 듯했다.

바닥의 경사형 회전 무대는 더욱 빠른 속도로 회전하며 극 전개에 속도를 붙였고 극 중반부에는 회전을 넘어 바닥이 치솟아 오르며 2층 무대를 만들어내 마치 영화 속 한 장면 같은 볼거리를 만들어냈다.



최근 관객들의 취향을 반영한 듯 무거운 역사 속 이야기에 시위별감인 홍계훈 장군을 명성황후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숨겨온 인물로 표현해 로맨스 요소를 더했다.

작품이 바뀐 만큼 노래도 눈에 띄게 달라졌다. 홍계훈의 역할이 강조된 만큼 홍계훈의 아리아가 보강되는 등 일부 곡이 수정, 보완됐다. 초연부터 곡 작업을 주도한 김희갑 작곡가는 "홍계훈의 아리아를 보강하면서 신경을 많이 썼다. 가장 애착이 가는 곡"이라고 소개했다.

여기에 호주 출신 편곡가 피터 케이시가 작업에 참여하면서 외국 뮤지컬 넘버 같은 느낌이 더해졌다. 젊은 관객들에게는 더 감각적으로 다가오겠지만 한국적인 색깔이 다소 바랜 면은 있다.

무대장치 외에 안무가 더욱 화려해지며 볼거리를 더했다. 배우들이 공연 전 언론 등을 통해 하소연한 안무 연습의 어려움이 느껴지는 듯 홍계훈이 무과 시험에 급제하는 장면 등에서의 액션에 가까운 안무는 마치 한편의 퍼포먼스 공연을 보는 듯했다.

수태 굿 장면도 무속신앙을 세련되게 해석해냄으로써 창작뮤지컬의 완성도를 강화했으며 대신들이 수구파와 개화파로 나뉘어 싸우며 선보이는 코믹한 율동은 당대를 풍자하는 듯한 느낌을 전했다.

그러나 이런 외양적인 변화와 달리 명성황후 시해사건이라는 역사적 사건에 대한 문제의식은 명확하게 살아있었다.





◇ 배우들의 열연…명성황후의 인간미 살려낸 김소현 돋보여

제목답게 이 작품을 이끌어나가는 인물은 역시 명성황후다. 이날 명성황후를 맡은 배우 김소현은 과거 이 역을 맡은 배우들보다 다소 여성스러운 외모가 오히려 명성황후의 인간적인 면모를 돋보이게 하는 장점을 보였다.

특히 최근 아이와 함께 육아프로그램에 출연해 보인 이미지가 오버랩 돼서인지 태어나자마자 죽은 아이들을 그리며 곡에선 별다른 가사 없이 "세자여"만을 외쳐도 절절함이 묻어났다.

또한 정통 성악을 공부한 사람답게 오페라 스타일의 이 작품에서 자신의 실력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특히 명성황후의 성품을 드러내기 위해 평소보다 굵은 목소리를 내고, 가사 전달력에 신경 쓴 노력이 느껴졌다.

대원군 역을 맡은 이희정 배우도 안정적이면서도 개성 있는 목소리로 대원군을 현실 속 인물처럼 되살려냈다. 



그러나 아역 배우들이 불안한 가창력으로 몰입을 떨어뜨리는 부분이 있었고, 어린 명성황후를 보여주는 듯한 아역 배우의 등장은 극 전개상 느닷없이 느껴지기도 했다.

앙상블은 군무는 돋보였지만, 일부 합창 장면에선 대사 전달력이 떨어져 국사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았다면 이해가 떨어지는 부분도 아쉬움을 더했다.

또 긴 역사를 짧은 시간 안에 한꺼번에 전달해야 하는 구조상 어쩔 수 없었겠지만 명성황후가 고종에게 친정을 선포할 것을 종용하거나 러시아와 손을 잡으려 하게 된 계기는 설득력이 떨어졌다.

그러나 관객들에게 감동을 선사한 부분은 이런 새로운 변화보다 기존 작품부터 계속된 장면이었다.

관객 모두가 아는 줄거리임에도 마치 당시 조선의 정세를 보여주듯 빠른 속도로 경사 무대가 회전하는 가운데 벌어지는 명성황후 시해 사건은 관객들의 긴장감을 끌어올리며 하이라이트를 찍었다.

시해된 명성황후가 혼이 되어 부르는 '백성이여 일어나라'는 예나 지금이나 이 작품의 백미였다.

명성황후가 한발씩 무대 앞으로 걸어나오면서 부르는 이 노래는 반복되는 8마디 소절이 점점 장엄함을 더한다. 이 장면에선 구한말 백성들 대신 관객들이 일어나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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