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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병원· 학교· 가게 '메르스 포비아'

입력 : 2015-06-04 19:00:23 수정 : 2015-06-05 01:4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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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포비아’ 경기지역 가보니
‘공황 상태나 다름없었다.’

4일 오전 11시 첫번째 메르스 환자가 치료를 받았던 경기도내 A병원에서 1㎞쯤 떨어진 C초등학교. 수일 전까지 아이들이 뛰놀던 운동장은 휴업으로 인해 텅 비어 있었다.

교실은 아이들을 기다리는 듯 책상들이 서로 머리를 맞댄 채 놓여 있었고 행정실 직원들만 탁자에 둘러앉아 메르스에 대한 우려를 토해내고 있었다.

이 학교에서 500여m쯤 떨어진 D여고도 학생 대신 교사와 직원들이 나와 학교를 지키고 있었다. 이들 학교는 학생들이 없어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이 지역에서 메르스 사태로 수업이 이뤄지지 못한 학교와 유치원이 무려 128곳에 달했다. 학부모들은 자녀가 메르스에 감염될까봐 가슴을 조리고 있었다.

한 학부모는 “휴업을 해도 아이들은 도서관이나 학원을 가야 하고 친구들과 어울려 놀아야 하는데 불안하기 짝이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다른 학부모는 “메르스보다 더 무서운 건 정부의 무능·무책임”이라고 성토했다.

길에서 마주친 주민 구모(49)씨는 “메르스 최초의 환자가 입원해 수십 명의 확진자가 나온 병원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아파트 사람들이 병원 앞 도로를 피해 우회도로를 이용해 아파트 단지로 들어올 정도”라고 털어놨다.

전국에서 메르스 확산으로 휴업하는 학교가 급증하는 가운데 4일 서울 강남구 대치초등학교에 임시휴업 안내문이 걸려 있다.
김범준 기자
두번째 사망자가 수일간 입원한 적이 있는 B병원 인근의 지역도 삭막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병원 주변 상가는 점심시간인데도 사람을 찾아보기가 어려울 정도로 ‘개점휴업’ 상태였다. 상가는 정적이 흘렀고 손님의 발길이 끊겨 가게 문을 닫는 곳도 있었다. B병원 정문 앞의 한 약국 주인은 “병원에서 처방전이 나오지 않아 일손을 놓고 있다”며 “오는 사람마다 찾는 게 마스크 아니면 손 세정제여서 약국인지 양판점인지 헷갈릴 정도”라고 털어놨다. 바로 옆 식당은 ‘안내글’과 함께 아예 문을 닫고 있었다. 병원 맞은편 할인마트 주인은 “거짓말 하나 안 보태 매출이 평상시의 5분의 1로 줄었다”며 울상을 지었다.

화성=김영석 기자 lovek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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