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북한 당국은 개성공단 북측 노동자의 최저임금을 인상하는 등 일방적인 노동규정 개정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동시에 북한은 5·24조치를 해제하고 물자반출 규제를 풀 경우 우리 정부와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조건을 달았다. 개성공단 북측 노동자의 임금은 2007년 50달러로 시작해 해마다 5%씩 올랐으며, 2013년 개성공단 중단 사태 속에서도 5%의 임금 인상이 이뤄졌다. 현재 최저 임금은 70.45달러로 북한의 일방적 통보대로 인상이 이뤄진다면 개성공단 근로자의 최저임금은 이번 달부터 월 74달러가 된다. 여기에 각종 수당을 더하면 임금은 월 140∼150달러에 육박한다. 간식비 등 기타 비용이 포함되면 실질 임금은 최대 250달러 수준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개성공단의 1인당 평균임금은 141.4달러로, 베트남의 193달러보다는 낮으나 캄보디아의 120달러나 방글라데시의 74달러 등 일부 외국공단에 비해서는 높은 수준이다. 북·중 경제특구가 있는 나선 지역 근로자 임금이 월 100달러, 북한 내 외국기업 임금이 평균 60∼80유로 수준인 데 비하면 북한 내 다른 지역보다 개성공단 임금은 상대적으로 높다.
문순보 자유민주연구원 안보전략연구실장 |
이 같은 북한의 행태는 국제적인 표준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어떤 계약이든지 그것을 변경하고픈 의사가 있다면 계약 상대방과 협의를 거쳐서 접점을 찾아야 하는 것이 상식이고 순리다. 북한이 이 같은 행태를 보인다면 최근 북한 당국이 심혈을 기울여 추진하고 있는 경제개발특구에 대한 외국 자본의 투자는 결코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 만일 북한 당국이 자신들이 ‘갑’이고 우리 정부는 ‘을’이라는 인식 하에 한국에 대해서만 그 같은 일방적 태도를 보이는 것이라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올해 들어 우리 정부는 분단 70년을 맞아 남북관계를 전향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자칫 이번 사건으로 개성공단 쟁점이 남북관계의 악화를 고착시키는 계기가 돼서는 안 된다. 북한 당국의 각성이 전제가 돼야 하겠지만, 우리 정부도 북한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연착륙할 수 있도록 북한 당국을 설득해 합리적인 수준에서 문제의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북한과의 ‘강 대 강’ 충돌은 북한을 국제사회로부터 더욱 고립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고 우리의 대북정책 추진에도 어려움만 뒤따를 것이기 때문이다.
문순보 자유민주연구원 안보전략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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