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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비아의 9살 소녀 도카스가 가축의 분뇨 등으로 오염된 물을 머리에 이고 가고 있다. 월드비전 제공 |
#2. 남미 브라질에서는 요즘 반정부 시위가 한창이다. ‘아마존의 나라’에 80년 만에 찾아온 최악의 가뭄이 직접적인 계기였다. 지난해 7월부터 최근까지 강수량이 예년의 10%에도 미치지 않았다. 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내자 마실 물이 부족해졌다. 전기도 툭하면 끊기기 일쑤였다. 브라질은 전력생산의 70%가 수력발전이다. 전등과 인터넷이 점차 사라진 브라질 거리에는 사탕수수와 커피 생산 중단으로 직장을 잃은 시위대가 가득하다.
‘세계 물의 날’(22일)을 앞두고 지구촌 곳곳에서 “물을 달라”는 아우성이 빗발치고 있다. 세계 인구의 20%인 14억명이 극심한 물부족으로 신음하고 있다. 물부족 현상은 사막이 많은 아프리카·중동 지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예로부터 물이 넘쳐났던 브라질과 동남아시아도 기후변화의 직격탄을 맞았다. 이런 추세라면 앞으로 10년 뒤 세계 인구 절반이 물 문제로 고통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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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온난화에 말라가는 지구촌
미국 서부에 비하면 브라질은 그나마 괜찮은 편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최근 3년간 이례적으로 낮은 강수량과 기록적인 더위로 1200년 만에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다. 주 당국이 17일(현지시간) 비가 내린 뒤 48시간 동안은 외부 물 사용을 금지하고, 식당에서도 손님이 주문하기 전 물 제공을 하지 않도록 하는 비상 가뭄대책을 발표할 정도였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캘리포니아주 가뭄이 계속되면 남아 있는 물로는 기껏해야 1년밖에 버틸 수 없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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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에 1200년 만에 찾아온 최악의 가뭄으로 강물이 마르고 바닥이 갈라져 있다. |
중동의 사막화 속도도 더 빨라졌다. 중동 분쟁의 최대 뇌관은 이제 석유가 아닌 물 부족 문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정도다. 반정부 시위로 촉발된 시리아 내전 사태가 대표적인 사례다. 미국 컬럼비아대·캘리포니아주립대 공동연구진은 시리아 내전은 2007∼2010년 이곳에 닥친 기록적인 가뭄이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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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말라위의 한 마을에서 어린 소녀가 가축들이 먹는 물을 식수로 사용하기 위해 물통에 담고 있다. |
유엔은 2050년 중동·북아프리카 지역의 1인당 물 사용 가능량이 50%까지 급감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지역의 1인당 물 사용 가능량은 40년에 비해 3분의 2 수준으로 쪼그라든 상태다. 마실 물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지면 질병도 늘기 마련이다. 각종 병균이 득실대는 물이라도 마셔야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18일 국제구호단체 월드비전에 따르면 매일 20초마다 아동 한 명이 수인성 질병 때문에 사망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해마다 전 세계에서 깨끗한 물을 마시지 못하거나 오염된 물에 노출돼 패혈증 등으로 태어난 지 한 달 이내에 숨지는 신생아가 50만명이 넘는다고 밝혔다.

물 부족 문제가 인류가 직면한 최대 위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세계 인구는 급증하고 가뭄과 수질 저하 문제까지 불거져 지역·국가 간 갈등이 심화하고 있어 ‘물 확보 전쟁’으로까지 비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권이선 기자 2s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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