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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억제 '골든타임' 놓친 보건당국

입력 : 2015-05-28 19:43:29 수정 : 2015-05-29 10: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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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의심자 조치없이 귀가·출국 방치…초동대처 실패로 발병 8일만에 7명 확진
보건당국의 안일한 대처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확산을 막을 ‘골든타임’을 놓친 것으로 드러났다. 메르스 의심환자가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은 채 중국으로 출국한 사실은 전염성 질병에 대한 정부의 위기대응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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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억제 ‘골든타임’ 놓친 보건당국

28일 중국으로 출국한 사실이 확인된 A(44)씨는 지난 16일 세 번째 메르스 환자인 아버지를 병문안하고 온 뒤 의심증상인 발열이 나타났다. 그런데도 이 사실을 당국에 알리지 않고 지난 26일 항공편으로 홍콩을 경유해 중국으로 출국했다. 좁고 밀폐된 공간에 많은 사람이 탑승하는 항공기는 호흡기 질환이 매우 쉽게 전파되는 곳이다. A씨가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을 경우 함께 탄 내·외국인 승객 160여명에 대한 추가 조사가 불가피해진다. 당국은 탑승객 명단을 확보했지만 해외에 체류 중인 승객을 일일이 찾아내 관리하는 것은 쉽지 않다. 승객들 중에 감염자가 나오면 메르스 확진 환자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정부의 허술한 초기 대응이 이번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당국은 지난 20일 첫 메르스 확진 환자 발생 이후 접촉자들을 조사하면서 격리병상 입원을 권유하지 않고 자택 격리를 결정했다. 세 번째 환자(76)가 확진 판정을 받은 뒤 병문안을 했던 그의 딸 B(46)씨가 자신도 검사해달라고 요구했으나 당국은 이를 무시했다. 보건 당국은 B씨가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뒤에야 격리대상자에 한해 ‘원하는 경우 시설 격리를 허용한다’고 방침을 바꿨다. 인천국제공항을 비롯한 전국 격리 병상은 17개 기관에 579개나 마련돼 있다. 처음부터 시설 격리를 적극 추진했다면 의심환자의 해외 출국을 막을 수 있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현행 감염병관리법 등에는 의심환자를 강제로 격리할 수 있는 규정은 없다. 그러나 격리 대상자들이 자신의 가족에게 혹시 옮길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설 격리를 거부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부의 적극적 대처가 아쉬운 대목이다.

◆범국가적 위기관리시스템 작동 안 해

재난·안전관리기본법 등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를 중심으로 질병관리본부, 국립 검염소, 국무총리실 중앙안전관리위원회, 대통령실 국가위기관리센터 등이 유기적으로 대응해 국가적 차원에서 확산을 막을 수 있는 법적 근거는 마련돼 있다. 그러나 복지부 중심의 대처만 이뤄지다 보니 자택 격리 대상자의 출국정보 등을 정부 차원에서 공유하는 시스템은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복지부는 뒤늦게 관련기관 대책 회의를 열었지만 아직 정부 차원의 종합적 대응체계는 작동하지 않은 상태다. 이날 서울 마포구에서 장옥주 복지부 차관 주재로 전문가 및 관련 단체 대책회의가 열렸다. 회의에는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한의사협회, 대한간호협회, 대한약사회 등 유관 단체와 감염 내과 전문가들이 참석했지만 복지부는 의심환자 진단 기준을 홍보하고 의심환자가 의료기관을 방문하면 보건당국에 신고해달라고 당부하는 데 그쳤다. 

감염 환자가 입원 중인 서울시내 한 병원.
◆메르스 확산… 슈퍼전파자 우려


메르스 확진 환자가 7명으로 늘어나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국내 첫 환자인 60대 남성이 바이러스 전파력이 비정상적으로 센 ‘슈퍼 전파자(Super Spreader)’일 가능성이 커 염려를 놓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메르스 환자 1명당 2차 감염자는 0.7명꼴로 알려져 있다. 환자 1명당 2∼3명의 감염 환자가 발생했던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보다 감염력이 낮은 셈이다.

그러나 환자 가운데 슈퍼 전파자가 있을 경우에는 문제가 커진다. 지난 20일 국내 첫 메르스 환자로 확진된 C(68)씨는 이후 여드레 동안 벌써 6명을 감염시켰다. C씨와 같은 병실에 머물다 발열 증세를 보인 뒤 현재 중국에 체류 중인 의심 환자까지 확진으로 판명나면 이 숫자는 또 늘어난다. 일반적으로 1명이 8명을 이상을 감염시키면 슈퍼 전파자로 본다. 2003년 사스도 1명이 같은 호텔에 머물던 16명을 감염시켜 바이러스 확산이 심화됐다.

김성한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슈퍼 전파자 1명이 8명 이상의 2차 감염자를 발생시키는 단계에 접어든다면 바이러스의 능력이 바뀌거나 변이를 일으켰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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