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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9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자리에 앉으려 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10일 메르스 사태 대응을 위해 미국 방문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양국이 일정을 공식 발표한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우리 측에서 방미를 연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990년 5월 당시 노태우 대통령이 노사분규 및 경제난 등을 이유로 같은 달 말에 잡혀 있던 방미 일정을 연기했으나 이는 계획이 공식 발표되기 이전에 이뤄졌다. 그만큼 현 시국을 바라보는 박 대통령의 인식이 결연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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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김성우 홍보수석이 10일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연기한다고 발표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박 대통령이 연기를 최종 결심한 것은 이날 오전 8시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주 초 메르스가 번지고 국민 불안감이 증폭되면서 박 대통령은 연기 옵션을 심각하게 고심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참모진은 연기와 추진으로 의견이 갈렸다는 후문이다.

박 대통령은 중요한 외교적 결단을 내렸지만 불확실한 국내 현안 수습에 매진해야 할 더욱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 우선 정부가 메르스 사태 조기 수습에 실패해 지난해 세월호 참사 후 박 대통령이 거듭 강조했던 ‘안전 한국’의 구호가 무색해졌다. 박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고조되고 여당 지지율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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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 국무총리 직무대행(오른쪽 두번째)이 10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1동 중회의실에서 메르스 대응을 위한 전국 지자체장과의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은보 기획재정부 차관보, 김재춘 교육부 차관,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최 총리대행, 박원순 서울시장. |
방미 연기가 한·미관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외교적 결례라는 지적과 미국 측도 이해할 것이라는 의견이 맞선다. 청와대 김성우 홍보수석이 브리핑에서 “사전에 미국에 양해를 구하고 일정 재조정을 합의했다”고 밝힌 것은 일각의 우려를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여야는 모두 ‘환영’ 의사를 밝혔다. 새누리당 김영우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대통령이 중대한 결심을 한 만큼 메르스 사태를 극복하는 데 온 국력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메르스 때문에 청와대가 고심한 것 같다. 메르스 상황을 보면 잘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이우승·김채연 기자 ws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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