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곳 중 한 곳만 취소… 맥없이 끝난 '자사고 개혁'

2년간 평가 사실상 마무리

올해 지정취소 대상 자율형 사립고(자사고) 4곳 중 미림여고 한 곳만이 지정취소되는 것으로 2년에 걸쳐 진행된 서울지역 첫 자사고 평가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핵심 공약이 무색하게 자사고 축소 시도가 맥없이 마무리됐다는 평가다.

서울시교육청은 20일 미림여고에 대한 자사고 지정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올해 자사고 운영성과 평가에서 미림여고와 함께 기준 점수에 미달했던 경문고와 장훈고, 세화여고에 대해서는 2년 후 재평가하기로 했다. 미림여고에 대한 자사고 지정취소는 교육부가 시교육청의 동의요청을 받아들이면 최종 확정된다. 미림여고 역시 일반고 전환을 원하고 있는 만큼 이 학교에 대한 처분은 법정 기한인 50일 이내에 그대로 확정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될 경우 2016학년도 신입생부터 일반고인 미림여고로 입학하게 된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0일 서울 신문로2가 시교육청에서 올해 자율형 사립고에서 기준점에 미달한 4개 학교 중 미림여고에 대한 자사고 지정취소 결정발표 회견 중 생각에 잠겨 있다. 같은날 미림여고 학부모들이 서울시교육청 정문 앞에서 자사고 지정취소 결정이 내려지자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근표 시교육청 교육정책국장은 “세 학교(경문고, 장훈고, 세화여고)는 청문에서 학교별로 입학전형 방식 개선, 전·편입학 횟수 제한, 일반고와의 상생 의지 등을 제시하는 등 평가에서 미흡하다고 지적된 내용에 대한 개선 의지를 밝힌 점이 인정됐다”며 ‘(지정취소) 2년 유예’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이로써 2009년 자사고 설립을 법제화한 뒤 2년에 걸쳐 진행된 시교육청의 첫 자사고 평가가 모두 마무리됐다. 총 25개 자사고를 대상으로 진행된 평가에서 기준점수에 미달한 학교는 12곳이나 된다. 자사고의 절반가량이 운영에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주요 지적사항은 입시위주의 교육과정 부당 운영 등이었다. 자사고가 설립 취지와는 달리 입시학교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사실로 확인된 셈이다.

지난해 평가단장을 맡은 성기선 가톨릭대 교육학과 교수는 “(기준점수 미달 학교들은) 교육과정이 학생들의 선택 폭이 일반고보다 못할 정도로 입시 위주로 운영됐고 선행학습 관련 감사 지적사항까지 평가에 반영하면 대부분 학교를 지정취소해야 할 정도”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실제 지정취소로 이어진 사례는 한 건도 없다. 미림여고가 최종 지정취소될 것으로 보이지만 평가에 따른 제재 성격이라기보다 지원율 미달 등 자사고로서 운영이 어려워 학교 스스로 일반고 전환을 희망한 점이 크다.

조 교육감은 “엄정한 평가로 왜곡된 고교체제를 바로잡기에는 법과 제도(교육부의 지정취소 동의 등)적 한계에 막혀 성과를 거두기 어려웠다”며 “관련법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교육청의 자사고 평가는 실질적인 의미를 갖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교육부에 ▲선 지원, 후 추첨 등 학생 선발방법 개선 추진 ▲자사고로의 상시 전·입학 제한 ▲일반고로 전환되는 자사고에 대한 지원 등을 요구했다.

시민단체들은 조 교육감의 공약 후퇴를 성토했다. 서울교육단체협의회는 “자사고 폐지 없이 일반고 살리기는 공염불”이라며 “조 교육감은 불과 1년 전 공약을 다 잊고 스스로 솜방망이 결론을 내리면서 교육부 핑계를 대고 있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한편 미림여고 학부모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번 시교육청의 결정은 학부모 의견을 무시한 일방적 결정”이라고 반발했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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