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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찬의 軍]말도 많고 탈도 많은 '퇴물 美 초계기' 도입 논란

입력 : 2015-07-09 15:25:42 수정 : 2015-07-09 21:3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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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3B 바이킹 해상초계기(자료사진)

냉전 시절 미 해군을 소개하는 홍보 영상이나 영화 등을 보면 항공모함과 함께 반드시 등장하는 항공기가 있다.

바로 S-3B 바이킹. ‘잠수함 킬러’로서 항공모함의 진로 상에 있을 수 있는 적 잠수함을 탐지해 격퇴하는 역할을 맡았다. 냉전 이후에는 대함 공격, 정찰 등의 용도로도 활용됐다.

하지만 2009년 모두 퇴역해 미 네바다주 투싼 사막의 ‘전투기 무덤’에 방치되어 있다.

해군은 1조원을 투입해 이 ‘퇴물 초계기’를 재생해 20대를 도입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가격 상승, 노후화 등의 문제를 안고 있는 S-3B를 굳이 도입해야 하는가를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 가격 상승·노후화 등 문제 많아

당초 S-3B 바이킹의 도입 가격은 최대 300억원을 넘지 않을 것으로 추산됐다. 이 가격은 기체를 수리하고 전자장비와 무장을 탑재하는데 필요한 비용을 합친 것이다.

20대를 도입하게 되면 소요 예산은 6000억원으로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무기중개상들이 개입하면서 대당 가격은 600억~700억원으로 2배 이상 폭증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서 작업을 하면 200억~300억원 수준에서 충분히 개조할 수 있다. 국내 업체에서 개조 작업을 하려면 계약 등 부대조건들을 해결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비용이 늘어난 것으로 안다”며 “미국측은 자국 내에서 모든 작업을 마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S-3B를 도입한다 해도 길어야 10년 이상은 사용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군 소식통은 “수명 문제는 해군도 인정하고 있는 사안”이라며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보통 전투임무를 수행하는 항공기의 설계수명은 6000~8000시간이다. 한국 공군의 F-4 전투기는 설계수명을 넘겨가며 운영했지만 1만 시간을 넘기지는 않았다. 그러나 S-3B는 2004년에 이미 1만3000시간의 운영시간을 기록했고, 이후 5년 더 작전에 투입된 후 퇴역했다. 군용기의 연평균 운용시간이 300시간 내외인 점을 감안하면 퇴역 시점에서는 1만4500시간을 기록했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이 정도면 아무리 정비를 해도 제대로 사용하기 어렵다.

후속군수지원 문제도 심각하다. 미 해군의 P-3C는 P-8A로 대체되고 있지만, 일본을 포함해 17개국에서 400여대가 운영되고 있다. 미 해군에서 P-3C가 퇴역해도 다른 운영국가들이 많아 부품을 쉽게 구할 수 있다. 하지만 S-3B는 미군에서만 119대가 사용됐고, 2009년 퇴역함에 따라 후속군수지원 체계도 사라져버렸다.

전자장비 탑재도 마찬가지다. 우리 군의 요구에 맞는 전자장비를 탑재하려면 항공기 비행 안전을 고려해 무게 중심을 맞추고, 전자파 간섭이 없도록 조치해야 한다. 이 과정은 단순한 장비 교체 수준을 넘어서 비행기를 새로 제작하는 것과 맞먹는 수준의 난이도를 요구한다.

S-3B.


해군 사정에 정통한 군 소식통은 “S-3B 도입이 추진될 수 있는 것은 해상초계기 군요구성능(ROC) 때문으로 안다. 속도가 상당히 빠른 수준으로 설정되어 있는데, 대부분의 해상초계기는 터보프롭 항공기라 느리다. 낮은 예산 규모와 빠른 속도를 모두 충족할 수 있는 기체는 S-3B 정도”라며 문제를 해결하려면 해군이 설정한 ROC부터 수정해 ‘진입장벽’을 낮춰야한다고 주장했다.

◆ ‘퇴물’ 대체할 항공기는 없나?

그렇다면 S-3B를 대신할 수 있는 해상초계기는 과연 있을까.

우선 에어버스가 개발해 칠레, 포르투갈 등에서 쓰이는 C295MPA가 있다. 한국 공군도 도입한바 있는 CN-235 수송기를 확대 재설계한 C295MPA는 통합전술시스템과 자기탐지기, 어뢰, 기뢰, 미사일 등을 탑재한다. 대당 가격도 최대 800억원 정도로서 동급 기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브라질 엠브리어가 ERJ-145 비즈니스 제트기를 개조해 만든 P-99도 거론된다. 브라질과 멕시코가 도입한 P-99는 4개의 무장장착대를 통해 어뢰 등의 무장을 운용한다. 이외에 캐나다 봄바디어의 Q400 해상초계기 모델과 첼린저 650CL 개조형 등도 거론된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첼린저 650CL이나 P-99는 제트엔진이라 속도가 빠르고, 신형 기체라 오랜 기간 사용이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P-8A의 도입으로 퇴역이 진행중인 미 해군의 P-3C를 구매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우리 해군의 P-3CK와 큰 차이가 없고 후속군수지원 체계를 따로 구축할 필요가 없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군 당국은 이르면 오는 9월까지 차기 해상초계기 사업에 대한 소요 검증과 사업 타당성 조사 등을 마칠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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