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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전 157기'… 의지의 '부녀 콤비'

입력 : 2015-07-20 20:30:03 수정 : 2015-07-20 22: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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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운정, LPGA 생애 첫 우승 장하나와 연장 접전 끝 정상 포옹
156개 대회 출전 준우승만 3번 경찰 퇴직 부친 8년간 캐디백
“전문 캐디 아니어서 우승 못한다” 주위 비아냥 딛고 감격의 눈물
20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실베이니아에서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마라톤 클래식에서 생애 처음 우승한 최운정(25·볼빅·미국명 첼라)은 아버지가 캐디를 맡는 ‘부녀 콤비’로 유명하다. 경찰관으로 20여년간 근무하던 아버지 최지연(57)씨는 둘째딸이 LPGA 2부투어에서 뛸 때인 2008년 서울 혜화경찰서에서 경사로 퇴직하고 8년간 캐디를 맡았다. 첫 우승을 할 때까지만 백을 메겠다고 한 게 8년이나 흘렀다.

최씨는 초등학교 5학년 때 골프채를 처음 잡은 최운정이 한국에서 골프를 할 때 제대로 뒷바라지를 못 해준 것에 대한 미안함으로 경기 때마다 20kg이 넘는 캐디백을 메고 8km 이상을 걸었다. 최운정이 LPGA 투어에서만 156경기를 출전했으니 서울∼부산 거리를 한 차례 반이나 왕복한 셈이다.

전문 캐디가 아닌 아버지가 캐디를 해서 우승을 못하는 것이라는 주위의 비아냥을 한방에 날려버린 최운정은 “아빠가 늘 옆에서 도와줘서 우승할 수 있었다. 첫 우승까지 이렇게 오래 걸릴 줄 몰랐다”며 기쁨의 눈물을 쏟았다. 최씨도 “이 순간을 기다려 왔다. 그토록 마음 고생한 운정이도 골프를 더욱 즐길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행복해했다.

최운정은 앞으로 2개 대회의 숙소 예약을 이미 마쳤기 때문에 2개 대회에서는 아버지와 더 함께 호흡을 맞춘 뒤 새로운 캐디를 구할 것인지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최운정은 중학교 3학년 때 국가대표 상비군으로 발탁되며 가능성을 인정받은 뒤 고3 때인 2007년 ‘큰 물’에서 놀겠다며 미국으로 건너갔다. 2부투어 한 시즌 만에 LPGA투어 출전권을 획득한 최운정은 이번 대회 전까지 156개 대회에 출전했지만 준우승만 3번 했다. 지난해에는 톱10에 10차례, 톱5에 6차례 들면서 LPGA 상금랭킹 10위에 올라 꿈에 그리던 한일여자프로국가대항전에 출전했다.

그는 올 시즌을 앞두고 취약점인 거리를 늘리려고 운동도 많이 해 기대를 받았지만 성적은 오히려 곤두박질쳤다. 17번 출전한 대회에서 롯데 챔피언십 공동 4위가 최고 성적이었고, 무려 6번이나 컷 탈락했다. 최씨는 부진한 성적에 조바심을 내던 딸의 곁을 늘 지키며 “길을 가다 보면 터널이 있고 오르막과 내리막도 있다. 열심히 하다 보면 언젠가 내리막이 나온다”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오렌지색 볼’을 쓰기에 ‘오렌지 걸’로 불리는 최운정은 거리도 짧은 데다 테크닉이 뛰어나지 않아 LPGA에서 연습량이 많기로 소문난 ‘독종’답게 오히려 자신을 더 강하게 몰아붙여 지난주 열린 제70회 US오픈 3라운드에서 전반 9홀 최소타 기록(29타)을 세워 우승을 사정권에 뒀다.

마라톤 클래식에 7년째 출전한 최운정은 이날 메도우스 골프클럽(파71·6512야드)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66타를 쳐 합계 14언더파 270타를 기록, LPGA 루키인 장타자 장하나(23·비씨카드)와 연장 승부 끝에 ‘156전 157기’를 이뤄냈다. 18번 홀(파5)에서 열린 연장 첫 번째 홀에서 최운정은 2.5m 거리의 파 퍼트를 성공시켜 세번째 샷을 그린 뒤로 넘겨 보기를 범한 장하나를 따돌렸다. 최운정의 우승으로 태극낭자들은 올해 LPGA 투어에서 11승을 합작해 2006년과 2009년에 세운 한국 선수 최다승과 동률을 이뤘다.

박병헌 선임기자 bonanza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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