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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시정책 수출 현장을 가다] 보고타에 선보인 ‘서울식 교통카드’… 남미 출근길 바꾸다

입력 : 2015-07-26 19:51:29 수정 : 2015-07-26 21:5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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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콜롬비아에 교통시스템 ‘역수출’
유엔이 최근 발간한 ‘세계 도시화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39억명이었던 도시 거주 인구는 2050년 64억명까지 늘어나 전체 인구의 66%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개발단위가 국가에서 도시로 세분화하고, 그에 따라 도시 정책의 중요성도 증가한다는 의미다. 6·25전쟁 이후 압축성장을 해온 서울시는 개발도상국의 도시정책의 모범사례로 꼽히며, 세계 25개 도시에 행정시스템을 수출하고 있다. 행정시스템 구축에 참여한 기업들은 해외도시와 수천억원의 계약을 연이어 체결하며 경제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지난 10년간 서울시의 도시정책 수출 사례를 통해 기업의 수익 확대, 해외 일자리 창출, 도시·국가 브랜드 제고라는 도시 정책의 의미를 10회에 걸쳐 살펴본다.


서울시 교통정책과는 2003년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당시 이명박 시장이 당선 전 시장 후보 시절 내건 공약 ‘대중교통시스템 개선’ 방향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진 것이다. 관계자들은 출퇴근 길 교통정체 해소를 위해 해외 각국의 사례 수집에 나섰다. 그 결과 서울시는 콜롬비아 보고타와 브라질 쿠리치바의 중앙버스전용차로, 준공영제를 벤치마킹한 ‘서울시 교통체계’를 완성, 2004년 7월부터 운영에 들어갔다.

 그로부터 7년이 지난 2011년,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에서는 ‘교통시스템 개선’ 사업자 선정 결과가 TV를 통해 생중계됐다. 사업자로 선정된 곳은 2004년 서울시 교통개편의 주역 LG CNS였다. 기술력과 가격경쟁력을 두루 갖춘 LG CNS가 현지 업체 앙헬컴을 누른 것이다. 이 ‘역수출’ 사례는 서울시의 교통시스템과 이를 정보통신기술(ICT)로 현실에 구현한 LG CNS 기술력이 빚어낸 쾌거였다. 
보고타 교통공사(트랜스밀레니오) 중앙관제실에서 직원들이 모니터를 보며 차량 운행 등 교통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한국산 교통시스템 개선이 불러온 긍정적인 효과

 해발 2640m 고산지대에 위치한 콜롬비아의 수도 보고타는 면적은 서울시의 2배가 넘고, 인구는 1000만명에 육박하는 남미의 몇 안 되는 메가시티 중 하나다. 한국과 지구 반대편에 위치하고 있지만 이곳의 교통시스템은 서울과 ‘닮은꼴’이다. 서울과 동일하게 중앙차로를 달리는 트렁크버스(간선버스), 일반 도로 위의 조날버스(지선버스), 구석구석에서 사람들을 실어나르는 피더버스(마을버스)가 보고타를 달린다. 지하철이 없는 보고타의 트렁크버스 정류장은 서울의 지상철처럼 정류장을 들어가는 입구에서 버스카드로 결제한다는 점만 다를 뿐이다.

 여기에 LG CNS가 요금징수(AFC) 및 버스운행관리시스템(BMS)을 구축하면서 유사점은 늘어났다. LG CNS가 버스 1만2000대와 정류장 40곳의 통합요금징수시스템을 가동하면서 정거장과 버스 안에 설치된 단말기에는 ‘메이드 인 코리아’가 찍혔고, 조날버스와 트렁크버스 간 환승 할인도 적용되기 시작했다. LG CNS가 설치한 BMS를 통해 버스의 운행간격과 정체구간, 사고 발생 등도 면밀히 모니터링된다.

 서울발로 이뤄진 보고타의 교통시스템 체계화는 사회질서와 시민생활 개선으로 곧바로 연결됐다. 버스 차문이 열린 채 시민들을 빼곡히 태우고 달리던 위험천만한 장면들이 사라지고, 길거리 아무데나 정차하던 ‘마을택시’ 같던 버스들도 이젠 찾아볼 수 없다. 버스를 탈 때마다 요금을 지불하던 시스템에서 환승할인으로 전환되면서 2014년 기준으로 1인당 국민소득 8384달러의 국가에서 시민들이 환승 때마다 1800원의 교통비를 절약할 수 있게 됐다. 
지난 6월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의 엘도라도 버스 정류장 게이트에서 시민들이 LG CNS가 설치한 단말기를 통해 버스요금을 결제하고 있다.

 ◆시작은 3억달러… 점점 커지는 행정수출

 LG CNS는 2011년 당시 3억달러(약 3400억원)에 이 사업을 수주했다. 버스단말기·게이트 교체, 통합시스템 구축은 올해 말이면 완료되지만 향후 15년간 유지보수·시스템 운영권은 여전히 LG CNS가 쥐고 있다. 대중교통 이용 인구 증가에 따른 수익이 추가로 LG CNS에 돌아오는 것이다.

 계약 성사를 위해 동분서주하던 2011년에 “헛고생한다”던 비아냥은 이제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LG CNS가 보고타를 전진기지로 콜롬비아 지역도시뿐 아니라 남미까지 영토를 확대하며 ‘서울의 교통시스템 수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고타는 현재 교통개선을 위한 4차 사업과 BIS(버스 출발·도착 안내 시스템) 발주를 준비 중이다. 보고타 시교통국은 BIS와 관련해 현재 LG CNS와 사업 진행을 논의하고 있다. 콜롬비아 지방 12개 도시는 국제개발은행(IDB)에서 지원을 받아 버스 단말기를 한국산으로 바꿀 예정이다.

 LG CNS는 지난해에 멕시코와 페루의 교통시스템 통합에 대한 컨설팅도 진행했다. 이들 국가가 LG CNS의 보고타에서의 성공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만큼 내년 사업 발주에서 LG CNS가 유리한 위치를 점할 것이라는 시각이 높다.

 루이스 베하라노 조날버스 이사는 “이전에는 버스가 차고지가 아닌 기사의 집 앞에 주차되고, 버스 요금을 기사와 흥정하는 경우가 허다했다”며 “교통시스템이 전체적으로 개선되면서 이런 부정적인 부분이 개선됐다. 도시화 진전, 안전한 주거지역 생성 등 경제활성화에도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보고타=정진수 기자 je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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