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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삿짐·활어차에 숨어 타지로… 관광객 위장 잠적 땐 못찾아

입력 : 2015-05-31 19:52:45 수정 : 2015-05-31 19:5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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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선 투시기 없는 성산항 몰려
폭 1m 높이 40㎝ 선루프박스에
숨구멍만 뚫어 누운 채 숨기도
검문 강화되자 아예 불법취업도
中총책, 1인 500만원씩 받고 알선
지난 1월 초 제주해양경비안전서와 전남완도해경안전서에 중국인들이 제주에서 완도로 불법이동을 한다는 첩보가 입수됐다. 해경이 긴급출동해 같은 달 10일 첩보 대상 선박의 구석구석을 검문하고 함께 실린 각종 차량을 이 잡듯이 뒤졌지만 중국인들을 찾아낼 수 없었다. 해경은 차량 검색을 반복하다가 다소 큰 레저용 차량인 카니발을 발견하고선 루프박스에 시선을 고정했다. 그곳에는 중국인 2명이 숨어 있었다. 완도해경 관계자는 “차량에 중국인이 보이지 않아 루프박스를 열어봤는데 작은 공간에 두 사람이 반드시 누워 있었다”며 “루프박스에는 숨구멍도 뚫려 있었다”고 설명했다.

카니발 지붕 캐리어에 설치된 루프박스는 길이 2.4m, 폭 1m, 높이 0.4m 크기다. 두 사람이 누워 있을 수는 있지만 움직일 수는 없는 작은 공간이다.

이 같은 사례는 부지기수다. 제주해경은 지난 4월19일 무사증(무비자)으로 제주에 입국한 뒤 다른 지방으로 숨어들려고 한 짱모(40)씨 등 중국인 4명과 이를 도와준 중국인 알선책 선모(35)씨, 운반책 취모(41)씨 등 6명을 구속했다. 알선책 선씨와 운반책 취씨 등은 제주항에서 미리 준비한 택배차량을 이용해 장씨 등 4명을 완도행 정기여객선을 통해 완도로 숨어들게 하려한 혐의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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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증으로 제주도에 입국한 중국인들이 불법으로 제주를 벗어나 다른 지역으로 가기 위해 갖은 수법을 동원하고 있다. 이들은 활어운반차와 냉동탑차, 이삿짐 차량 등에 몰래 숨는 수법을 주로 사용한다. 고무보트와 낚시어선을 동원하기도 한다.

불법이동 통로로는 무단이탈자를 막기 위해 엑스선 투시기를 갖춘 제주항보다는 검색장비가 갖춰지지 않은 성산항이 주로 이용되고 있다. 지난 3월 제주항에서 승합차 적재함에 몰래 탄 채 완도행 여객선에 오르려다 제주해양수산관리단 검문검색에 적발돼 구속된 중국인 A(34)씨 등은 경찰 조사에서 “이미 2월과 3월 초 성산항을 통해 다른 지역으로 중국인 3명을 몰래 내보냈다”고 진술해 이를 뒷받침했다.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지난 4월 9일 제주국제공항 특수경비원이 다른 외국인의 외국인등록증을 통해 김포공항으로 무단 이탈하려던 인도네시아 남성 2명을 검거했다. 제주공항 3층 국내선 출발 신분검색장에서 특수경비원이 인도네시아 출신 M씨의 외국인등록증의 사진이 실물과 다른 점을 확인하고 특경조장에게 확인을 요청했다. 그 순간 인도네시아인 2명이 도주를 시도했지만 공항의 화장실과 공항청사 외부에서 붙잡힌 것이다.

폐지 운송 차량에 숨어 제주항에서 여객선으로 목포로 가려던 중국인들이 검거되고 있다.
제주해양수산관리단 제공
중국인단체 여행사 가이드 A씨는 “여행객 무리에서 이탈해 종적을 감출 경우 찾을 길이 없다”며 “이런 일이 종종 있다”고 말했다.

무사증 입국자들의 무단이탈을 막기 위한 검문검색이 강화되자 제주에서 불법취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무사증 제도가 불법취업 통로로 전락한 셈이다.

제주경찰청은 무사증 입국 중국인을 제주지역 음식점 등에 불법취업시켜 수수료를 챙긴 중국인 왕모(53·여)씨와 리모(27)씨를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지난달 구속한 바 있다. 이들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6개월간 중국 현지 총책이 모집한 중국인을 관광객으로 입국시킨 다음 제주도내 숙소에 단체로 머물게 한 뒤 공사장에 불법취업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중국 총책은 취업알선 대가로 중국인에게 1인당 500만원씩 받고 검거된 제주지역 알선책 왕씨와 리씨에게 수수료 일부를 나눠준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무사증 입국자의 불법취업은 제주도내 일부 인력사무소를 중심으로 암암리에 이뤄졌으나 최근 공항과 항만의 단속이 강화되면서 전문적인 알선책이 등장해 활개를 치고 있다. 이 때문에 요즘 제주공항에서는 목적이 불분명해 입국이 거부된 중국인들이 법무부 직원들과 실랑이를 하는가 하면 입국 허용을 요구하며 집단농성을 벌이는 모습이 심심치 않게 목격되고 있다.

정부가 외국 크루즈선이 국내 항만을 모항으로 이용하는 데 따른 숙박·관광수입 등 경제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제주의 경우 120시간 동안 비자 없이 체류를 허용키로 해 그에 따른 무단이탈 대책도 요구되고 있다.

법무부 제주출입국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최근 건설현장 등에서 불법체류자들을 단속해 달라는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농장 등 광범위한 지역을 단속하기에는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단속할 때 불법 고용주와 취업자들이 거세게 저항해 단속반이 부상하는 일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제주=임성준 기자 jun258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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