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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논단] 브레이크 없는 김정은의 공포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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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5-21 20:20:04 수정 : 2015-05-21 20: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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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자비한 숙청 통해 1인 독재 유지
北 내부 급변사태 철저히 대비해야
1789년 국왕과 귀족들이 부와 권력을 독점했던 구제도(앙시앙 레짐)에 반기를 든 프랑스 시민들은 바스티유 감옥을 부수고 절대왕정에 항거함으로써 개인의 자유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는 자유민주주의의 기틀을 닦았다. 대혁명 이후 왕정은 폐지됐지만 프랑스는 극심한 혼란에 빠졌고, 로베스피에르와 자코뱅당은 1년간 1만5000명 이상을 단두대에서 처형하는 공포정치로 사태를 수습하고자 했다.

최근 김정은의 행보는 공포정치의 전형을 보여준다. 지난 4월 30일 북한의 인민무력부장인 현영철이 대공화기인 고사총에 의해 사형됐다고 한다. 장성택을 비롯해 김정은 집권 이후 처형된 고위 간부가 70여명에 이르며, 가족을 포함해 수많은 군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처형됐다고 한다. 이들 고위 간부 대부분이 김정은을 권좌에 옹립하는 데 기여했던 사람이라는 점에서 ‘역사의 아이러니’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구본학 한림국제대학원대 부총장·국제정치학
공포정치란 물리적 강제력을 동원해 군중들에게 극도의 심리적 공포와 불안감을 조성함으로써 정치사회적 안정을 유지하거나 충성심을 유도하려는 행위이다. 지금까지 김정은의 숙청은 군 고위 간부에 대한 숙청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당 조직지도부와 정보기관인 국가안전보위부가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는 김정은의 공포정치가 군을 장악하기 위한 것인 동시에 아직 군을 완전히 장악하지 못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집권 4년차에 이른 김정은이 공포정치를 지속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정일에 의해 발탁된 원로들을 제거함으로써 김정은 1인 독재체제를 구축하거나 숙청을 통해 충성경쟁을 유도하려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김정은의 권력이 아직 취약하기에 잠재적 도전세력을 제거하기 위한 것일 수 있다. 그리고 정치·경제·외교적 위기를 돌파하는 김정은의 능력에 회의적이거나 정책에 불만을 가진 세력을 제거하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

어쨌든 김정은의 공포정치는 남북관계와 핵문제 해결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책을 결정하거나 협상에 임하는 간부들이 김정은의 눈치보기에 급급할 것이며, 이로 인해 남북관계가 경색되고 북한의 군사도발이 증가될 가능성이 높다. 성과 없는 대남협상으로 인한 숙청의 두려움으로 협상의 경직성이 높아지고, 군부의 충성경쟁은 대남도발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김정은의 공포정치는 단기적으로는 정권의 안정화에 도움이 될 것이나, 중장기적으로 북한 엘리트들은 김정은을 분노케 하는 어떤 대안도 제시하지 않을 것이며 자신이 위기에 처하면 반대세력을 규합해 김정은의 권력에 도전할 수도 있을 것이다. 공포정치의 지속은 필연적으로 핵심 엘리트의 충성심 약화로 이어질 것이다. 이로 인해 고위 간부의 대량탈북, 김정은의 암살 또는 쿠데타가 발생하거나, 최악의 경우 내전이나 정권붕괴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김정은의 공포정치로 발생할 사태에 미리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가장 기본적으로 북한을 변화시키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인터넷이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든 중국이나 탈북자를 통해서든 외부 세계의 정보를 북한에 계속 불어넣어야 한다. 또한 공포정치로 인한 내부불안이 급변사태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대량 탈북난민의 발생, 긴급한 인도적 지원이 필요한 상황의 발생이나 내전의 발생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끝으로 군부의 충성경쟁으로 인한 대남 무력도발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작년 북한을 방문한 몽골의 엘베그도르지 대통령은 김일성대학에서의 강연에서 “자유를 억압하는 폭정은 영원할 수 없다”고 했다. 김정은이 생존할 유일한 길은 공포정치가 아니라 개혁과 개방으로 북한 주민의 생활고를 해결하고 비핵화를 실현해 남북관계를 개선하는 것이다. 단두대에 의한 공포정치로 대혁명 이후 혼란을 수습하고자 했던 로베스피에르도 단두대에서 사라졌다는 사실을 김정은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구본학 한림국제대학원대 부총장·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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