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하이힐의 고통'에 무지했던 나를 반성합니다

관련이슈 오늘의 HOT 뉴스

입력 : 2015-06-27 13:22:37 수정 : 2015-06-27 13:22:37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남자들이라면 어렸을 적 누구나 한 번쯤 엄마 하이힐을 신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내 신발과 다른 모양에 호기심이 생겨 슬그머니 발을 넣어본 일 말이다. 무게중심을 잡기 어려운 탓에 쉬이 앞으로 넘어지긴 했을 테지만.

‘그건 어렸을 때잖아’라고 말한 당신. 혹시 지금이라면 가능한가? 여자친구 하이힐 말고, 자기 발에 꼭 맞는 사이즈의 하이힐을 신는 것 말이다. 그때는 발 크기가 달라 넘어졌다고 주장한다면, 당장 하이힐을 신고 걷기에 성공할 수 있을까?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 방송 기자가 직접 나섰다. 브랜든 코헨이라는 이름의 기자는 최근 하이힐과 함께 보낸 하루를 영상으로 남겼다. 그의 '하이힐 여정'은 오전 8시30분쯤 시작해 오후 7시30분까지 약 11시간 동안 진행됐다.

“하이힐 때문에 발이 아프다며 엄살 피우는 여자들이 못마땅했다. 그들은 매번 불평만 쏟아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직접 하이힐 신는 게 아무 문제 없음을 증명하고 싶었다.”

코헨은 영상 도입부에서 하이힐 체험에 도전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도전을 결심하고 망설임 없이 매장에서 스틸레토 힐을 샀다”며 “하이힐을 둘러싼 지금까지의 여러 생각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작부터 쉽지 않았다. 집을 나선 코헨은 발을 조여오는 고통에 “오 신이시여”를 외쳤다. 그러더니 “이거 너무 아프잖아”라며 “잠이 깰 정도다”라고 얼굴을 찡그렸다.

쩔뚝이며 걷는 코헨에 행인들은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일부는 아기처럼 걷는 코헨을 보며 휴대전화를 꺼내 사진까지 촬영했다. 우리라도 하이힐 신는 남자를 본다면 당장 사진부터 찍을 게 분명하다.

우여곡절 끝에 사무실에 도착했지만 코헨은 여전히 발이 아팠다. 그의 동료들은 하이힐을 신고 온 코헨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발을 주무르던 코헨은 문득 다른 사람들이 재미있어한다는 건 알았지만, 그들이 자기를 존중해주진 않는다고 여겼다.


점심을 먹고 사무실에 돌아온 코헨은 배부르기는커녕 얼굴만 계속 찡그렸다. 하이힐을 신은 탓에 즐거워야 할 점심이 고통으로 가득 찼기 때문이다. 그는 계속해서 “죽고 싶다” “날 죽여달라” “다 죽여버릴 거야” 등의 말을 연거푸 뱉었다.

특히 계단을 오를 때 코헨은 어찌할 줄 몰라했다. 하이힐을 신고 오르내리기에 계단 폭이 좁아 균형이 무너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난간을 꽉 붙잡아 다른 이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오후 일정 소화를 위해 쇼핑몰을 돌아다닌 코헨은 길가에서 몇몇 남자들의 야유까지 받았다. 그에게 야유를 쏟아낸 이들은 10대 소년이거나 노숙자였다. 코헨이 지나가는 길에 있던 사람들은 일제히 휴대전화를 꺼내 마치 플래시가 터지는 런웨이를 방불케 했다.

오후 7시15분쯤, 코헨의 하이힐 체험기가 드디어 막을 내렸다. 오전 내내 “죽고 싶다”는 말을 해온 코헨은 더 이상 하이힐을 신을 필요가 없자 서둘러 벗어던졌다.


코헨은 그동안 여성들을 얕봤던 자신을 반성했다. 그는 맨발로 인도 걷는 여자아이들을 이상하게 생각했던 과거를 뉘우쳤다. 하이힐을 벗은 지금 코헨은 당장 길에 누워 자도 좋을 만큼 편안함을 느꼈다.

“진통제를 좀 먹을 생각입니다. 피곤하니 자야겠어요.”

코헨은 마지막으로 이 같은 말을 남겼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유튜브 영상화면 캡처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나연 '깜찍한 브이'
  • 나연 '깜찍한 브이'
  • 시그니처 지원 '깜찍하게'
  • 케플러 강예서 '시크한 매력'
  • 솔지 '아름다운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