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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죽어요"에 "그래서?"…美 911 담당자 해고 뒷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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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7-30 14:21:47 수정 : 2015-07-30 14:4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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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한 소방서 신고전화 담당자가 총격사건으로 급히 신고한 10대 소녀에게 ‘당신이 처리할 일’이라며 전화를 끊은 사연이 뒤늦게 알려졌다. 담당자는 사실이 밝혀진 뒤 해고됐으며, 공개된 녹취록에 많은 이들이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 28일(현지시간) 미국 ABC 방송 계열사 KOAT에 따르면 6월26일 뉴멕시코주 알부케르케 소방서에 신고전화 한통이 걸려왔다.

전화를 건 사람은 에스페란자 퀸테로(17·여). 당시 하우스 파티를 즐기던 퀸테로는 친구 제이든 차베즈-실버(17)가 누군가에게 총을 맞았다며 울부짖었다. 수화기를 통해 “잘했어, 조금만 참아”라고 실버를 다독이는 퀸테로의 목소리가 들렸다.

신고전화 담당 매튜 산체스는 심드렁하게 반응했다. 그는 “총에 맞은 사람이 숨을 쉬나요?”라고 물었다.

“겨우 숨을 몰아쉬고 있어요”라고 답한 퀸테로는 계속해서 이어진 같은 질문에 결국 폭발했다. 그는 “내가 몇 번이나 같은 말을 하고 있느냐”며 산체스에게 폭언을 쏟아냈다.

산체스는 “그래서 뭐?”라고 되물었다. 그는 “이번 일은 당신이 스스로 처리할 수 있다”며 “신고전화를 받지 않겠다”고 말했다. 산체스는 “안돼, 내 친구가 죽어가고 있어…”라는 퀸테로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두 사람의 통화내용은 KOAT가 입수해 이날 대중에 공개했다.

실버는 구조대에 의해 병원으로 실려 갔지만 상처가 워낙 깊은 탓에 결국 숨졌다. 아직 총격사건과 관련해 체포된 이는 없으며, 경찰이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어 용의자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퀸테로는 산체스의 대응을 이해할 수 없다. 그는 “당시 큰 충격에 빠진 상태였다”며 “너무 무서웠다”고 말했다. 이어 “어떻게 친구가 총에 맞은 상황을 다룰 수 있느냐고 따졌다”며 “상대방은 매정하게 전화를 끊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퀸테로는 산체스가 계속 통화했어도 실버가 살았을 것 같느냐는 질문에 확신에 찬 답을 내놓지 못했다. 다만 산체스가 위급한 상황에 놓인 사람을 돕기 위해 최선을 다했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신고전화를 받는 건) 그의 일이에요. 왜 내 전화를 끊었는지 모르겠어요. 한 차례 욕을 하기는 했지만, 난 겨우 17살이에요. 어떻게 제가 그 상황을 혼자 감당하겠어요. 친구를 위해 최선을 다했어요. 사람을 돕는 것은 그(산체스)를 위한 게 아니에요.”

소방서 관계자는 ABC 뉴스에 “산체스는 전화를 끊기 전 구조대를 보냈다”며 “퀸테로와 산체스의 통화는 4분26초나 계속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평균을 훨씬 넘어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소방서 측은 산체스 해고와 상관없이 내사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미국 KOAT 영상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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