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씨의 무료 이발봉사에는 사연이 있다. 2000년 배에 복수가 차올라 병원을 찾았던 홍씨는 췌장암 진단을 받았다. 8일 동안 응급실에 누워 각종 검사를 받으면서 홍씨는 ‘암을 치료할 수만 있다면 죽는 순간까지 봉사하면서 살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다행히 암 판정은 ‘오진’으로 밝혀졌고, 그때부터 홍씨의 ‘봉사하는 삶’이 시작됐다.
전남 화순군 능주면에서 이발관을 운영하는 홍문표(사진 우측 끝)씨가 육군 제31보병사단 예하 화순대대를 찾아 병사들의 머리를 깎아주고 있다. 육군 제공 |
홍씨는 전역한 장병이 자녀를 데리고 이발관에 들러 ‘이 아저씨가 아빠 군대 있을 때 이발을 해주신 분’이라고 인사를 할 때 큰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그는 “부대 장병들을 재능 기부나 봉사의 대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우리 장병들도 모두 한창때에 군에서 나라를 지키고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그는 “힘든 일을 겪어 보니 세상을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고, 이발을 배웠으니 나누며 사는 것”이라며 “이나마 할 수 있음을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올해로 환갑을 맞은 홍씨는 “손에서 가위를 놓는 날까지 장병의 이발을 책임지겠다”며 ‘사랑의 가위손’ 역할을 계속 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김선영 기자 00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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