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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논단] 닮은 듯 서로 다른 북한과 이란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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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3-26 20:53:24 수정 : 2015-03-26 20:5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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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은 서방과 화해모드 실리 챙겨
北, 비핵화 수용 국제사회 복귀하길
국제정치의 세계에서 보자면 2012년 이전까지의 북한과 이란은 쌍생아적인 존재였다. 두 나라 공히 기존 핵보유국 이외 국가들의 핵개발을 규제하는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를 벗어나 핵개발을 추진했다. 북한은 2006년, 2009년, 2013년 3차례에 걸쳐 핵실험을 단행했다. 이란은 1만9000개에 달하는 원심분리기를 설치해 무기급 핵탄두를 제조할 수 있는 우라늄 농축의 기반을 다져놓았다. 핵개발에의 집념으로 국제사회 대표적인 핵군비통제 규범인 포괄적 핵실험금지조약(CTBT)이나 국제무기교역조약과 같은 국제규범에의 가입을 거부한 전력도 공통적으로 갖고 있다. 사이버 능력도 상당해 각각 미국 내 기업과 정부의 전산망을 해킹하기도 했다. 이러한 정책 때문에 미국과의 국교 수립은커녕 줄곧 불량국가 취급을 받았다. 

박영준 국방대 안보대학원 교수·국제정치학
공통의 경로를 보였던 이 두 나라가 2012년을 전후해서 서로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이란은 2012년부터 유엔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 및 독일과 수차례 협상했다. 그 결과 이번 3월 말까지 이란이 향후 10년간 고농축 우라늄 생산을 중단하고 평화적 핵활동만을 추진하는 대가로 지금까지 국제사회가 가했던 경제 제재를 대폭 완화한다는 합의안에 도달할 전망이다. 이 같은 합의 전망에 대해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미 의회의 합동연설을 통해 이란 지도부가 여전히 핵개발을 추진하고 있고 군사적 선택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주장했지만, 이란은 오바마 정부와의 신뢰를 유지하면서 국제사회 지도국가들과 협상해 핵개발의 시도를 철회하고, 국제사회에 복귀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

반면 북한은 여전히 핵개발과 경제건설의 병진 노선을 추구하고 있다. 핵탄두도 10∼15개로 늘려가고 있고, 미국 세실 헤이니 전략사령관의 증언에도 나타난 것처럼 핵탄두의 소형화에도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종전의 미사일교도국이 2012년을 기해 육해공군에 버금가는 전략로케트사령부로 격상됐고, 최근에 다시 전략사령부로 개칭됐다는 소식은 북한의 핵 및 미사일 전력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상당한 수준에 도달했음을 짐작하게 한다.

쌍생아 같았던 북한과 이란이 과연 무엇 때문에 다른 행보를 보였는가. 무엇보다 2013년 6월 이후 집권한 이란의 하산 로하니 대통령과 무함마드 자바드 자리프 외교장관이 주도한 핵문제 관련 협상노선의 역할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강경노선을 취했던 전임자들과 달리 로하니 정부는 국제사회와의 협상을 통해 핵개발을 중지하고, 경제적 제재를 풀어가는 실용주의적 노선을 견지하고 있다. 로하니 대통령이 2013년에는 직접 유엔에 와서 이러한 입장을 밝혔고, 미국 덴버대학 법학박사 출신인 자리프 외교장관은 제네바에서 존 케리 국무장관과 협상안을 용의주도하게 준비하고 있다. 이 같은 협상 중시의 리더십이 이란에 대한 국제사회의 강경한 제재 분위기를 반전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에 반해 북한 리더십은 어떠한가. 이수용 북한 외무상은 미국과 이란 간의 핵협상이 진행되던 제네바의 유엔군축회의에서 행한 연설에서 필요하면 핵전력을 사용해 미국에 대한 선제타격을 가할 수도 있다는 호언을 서슴지 않았다. 이 같은 북한의 강경 노선 고수로 점차 북핵 문제를 6자회담이나 북·미, 혹은 남북의 양자 간 회담을 통해 풀어갈 여지가 좁혀지고 있다.

만일 북핵문제가 외교적 경로를 통해 해결되지 못하면 남북한 간에는 상호 공세적인 군비증강의 악순환이 지속될 것이다. 4월 반둥에서 개최되는 비동맹회의와 5월 모스크바 전승기념행사에 참석할 것으로 예상되는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한때 같은 길을 가던 이란과 같은 국가들이 이제는 비핵 국제협조주의의 노선으로 전환하고 있는 국제사회 현실을 깊이 숙고하는 기회를 가지기를 희망한다.

박영준 국방대 안보대학원 교수·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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