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朴대통령 방미 연기 배경과 향후 국정 전망

입력 : 2015-06-10 18:44:35 수정 : 2015-06-11 00:57:24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메르스 정국 여론악화 부담 … 정부 불신 해소에 총력 예상
박근혜 대통령이 9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자리에 앉으려 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10일 메르스 사태 대응을 위해 미국 방문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박근혜 대통령이 10일 방미 일정을 전격 연기한 것은 무엇보다 국민 안전을 중시하는 모습을 대외적으로 부각해 ‘메르스 정국’에서 쌓인 정부 불신을 씻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의 최대 분수령이 될 이번 주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모든 역량을 쏟아부어 확산세를 꺾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셈이다.

양국이 일정을 공식 발표한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우리 측에서 방미를 연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990년 5월 당시 노태우 대통령이 노사분규 및 경제난 등을 이유로 같은 달 말에 잡혀 있던 방미 일정을 연기했으나 이는 계획이 공식 발표되기 이전에 이뤄졌다. 그만큼 현 시국을 바라보는 박 대통령의 인식이 결연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청와대 김성우 홍보수석이 10일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연기한다고 발표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국민 불안감이 크고 정부 초동대처에 대한 비판이 비등한 상황에서 국내를 비우는 것은 자칫 민심 악화를 불러 ‘득보다 실이 많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 후 한달 만에 중동순방 일정을 줄여 아랍에미리트(UAE)를 ‘원포인트’로 방문했지만 여론은 부정적이었다.

박 대통령이 연기를 최종 결심한 것은 이날 오전 8시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주 초 메르스가 번지고 국민 불안감이 증폭되면서 박 대통령은 연기 옵션을 심각하게 고심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참모진은 연기와 추진으로 의견이 갈렸다는 후문이다.

박 대통령은 결국 이날 오전 결심을 끝내고 미국과의 일정 조율을 지시했다. 이는 이병기 비서실장을 통해 윤병세 외교부 장관에게 전달됐고, 윤 장관은 직접 존 케리 미 국무장관에게 전화해 연기 사실을 정중하게 전달했다. 케리 장관은 한국 측 사정을 이해한다고 답했으며, 두 장관은 즉시 ‘상호 편리한 가장 빠른 시기’로 일정 재조정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중요한 외교적 결단을 내렸지만 불확실한 국내 현안 수습에 매진해야 할 더욱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 우선 정부가 메르스 사태 조기 수습에 실패해 지난해 세월호 참사 후 박 대통령이 거듭 강조했던 ‘안전 한국’의 구호가 무색해졌다. 박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고조되고 여당 지지율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최경환 국무총리 직무대행(오른쪽 두번째)이 10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1동 중회의실에서 메르스 대응을 위한 전국 지자체장과의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은보 기획재정부 차관보, 김재춘 교육부 차관,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최 총리대행, 박원순 서울시장.
또 국회법 개정안 문제가 아직 풀리지 않았고 황교안 총리 후보자 인준이나 법무부 장관 및 청와대 정무수석 인선 등도 하루빨리 마무리해야 할 사안이다. 청와대 안팎에선 황 후보자에 대한 인준이 마무리되고 이번주를 고비로 메르스가 진정 국면으로 들어가면 박 대통령이 메르스 사태로 떨어졌던 국정운영 동력 회복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박 대통령이 지난 9일 국무회의를 통해 메르스 사태 외 경제 문제와 노동시장 구조개혁 문제 및 4대 국정핵심 과제 등을 언급한 것은 이와 무관치 않다.

방미 연기가 한·미관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외교적 결례라는 지적과 미국 측도 이해할 것이라는 의견이 맞선다. 청와대 김성우 홍보수석이 브리핑에서 “사전에 미국에 양해를 구하고 일정 재조정을 합의했다”고 밝힌 것은 일각의 우려를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여야는 모두 ‘환영’ 의사를 밝혔다. 새누리당 김영우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대통령이 중대한 결심을 한 만큼 메르스 사태를 극복하는 데 온 국력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메르스 때문에 청와대가 고심한 것 같다. 메르스 상황을 보면 잘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이우승·김채연 기자 wslee@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엄현경 '여전한 미모'
  • 엄현경 '여전한 미모'
  • 천우희 '미소 천사'
  • 트와이스 지효 '상큼 하트'
  • 한가인 '사랑스러운 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