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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찬의 軍] '일사천리' KF-X 선정, 리스크 '눈덩이' 증가

입력 : 2015-03-30 12:12:18 수정 : 2015-03-30 13:3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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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항공우주산업 전경.

개발비만 8조8000억원이 소요되는 건국 이래 최대의 무기개발 계획인 한국형전투기(KF-X) 사업 수주경쟁에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승리했다.

주무부처인 방위사업청은 30일 국방부 화상회의실에서 한민구 국방장관 주재로 제87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이번 결정으로 KAI는 KF-X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서 방위사업청과 추가 협상을 벌이게 된다.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방위사업청과 KAI는 상반기 중으로 체계개발 계약을 맺고 본격적인 사업 준비에 착수한다.

당초 KF-X는 KAI-미국 록히드마틴의 독주가 예상됐으나 대한항공이 유럽의 에어버스 D&S와 손잡고 사업에 뛰어들면서 경쟁구도로 진행됐다.

이에 따라 10여년을 끌어온 KF-X 개발은 본궤도에 오르게 됐다. 하지만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불과 1개월밖에 걸리지 않아 ‘날림 결정’이라는 비판에 직면한 평가과정, 공동개발국인 인도네시아의 소극적인 태도, 미국 정부의 기술이전 제한 등 사업 리스크도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 제안서 접수 한달만에 ‘날림 결정’

KF-X 사업에서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된 것은 제안서를 접수 이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까지 1개월밖에 걸리지 않은 점이다.

지난달 24일 KAI와 대한항공으로부터 제안서를 접수받은 방위사업청은 현지 실사와 제안서 평가 등을 거쳐 한달 만인 30일 우선협상대상자를 결정했다.

이는 F-15K를 도입했던 차기전투기(F-X) 1차 사업(27개월), 2차 사업(13개월)보다도 짧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날림 결정’”이라며 “전투기를 개발하는 사업이 완제품을 도입하는 경우보다 검토기간이 훨씬 짧은 것이 말이 되느냐”라고 비판했다.

그는 “F-35를 선정했던 미국의 JSF 개발 사업도 업체 선정까지 3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며 “3년이 넘게 검토했어도 F-35 개발 과정에서 온갖 문제를 겪었는데, 1개월만에 업체를 선정하면 앞으로 어떤 문제가 생길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 투자에 소극적인 인도네시아
      
KF-X 파트너 국가로서 개발비의 20%를 부담해야 할 인도네시아의 태도도 분명치 않다.

30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KF-X 제안서 접수 전 인도네시아 정부가 KAI와 대한항공과 각각 맺은 양해각서(MOU)에 명시된 개발비 연부액(매년 부담해야 할 금액)에 상당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인도네시아의 T-50i 훈련기.


인도네시아 현지 사정에 밝은 방산업계 관계자는 “개발 당해연도와 그 다음해의 인도네시아 분담금 비중이 1%에도 못미친다”며 “3년차부터 비중이 어느 정도 늘어나지만 적정 수준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미국 정부의 기술이전 통제와 KF-X 개발 성공 여부에 대한 의구심 등을 이유로 본격적인 투자에 소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같은 이슬람 국가인 터키가 전투기 개발 사업(TF-X)을 추진하고 있어 TF-X 참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1조2000억원을 투자할 인도네시아가 이탈할 경우 부족한 개발비는 정부와 KAI가 부담해야 할 것으로 전망돼 비용 상승이 우려된다.

◆ 미국 정부의 기술 통제 문제

KF-X의 개발에 필요한 핵심 기술은 해외 업체의 지원이 필수다.

KAI가 손잡은 미국 록히드마틴은 5세대 스텔스 전투기 F-22/35와 초음속 정찰기 SR-71 개발 경험 등을 토대로 세계 최고 수준의 항공우주기술을 보유한 것으로 인정받는다.

다만 까다로운 미국 정부의 기술이전 허가(E/L)를 통과할 수 있는지 여부가 걸림돌이다. 미국 산업이 가진 강력한 우위인 항공우주기술의 해외 이전을 최소화하는 것은 미 정부의 정책인만큼 핵심 기술을 얻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록히드마틴으로부터 받은 기술을 20%의 지분을 가지고 KF-X 개발에 참여한 인도네시아에 재이전하는 과정도 문제다. 미국 정부는 항공우주기술의 이슬람 국가 이전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비중인 F-15 전투기.

 
인도네시아에 기술을 재이전하는 문제와는 별도로 우리측이 미국으로부터 이전받는 기술들도 잠재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 지난 2007년 12월 산업연구원이 작성한 정책보고서에 따르면 T-50 개발 당시 한미 양국은 록히드마틴이 KAI에 제공한 기술의 사용처로 F-16, F-5, T-38, T-50 파생형으로 제한했다. F-16을 초과하는 수준의 항공기에 적용하려면 미 국무부와 록히드마틴의 서면 승인이 필요하다.

차기전투기(F-X) 사업에서 F-35를 도입한 대가로 받는 핵심기술 역시 이전이 불투명하다. 미 정부의 기술이전 승인에 2년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KF-X는 F-X 관련 기술을 활용하지 못한 채 기본설계를 마쳐야 할 수도 있다. 특히 AESA 레이더와 적외선탐색/추적장비 등 핵심 기술은 이전이 불가능하다는게 미 정부의 입장인 것으로 전해져 향후 개발과정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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