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수, 제자 폭행 사주하고 인분먹여…실시간 방송까지

디자인분야 권위자인 대학교수가 자신이 취직시킨 제자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야구방망이로 폭행하고 손발을 묶고 얼굴에 비닐봉지를 씌운 뒤 스프레이를 뿌리는가 하면 잠을 재우지 않고 인분까지 먹이는 엽기적인 가혹 행위를 했다.

또 최저임금에도 턱없이 부족한 월급 30만원으로 일을 시켜오다 일 처리를 못한다며 그마저도 최근 주지 않았고 "업무 성과가 나오면 먹으라"며 3일간이나 굶기는가 하면  수시로 2∼3일씩 잠을 재우지 않고 일을 시키는 등 노예 부리듯 했다.

인터넷 방송인 아프리카TV를 통해 제자를 나무라거나 폭행하는 장면을 비공개 방에서 자신들끼리 실시간 생중계하고 있다. 성남중원서 제공

피해 제자는 교수가 다른 대학에 교수 자리를 알아봐 주리라 믿고 얻어맞아 수술까지 하면서도 가혹 행위를 참고 지냈다.

이러한 교수의 엽기행동에 다른 제자 여러 명이 도우미로 나서 대학사회에서 교수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실감 나게 했다.

교수는 이들 제자에게 폭행을 지시한 뒤 제대로 이행하는지를 휴대전화를 이용해 아프리카TV 인터넷 방송으로 지켜보기까지 했다.

인터넷 방송인 아프리카TV를 통해 제자를 나무라며 A4용지를 들고 있게 하는 벌을 주고 있다. 성남중원서 제공

14일 경기도 성남시 중원경찰서는 경기도 모 대학교 A(52) 교수와 A 교수의 제자 B(24) 씨 등 2명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구속했다.

또 같은 혐의로 C(26·여)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A 교수 등은 2013년 3월부터 올해 5월까지 D(29) 씨를 수십 차례에 걸쳐 야구방망이 등으로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A 교수는 자신이 대표를 맡은 디자인 관련 학회 사무국에 D 씨를 취업시켰다.

하지만 D씨가 일을 잘하지 못해 실수를 하자 비호감이라는 이유 등으로 수시로 폭행을 일삼아 왔다.

카카오톡 단체방에서 제자에게 욕설을 하며 호신용 가스분사기를 얼굴에 쏘겠다고 협박하고 있다.
성남중원서 제공

A 교수 등은 D씨가 잇단 폭행으로 전치 6주의 상해를 입고 입원해 수술까지 받게 되자 더는 물리적인 폭행으로 괴롭히기가 힘들다고 보고 손발을 묶고 얼굴에 비닐봉지를 씌운 채 40여 차례에 걸쳐 호신용 스프레이를 얼굴에 쏘아 화상을 입혔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인분을 모아 10여 차례에 걸쳐 강제로 먹게 한 혐의도 받고 있다.

A 교수는 자신이 외출 중일 때 카카오톡 단체 방에 "오늘은 쓰싸(슬리퍼로 따귀) ○○대"라는 식으로 B 씨 등에게 폭행을 사주했고 폭행 장면을 아프리카TV 인터넷 방송을 통해 휴대전화로 실시간 확인까지 했다.

D 씨는 디자인 분야 권위자인 A씨가 과거 제자를 지방 대학에 교수로 채용시키는 등 영향력이 큰 것을 보고 자신도 대학교수가 되기 위해 가혹 행위를 참아왔다.

A 교수는 D씨가 신고하지 못하게 하려고 "너의 실수로 회사에 금전적 손해가 발생했다"며 20여 차례에 걸쳐 1억여원의 채무이행각서를 쓰게 한 뒤 변호사를 통해 공증까지 받아냈다.

카카오톡 단체방에서 제자에게 욕설을 하며 C씨 등에게 폭행할 것을 지시하고 있다.

A 교수의 엽기행위는 올해 5월 관련 첩보를 입수한 경찰이 내사에 착수해 드러났다.

경찰은 D 씨 휴대전화 등에 남아 있는 증거 자료를 확보해 A 씨 등의 범행 일체를 자백받았다.

A 교수는 처음엔 범행을 부인하다가 증거가 제시되자 "잘못했다. 선처를 바란다"며 법원에 1억여원을 공탁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경찰은 A씨가 교육부 산하 기관이 지원하는 학술지 지원사업에 허위 견적서를 제출, 3300만원의 정부 출연금을 편취하고(사기), 법인 자금 1억여원을 횡령한(업무상 횡령) 정황을 잡고 수사 중이다.

박태훈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