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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의 월드줌人] '딸과 함께한 1년, 난 행복한 엄마였다'

입력 : 2015-05-28 17:11:02 수정 : 2015-05-28 23:5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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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투병 기간 난 사람이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지를 알았다. 매일 저녁 값진 인생을 살았음에 감사했고, 다른 이들이 보내온 격려에 하루하루 힘을 얻을 수 있었다”

미국의 한 30대 여성이 임신 중 발병한 유방암으로 세상을 떠난 가운데 그가 죽음을 앞두고 가진 삶에 대한 의연한 자세가 많은 이들을 고개 숙이게 하고 있다. 특히 이 여성은 딸의 첫 번째 생일 파티를 마친지 단 하루 만에 세상을 떠난 것이어서 네티즌들을 더욱 가슴 아프게 만들었다.

미국 미네소타 주 애너카카운티의 오크 그로브에 사는 아테나 크루거(33)는 지난 2011년 남편 벤과 결혼해 3년 뒤인 2014년 5월, 첫 딸 아마리를 낳았다. 크루거에게 아마리는 ‘하늘이 준 선물’이었다.


여기에는 그럴만한 사정이 있다. 크루거가 임신 소식을 접하고 몇 주 후, 그가 유방암이라는 진단을 병원에서 받은 것이다. 임신의 기쁨은 절망으로 바뀌었고, 그는 태어날 아기가 행여나 자기 몸의 영향을 받지 않을까 걱정했다.

임신 15주가 되었을 무렵 크루거의 암은 2기로 발전했다. 조금씩 암세포가 몸 전체로 전이되기 시작했다.

이런 가운데 크루거는 예정보다 8주나 빨리 아마리를 낳았다. 다행히 아마리의 몸에서는 어떠한 이상 증세도 발견되지 않았다. 온전한 머리카락과 초롱초롱 빛나는 눈동자. 크루거는 비록 조산이었지만, 하늘의 보살핌 덕분에 딸이 무사했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아마리를 ‘하늘이 준 선물’로 여겼다.

크루거는 어떠한 화학치료도 아마리에게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이런 가운데 크루거의 몸 상태도 조금씩 호전됐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해 7월, 크루거는 유방암에서 완치되었다는 의료진의 검사결과를 받았다.

크루거는 딸과 여생을 행복하게 살 것 같았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크루거는 불과 두 달 후인 9월3일, 유방암이 재발했다는 날벼락 같은 소식을 접해야 했다. 상황은 더 심각했다. 이전에 그의 가슴에만 종양이 있었다면, 이번에는 크루거의 가슴뿐만 아니라 폐와 뇌 등으로 암세포가 퍼진 상태였다.

집을 떠난 크루거는 네바다 주의 암센터에 입원해 항암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이후 몇 주간 크루거는 병문안 온 친구와 친지들의 응원을 받았지만, 조금씩 희망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그는 자기를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곧 이별해야 할 것 같다”는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이달초, 크루거는 죽음을 직감한 상황에서 아마리의 첫 번째 생일 파티에 참석했다. 이날 모인 손님만 300여명. 이들은 아마리의 생일을 축하하는 동시에 하루만이라도 크루거가 딸과 활짝 웃기를 바랐다. 공개된 사진 속 크루거의 얼굴은 아무렇지 않은 듯 행복으로 가득 찼다. 그렇게 크루거는 적어도 사진에서만큼은 딸과 함께 행복한 엄마로 남아있었다.

크루거는 아마리의 생일파티가 끝난 다음날인 지난 7일, 결국 세상을 떠났다. 그날 크루거는 인생의 마지막 날이란 것을 알기라도 한듯 조용히 일어나 몸을 씻고, 남편 벤을 불렀다. 그리고 크루거는 벤의 품 안에서 평안히 눈 감았다.

당시 생일파티를 두고 크루거의 동생은 “그때의 세상은 누나가 없는 지금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아름다웠다”고 말했다. 그는 “누나가 웃는 모습을 다시 볼 수 없다는 게 너무 슬프다”며 “암에 맞서 싸운 누나는 매우 용감한 사람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누나는 우리에게 작은 천사를 선물로 남겨놓고 떠나 버렸다”고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영국 데일리메일·크루거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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